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60820023043326

[단독] “우리 땅이면 폐기물 쌓아도 되나”…해수청 공사 폐콘크리트 수십 톤, 울릉 사동항에 1년째 방치

2026-08-20 19:56

울릉군 “임시 야적장 승인한 사실 없어”…해수청 관계자 “우리 땅이라 문제없다”
남의 무단 지장물엔 철거 지시, 자기 공사 폐기물엔 사실상 ‘나 몰라라’

포항지방해양수산청 관리부지에 해수청 울릉도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폐콘크리트 수십 톤이 지난해부터 방치돼 있다. 홍준기 기자

포항지방해양수산청 관리부지에 해수청 울릉도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폐콘크리트 수십 톤이 지난해부터 방치돼 있다. 홍준기 기자

경북 울릉군 사동항 인근 포항지방해양수산청 관리부지에 해수청 울릉도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폐콘크리트 수십 톤이 지난해부터 방치된 사실이 확인됐다. 특히 해수청 관계자는 이 폐기물이 자체 공사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우리 땅에 야적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해명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20일 현장을 확인한 결과 사동항 인근 해수청 관리부지 한쪽에는 깨진 콘크리트와 석재류가 무더기로 쌓여 있었다. 일부는 방진망으로 덮여 있었지만 상당량은 외부에 노출돼 있었고 주변에는 잡초가 무성했다. 폐기물 더미 인근에는 포항지방해양수산청 명의의 '항만시설내 지장물 철거 지시' 공고문까지 붙어 있었다.


공고문에는 해수청이 관리하는 항만부지에 무단으로 사용 중인 장비·차량·컨테이너 등 지장물을 철거하라는 내용과 항만법 위반 시 처벌될 수 있다는 경고가 담겨 있다. 하지만 바로 같은 관리부지 안에는 정작 해수청 공사에서 나온 폐콘크리트가 장기간 쌓여 있는 것이다.


포항지방해양수산청 명의의 항만시설내 지장물 철거 지시 공고문 간판. 홍준기 기자

포항지방해양수산청 명의의 '항만시설내 지장물 철거 지시' 공고문 간판. 홍준기 기자

영남일보 취재 결과 포항지방해양수산청 항만건설과 물류팀은 해당 물량에 대해 "해수청 울릉도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폐기물"이라고 인정했다. 폐콘크리트는 약 10t가량인 것으로 파악됐다. 더욱이 울릉군 환경위생과는 해당 장소에 대해 "건설폐기물 임시 야적장으로 승인한 사실이 없다"​고 확인했다. 해수청 공사에서 발생한 폐콘크리트를 해수청 관리부지에 장기간 쌓아두면서 적법한 임시 야적장 승인 절차도 거치지 않은 셈이다.


「건설폐기물의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은 건설폐기물의 적정한 처리·보관을 규정하고 있으며, 임시보관장소를 이용하는 경우에도 법령이 정한 요건과 절차를 따르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해당 부지가 해수청 관리부지라는 이유만으로 건설폐기물을 자유롭게 장기간 야적할 수 있는지는 별도의 법적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다.


그런데 포항해수청 관계자는 영남일보와의 통화에서 "우리 현장에서 발생한 폐기물"이라면서 "우리 땅에 야적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답했다. 폐기물의 적법한 보관 여부가 토지 소유권이나 관리 주체만으로 결정되는 것처럼 해석될 수 있는 해명이다. 더구나 포항해수청 울릉항 안전관리소장은 해당 폐콘크리트가 지난해부터 쌓여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빨리 치우겠다"​고 밝혔다. 해수청 측이 지난해부터 폐기물이 현장에 쌓여 있었음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다.


결국 해수청이 직접 시행한 공사에서 폐기물이 발생했고, 이를 해수청 관리부지에 쌓아둔 뒤 1년 가까이 방치했으며, 울릉군은 해당 장소를 건설폐기물 임시 야적장으로 승인한 사실이 없다고 확인한 상황이다. 문제는 형평성이다. 해수청은 같은 관리부지에 '지장물 철거 지시' 공고문을 내걸고 무단 사용 장비와 시설물의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자신들의 공사에서 나온 폐기물은 장기간 그대로 두고 있었다.


울릉군 울릉읍 사동리 주민 장미애(48)씨는 "일반 주민이나 업체가 공사 폐기물을 이렇게 오래 쌓아놨다면 행정기관이 그대로 두고 봤겠느냐"며 "자기들이 관리하는 땅이라고 해서 마음대로 폐기물을 쌓아둘 수 있다는 해명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장씨는 이어 "사동항은 울릉도를 찾는 관광객들이 이용하는 중요한 관문인데 공사 폐기물이 치워지지 않고 잡초까지 무성한 모습을 보면 울릉도의 첫인상이 어떻게 보일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사동항은 울릉도를 찾는 관광객과 주민들이 이용하는 주요 관문이다. 콘크리트 파편과 석재류가 장기간 방치되고 방진망까지 훼손된 현장은 울릉도의 청정 이미지에도 좋지 않은 인상을 줄 수밖에 없다. 비산먼지와 우천 시 토사 유출 등 환경·안전 관리가 적절하게 이뤄졌는지도 확인이 필요하다.


해수청은 해당 폐기물이 어느 공사에서 발생했는지, 정확한 발생량과 반입 시점은 언제인지, 임시 야적을 결정한 주체는 누구인지, 지난해부터 왜 방치했는지, 앞으로 언제까지 처리할 것인지 등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 특히 다른 사람의 지장물에는 '철거'를 요구하면서 자신들의 공사에서 발생한 폐기물은 장기간 방치한 이유에 대해서도 책임 있는 설명이 필요하다.


'우리 땅에 쌓는 것은 문제가 없다'는 해명보다 중요한 것은 폐기물을 어디에, 어떤 절차로, 얼마나 오래 보관했느냐​다. 남의 지장물에는 '철거'를 요구한 해수청. 그러나 그 공사에서 나온 폐콘크리트는 같은 관리부지에 1년째 남아 있다. 사동항에 붙은 '철거 지시' 공고문이 오히려 해수청의 폐기물 관리 책임을 되묻는 장면이 되고 있다.



기자 이미지

홍준기

발로 뛰는 현장 취재와 심층 기획으로 울릉도와 독도의 가치를 기록하겠습니다.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