한 신생아 돌봄시설에서 직원이 아기를 품에 안고 돌보고 있다. 뒤편에서는 다른 직원들이 아기 침대와 돌봄 공간을 살피고 있다. 영남일보 DB
대구 민간 산후조리원의 일반실 평균요금이 처음으로 300만원(2주 기준)을 넘어섰다. 저출생 극복을 위한 사회적 공감대는 커지고 있지만, 출산 가정의 산후조리 비용 부담은 오히려 가중되는 모습이다. 공공 산후조리원 확충 필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대구와 경북이 재원·시설을 나누는 '광역 협력형 상생 모델'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민간 산후조리원 평균 이용료 9년 새 37.4%↑
영남일보가 여성 생애주기 플랫폼 '조리도리'의 대구지역 전수조사 자료를 단독 입수해 분석한 결과, 민간 산후조리원 일반실 평균 이용료는 2016년 219만원에서 2025년 301만원으로 9년 새 37.4% 올랐다. 지난해 아들을 출산한 김선아(여·40)씨는 "늦은 나이에 아이를 낳는 과정에서 산후조리원 비용을 알아보다가 깜짝 놀랐다"며 "일반실인데도 300만원에 육박하는 요금을 감당하려니 등골이 휘는 기분이었다. 정작 부모들이 체감하는 출산 비용은 여전히 높고, 지자체 지원은 사각지대가 많아 아쉽다"고 토로했다.
이에 공공 산후조리원 건립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막대한 사업비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대구시와 경북도 모두 예산 상당 부분이 보육료 등에 묶여 있는 데다 산후조리원 시설 한 곳을 새로 짓는 데 100억원대의 비용이 들고 개원 이후에도 지속적인 운영비 투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경북도 출산장려팀 한 직원은 "공공 산후조리원 신축에는 중앙부처 기조상 국비 확보도 쉽지 않다"며 "도민이 대구지역 시설을 이용해도 바우처 지원이 가능한 만큼, 대구·경북 행정통합 논의와 연계한 협력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출생아 41% 줄 때 최저임금 66% 올라
대구 민간 산후조리원 요금이 300만원을 넘어선 배경에는 급격한 인건비 상승이 자리하고 있다. 출생아 감소로 시장은 쪼그라드는 반면 24시간 인력을 유지해야 하는 업종 특성상 인건비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어서다. 단순히 업계의 '고가 마케팅'만으로 가격 상승을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다.
대구 출생아 수는 2016년 1만8천300명에서 2025년 1만800명으로 41% 감소했다. 같은 기간 최저임금은 시간당 6천30원에서 1만30원으로 66% 올랐다. 이용자는 크게 줄었는데 사람을 줄이기는 어려운 구조인 셈이다. 24시간 간호·간병 인력이 필요한 산후조리원 특성상 인건비 상승은 곧바로 경영 부담으로 이어진다. 전체 운영비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추정 비중도 2016년 61%에서 2025년 73%로 높아졌다.
출산 수요가 줄고 고정비 부담이 커지자 일부 업체는 고급화 전략으로 방향을 틀었다. 객실 단가를 높이고 서비스 차별화를 통해 줄어든 수요를 만회하려는 움직임이다. 동대구역 접근성을 앞세워 광역권 고소득층을 겨냥한 동구 한 산후조리원의 경우 일반실 요금이 대구 평균보다 84만원, 특실은 165만원 높았다.
대구경북 산후조리원 현황.<이미지=생성형 AI 챗지피티>
◆수성구는 버티고, 중·남구는 '조리원 공백'
더 큰 문제는 민간 시설이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지역으로 몰리면서 산후 돌봄의 지리적 격차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용료를 높여도 수요를 확보할 수 있는 지역에서는 시설이 유지되는 반면, 가격 인상에 한계가 있는 지역은 사업성이 떨어지면서 조리원이 사라지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
수성구는 출생아가 2016년 2천400명에서 2025년 1천400명으로 감소했지만 기존 산후조리원이 상당수 유지됐다. 산모실 1실당 출생아 수도 10.6명에서 8.0명으로 감소하는 데 그쳤다. 달서구는 같은 기간 출생아가 4천504명에서 2천200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지만 1실당 출생아 수는 16.4명에서 16.7명으로 오히려 높아졌다.
반면 중구는 신축 아파트 입주 등에 힘입어 출생아가 700명에서 900명으로 늘었지만, 2018년 마지막 산후조리원이 문을 닫은 뒤 현재까지 관련 시설이 없다. 서구는 1곳 20개실에 불과하고, 남구와 군위군에는 산후조리원이 없다. 출생아 규모만으로 민간 산후조리 인프라가 형성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경북은 상황이 더 열악하다. 22개 시·군 가운데 15곳(68%)에 산후조리원이 없어 인접 대구로 이동하는 수요가 적지 않다. 성주·고령 산모는 달성군, 청도·경산 산모는 수성구 등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대표적이다.
달성군 한 산후조리원 관계자는 "인근 경북 지역 산모들이 거리와 시설 수준 등을 고려해 많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 교통거점에 경북 재원…광역 상생 모델 제안
전문가들은 민간시장에만 맡겨서는 지역별 돌봄 공백을 해소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수익성이 낮은 지역일수록 시설 공급이 줄어드는 시장 구조상 공공의 개입 없이는 격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대구 교통·의료 인프라와 경북 저출생 대응 재원을 결합하는 광역 협력 모델이 대안으로 제시되는 배경이다.
대구역과 서대구역 인근 공공 유휴부지를 활용해 산후조리 시설을 마련하고, 경북도가 사업비 일부나 지방소멸대응기금을 분담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대구는 중구·서구 등 산후조리 취약지역의 공백을 줄일 수 있고, 경북은 별도 시설을 곳곳에 신축하지 않고도 도민에게 접근성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행정구역보다 실제 산모들의 이동 생활권을 중심으로 산후조리 인프라를 설계하자는 취지다.
공공이 직접 시설을 짓는 대신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민간 산후조리원을 '준공공형'으로 지정하는 방식도 거론된다. 이용료와 시설·안전 기준을 지자체가 정하고, 기준을 충족한 업체에 보조금이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형태다.
경북대 하혜수 교수(행정학과)는 "지자체가 합리적인 이용 요금과 시설·안전 기준을 선제적으로 마련하고 이를 충족하는 민간 시설에 보조금과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민관 협력 모델도 도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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