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북구 구암동 고봉국 시인
중증 뇌병변장애를 가진 고봉국씨는 시를 쓰며 세상에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있다. 고씨가 상장을 펴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중증 뇌병변장애라는 삶의 조건 속에서 시로 세상에 감동을 전하는 이가 있다. 대구 북구 구암동에 사는 고봉국(47) 시인이 그 주인공이다. 뇌병변 1급 장애를 안고 태어나 평생 혼자 힘으로 이동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끊임없는 상상력과 열정으로 자신만의 문학 세계를 구축했다.
서울 강남에서 태어난 그는 어릴 적 심한 고열을 앓아 뇌성마비 진단을 받았다. 11살 때 부친의 직장 문제로 대구로 이사하기 전까지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누워 지냈다. 생계에 바쁜 부모님이 그를 충분히 돌보기는 어려웠다. 초등학교조차 다닐 수 없었으나 스스로 한글을 터득했다. 중·고등학교 과정을 거치지 못했지만, 그 외롭던 시간은 지독한 상상력의 밑거름이 됐다. 오직 세상에 존재를 알리겠다는 일념으로 마음껏 상상을 펼쳤다.
배움의 갈증으로 뒤늦게 삼육고등학교에 입학했다. 당시 교무부장 교사의 한마디가 그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선생님은 "장애인 대회 1등에 안주하지 말고 비장애인과 겨룰 너만의 무기를 가져라"고 조언했다. 그는 시에서 그 답을 찾았다. 이어 들려온 조카들의 탄생 소식은 "부끄럽지 않은 삼촌이 돼야겠다"는 다짐으로 이어졌다.
시인의 길은 순탄치 않았다. 수많은 공모전 낙방으로 절망에 빠져 포기하려던 순간이 있었다. 그때 전국 시 공모전 3등 당선이라는 기적 같은 소식이 날아들었다. 이를 계기로 다시 일어선 그는 독학으로 시를 써 내려갔다. 마침내 2020년 한 공모전에서 최종 선정되는 쾌거를 이뤘다. 덴마크, 일본 참가자와 함께 세계 무대에서 문학성을 인정받은 셈이다. 같은 해 이영균 시인의 후원으로 첫 시집 '날고 싶어요'를 출간했다. 2025년에는 그간의 공로를 인정받아 국회의장상을 수상했다.
정식 문학 교육을 받거나 다독을 한 것도 아니다. 손가락으로 책을 잡기 힘들어 누나가 읽어준 '아기돼지 삼형제'가 접해본 유일한 책이었다. 비록 포기했으나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입학 허가를 받았을 만큼 타고난 문학적 영재성을 지녔다. 그 내면에서 뿜어져 나온 시상은 300여 편의 감동적인 작품을 탄생시켰다. 그는 힘겨운 피로사회를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메시지를 던졌다. "아무리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다 보면 새 길이 열린다. 자신만의 무기를 열심히 만들고 갈고닦아라." 세상이라는 벽을 뛰어넘은 그의 삶은 많은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글·사진=김호순 시민기자 hosoo031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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