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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K 행정통합, ‘다중심’에서 길을 찾다 ①·프롤로그] 대구·경북 또 무산…대만서 찾은 ‘협력의 길’

2026-08-12 21:48

TK시군 기능별 협력 쌓은 뒤 ‘생활권 확장’ 균형 도모해야

거대도시 '흡수형 통합' 갈등

대만 '폴리센트릭' 모델 주목

'협력 후 합병' 통합 설계 전환

순환의장제·시군에 공동사무국

대구로의 편입 인식 차단 효과

단체장 합의 거버넌스 플랫폼

광역 통합버스·재난 지원 등

지자체 협력 성과로 연대확장

대만 서부의 타이중직할시는 인근 도시들과의 협력 플랫폼을 구축했다. 이들은 대만 정부가 협력 플랫폼을 제시하기 전부터 도움을 주고받으며 상생해왔다. 사진은 타이중직할시청. 박준상 기자

대만 서부의 타이중직할시는 인근 도시들과의 협력 플랫폼을 구축했다. 이들은 대만 정부가 협력 플랫폼을 제시하기 전부터 도움을 주고받으며 상생해왔다. 사진은 타이중직할시청. 박준상 기자

대구경북 통합이 또다시 무산됐다. 2020년, 2024년에 이어 세 번째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광주전남 특별법안만 의결되고 대구경북 통합 법안은 보류됐다. 같은 균형발전 의제 위에서 출발한 두 권역의 운명이 정반대로 갈린 순간이었다.


대구경북이 멈춰 선 사이,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앞으로 나아갔다. 대한민국 최초의 광역 지방정부 통합이다. 1986년 광주직할시 승격으로 행정구역이 갈라선 지 40년 만의 재결합이자, 정부 '5극3특' 균형발전 전략 아래 실현된 광역 행정통합 제1호다. 인구 320만 명, 지역내총생산(GRDP) 159조 원 규모의 초광역 메가시티로, 그 위상은 서울특별시에 준하는 지위로 격상됐다. 통합 논의를 먼저 시작한 것은 대구경북이었지만, 결승선을 통과한 것은 광주전남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월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현실적으로는 다음 지방선거까지는 통합이 불가능하다. 이미 국민이 뽑은 대표들이 다 있는데"라며 임기 내 추가 통합에 사실상 선을 그었다. 대구경북 통합의 다음 기회는 빨라야 차기 지방선거 이후로 밀렸다.


여기서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된다. 거대 메가시티를 만드는 '물리적 합병' 자체가 균형발전의 정답이 될 수 있을까. 영남일보는 지난 7월 20~25일 대만 중서부의 타이중 직할시·장화현·윈린현, 남부의 핑둥현·타이둥현, 동부의 화롄현, 북부의 신베이 직할시에서 '통합'이 아닌 '협력'을 확인했다. 이들 도시는 자생하면서 혼자 해내지 못하는 일은 이웃도시와 함께 협력하고 있었다.


대만은 단일 거대 도시를 만드는 대신, 여러 중심이 각자의 고유성을 훼손하지 않고 공통의 의제 위에서 연대하는 운영체제를 채택했다. 통합은 협력의 결과여야 하지 전제가 아니라는 교훈을 대만이 보여준다.


대만은 폴리센트릭이라는 개념을 차용해, 여러 중심이 각자의 고유성을 훼손하지 않고 공통의 의제 위에서 연대하는 운영방식을 채택했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3핵 6직할시 체제다. 사진은 하늘에서 바라본 대만 중부 모습. 박준상 기자

대만은 '폴리센트릭'이라는 개념을 차용해, 여러 중심이 각자의 고유성을 훼손하지 않고 공통의 의제 위에서 연대하는 운영방식을 채택했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3핵 6직할시 체제다. 사진은 하늘에서 바라본 대만 중부 모습. 박준상 기자

◆통합 포기 아닌 '설계 전환'…대만이 던지는 질문


물론 통합 논의 자체가 폐기될 과제는 아니다. 인구 감소와 수도권 집중이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대구와 경북을 하나의 생활·경제권으로 묶어야 한다는 당위는 여전하다. 문제는 방식이다. 여러 차례의 무산이 보여준 것은 통합의 필요성이 사라졌다는 게 아니다. '어느 쪽이 흡수하고 인구와 경제를 빨아들이는가'를 둘러싼 불안을 해소하지 못하는 한 통합은 반복해서 좌초한다는 사실이다.


이 지점에서 대만의 '폴리센트릭(Polycentric·다중심)' 모델이 주목받는다. 대만은 1990년대 후반부터 2008년까지 약 12년간 '3대 메가시티론'과 '다중심 발전론'을 놓고 논쟁한 끝에 강제 합병 방식을 기각했다. 거대 도시가 주변부의 자생력을 빨아들이는 '흡수 효과'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정책결정자로 12년 논쟁을 직접 겪은 장이화(江宜樺) 전 대만 행정원장은 "합병은 표 계산과 권력 분점 문제가 얽혀 있어 정치인이 추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청사 위치, 공무원 인사, 예산을 둘러싼 분배 갈등이 통합 논의를 삼킨다는 것이다. 대구시의회의 반대 성명과 경북 북부권의 반발이 보여준 대구경북 통합의 좌초 경로와 정확히 겹치는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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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센트릭 관점의 통합…TK에 주는 이점


지난 7월29일, 대구시와 경북도가 다시 행정통합을 위해 마주 앉았다. 추경호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현재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인 대구경북 행정통합 법안을 이번 정기국회 때 반드시 통과시킨다는 목표를 분명히 했다. 또 2028년 총선에 맞춰 통합단체장을 선출하고, 통합특별시를 출범해야 한다는 데도 합의했다.


