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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완의 관광유니버스] 모두를 위한 관광도시, 대구

2026-08-18 06:00
대구정책연구원 사회문화연구실 박사

대구정책연구원 사회문화연구실 박사

지난 주말 오후, 아이들과 대구 중구 근대골목을 걷다 이상화 고택에 들렀다. 눈길을 붙든 것은 시인의 글귀가 아니라, 벽면에 설치된 작은 승강기였다. 오래된 고택은 원형 보존을 이유로 문턱과 계단을 그대로 두는 일이 많다. 그래서 휠체어 이용자에게는 마당이 곧 관람의 끝이 되곤 한다. 그런데 이곳에는 실내로 오르는 길이 열려 있었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노래한 시인의 집이, 어떤 발걸음도 문 앞에서 되돌려 보내지 않겠다고 말하는 듯했다.


유엔관광기구(UN Tourism)는 장애인과 고령자를 포함해 누구나 차별 없이 여행을 누릴 수 있는 포용적 관광환경 조성을 국제적 과제로 강조해 왔다. 여행이 일상이 된 시대에도 장애인과 고령자, 임산부, 영유아 동반 가족에게 여행은 여전히 '결심'이 필요한 일이다. 이동과 시설, 정보라는 여러 겹의 문턱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다. 2025년에는 관광기본법, 관광진흥법, 관광진흥개발기금법, 장애인복지법이 무장애관광 활성화를 위한 법·제도적 기반으로 정비되었다. 이제는 무장애관광이 선택적 복지를 넘어 보편적 관광정책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의 '2025년 무장애관광 인식 조사'에 따르면 관광취약계층의 75.9%가 여행 중 불편을 경험했다. 주요 불편사항은 이동동선 불편 72.4%, 교통수단 불편 57.9%, 관광지 내 편의시설 부족 44.6% 순이었다. 결국 어느 한 부분만 손봐서는 여행의 장벽을 온전히 낮출 수 없다는 뜻이다.


대구에서도 변화는 시작되고 있다. 중구 근대골목과 달성군 사문진주막촌, 비슬산군립공원은 문화체육관광부 열린관광지로 선정됐고, 장애인편의시설이 표기된 관광지는 126곳, 숙박시설은 61곳까지 늘었다. 그러나 이러한 시설과 정보가 아직 하나의 여행 경험으로 충분히 이어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점'이 아니라 '선', 나아가 '면'의 정책이다. 관광지에 경사로가 놓여 있어도, 역에서 그곳까지 데려다 줄 교통수단이 없을 수 있다. 식당과 숙소에 단차가 남아 있거나 필요한 장애인편의시설 정보를 미리 확인하기 어렵다면, 여행은 결국 중간에서 끊기고 만다. 동대구역에 내려 근대골목을 둘러보고, 서문시장에서 식사한 뒤 대구간송미술관을 거쳐 숙소로 돌아오는 하루의 동선이 막힘없이 이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교통과 인프라, 관광정보, 관광서비스라는 네 가지 축을 함께 움직여야 한다.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관광차량과 교통약자 이동수단을 주요 관광코스와 연계하고, 음식점과 숙박시설의 출입구와 작은 단차부터 세심하게 개선해야 한다. 결국 무장애관광 환경의 개선은 특정 계층을 위한 배려를 넘어, 도시의 관광브랜드를 높이는 동시에 모두가 접근가능한 관광도시로 끌어올리는 정책이 되어야 한다.


대구시는 2020년에 '관광약자를 위한 무장애관광 환경조성 및 지원 조례'를 제정했다. 2026년에는 이를 토대로 구·군 공모형 무장애관광 환경개선사업과 5개년 무장애관광 진흥전략계획 수립을 추진하고 있다. 첫 단추는 꿰어졌다. 이제 관건은 개별 시설의 보수에 머물지 않고, 교통과 시설, 정보와 서비스를 도시 전체의 관광동선 안에서 촘촘하게 잇는 일이다. 이상화 고택의 작은 승강기가 남다르게 다가오는 것은 단지 기계 한 대 설치에 있지 않다. '이 공간을 모두가 함께 누리게 하자'는 생각이 실제 시설로 옮겨졌기 때문이다. 누구도 계단 앞에서 여행을 멈추지 않는 곳, 대구가 '다시 찾고 싶은 도시'를 넘어 '누구나 다시 올 수 있는 도시'가 되는 길은, 한 사람의 불편까지 헤아리는 작은 배려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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