균형발전의 경로는 '합병 후 협력', '협력 후 합병', '합병 없는 협력 지속'의 세 갈래로 나뉜다. 대만의 12년 논쟁이 도달한 결론은 '합병 후 협력' 방식을 버리는 것이었다.


이 틀에서 보면 대구경북에 남은 현실적 경로는 기능별 협력의 성과를 먼저 쌓은 뒤, 그 위에서 통합을 완성하는 '협력 후 합병'이다. 폴리센트릭 관점의 통합은 △흡수 불안 해소 △성과기반 합의 △정치변동에 대한 내구성 등 세 가지 이점을 갖는다.


대구경북 통합 논의에서 번번이 부딪힌 청사 위치, 대구 중심 재편에 대한 경북 북부권의 우려 등은 '흡수형 통합'을 전제할 때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갈등이다. 순환 의장제를 도입하고 공동사무국을 대구가 아닌 경북 시·군에 두는 방식으로 설계하면, 통합이 곧 대구로의 편입이라는 인식을 구조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두 번째로는 성과 기반의 합의다. 인구·면적 같은 '덩치 지표' 대신 공동 예산 편성 건수, 광역 인프라 공유 노선 수, 재난 상호지원 발동 횟수 같은 '연결 지표'로 협력 실적을 축적하면, 통합 찬반이 정치적 명분 싸움이 아니라 검증된 성과에 대한 판단으로 바뀐다. 지난해 개통한 대경선 광역철도처럼 이미 작동하는 기능 통합의 성과를 통합 논의의 토대로 삼을 수 있다는 의미다.


또 정치 변동에 대한 내구성이다. 윈린에서 확인한 대만 아시아대와 윈린현의 15년 파트너십은 민간·대학 연합을 함께 구성해 현장(縣長)이 바뀌어도 협력 구조가 유지되도록 설계됐다. 협력을 이끌어온 왕즈화(王志華) 대만 아시아대 교수는 "계약이 끝나도 파트너십은 유지된다"고 말했다. 협력이 제도와 네트워크에 뿌리내리면 통합 동력이 선거 주기에 휘둘리지 않는다.


타이중 천추정 대만 동해대 교수가 점-선-면에 빗대 대만 정부의 다중심 협력체계를 설명하고 있다. 마르텔로 제공

타이중 천추정 대만 동해대 교수가 '점-선-면'에 빗대 대만 정부의 다중심 협력체계를 설명하고 있다. 마르텔로 제공

◆'흡수'가 아닌 '기능의 집합'으로


대만이 합병 대신 택한 길은 통합을 '행정구역의 물리적 합병'이 아니라 '기능별 협력의 누적'으로 재정의하는 것이었다. 대만 중부의 타이중·장화·난터우·윈린 등 8개 현시가 운영하는 '중대만 거버넌스 플랫폼'이 대표 사례다. 이 플랫폼은 법적 근거 없이 단체장 합의만으로 2015년 출범해 10년간 광역 통학버스 운영, 재난장비 당일 지원, 국제 박람회 공동 참가 등의 성과를 차곡차곡 쌓았다. 타이중시가 개발한 행정 앱에 난터우현 서비스를 연동해 행정구역이 달라도 도서 대여·요금 납부 등 생활 서비스를 하나로 묶은 사례도 있다.


주목할 점은 중부권 유일의 직할시인 타이중 직할시의 태도다. 타이중시 연구발전심의회 리시우샹(李秀香) 부의장은 "대만에서는 흡수 개념이 논의된 적이 없고, 생활권 확장을 통해 균형을 도모한다"고 밝혔다. 플랫폼 의제를 8개 현시가 돌아가며 주최하는 순환 주최 방식으로 최대 도시의 독주를 제도적으로 차단한 것이다.


영남일보의 취재를 종합하면 폴리센트릭 체제가 작동하는 조건은 세 가지로 수렴된다. △지역 기반 성장 및 활성화 △단체장 교체에도 유지되는 장기 운영 구조 △행정구역 합병 없는 기능 통합 플랫폼이다.


타이중 천추정(陳秋政) 대만 동해대 교수는 이를 '점-선-면(點-線-面)' 전략으로 설명했다. 개별 성공 사례(점)를 정책 통로(선)로 연결해 권역 단위 발전망(면)으로 확장한다는 것으로, 천 교수는 "점의 반짝임이 이웃과 연결되지 않으면 그 빛은 결국 희미해진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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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상

대구와 갱상북도의 이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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