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소 5기가 밀집, 국가 에너지공급의 핵심거점 역할을 하는 경북 경주에서 정작 전력을 충분히 공급받지 못해 공장을 늘리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경주 안강읍에 본사와 공장을 둔 반도체·산업용 케미컬 소부장기업 <주>퓨릿이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최근 충남 예산 제2일반산업단지에 350억 원 규모의 신규 공장과 설비 투자를 결정했다. 새 공장 부지로 경주가 아닌 예산을 정한 것은 전력수급 문제 때문이었다. 원전을 바로 곁에 두고도 전기를 쓰지 못해 지역 기업들이 공장도 짓지 못하는, 기막힌 현실이다. 전력 인프라 정책의 심각한 허점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원전에서 아무리 많은 전기를 만들어 내더라도 이를 지역 산업단지나 공장으로 보낼 송전망이 턱없이 모자라다 보니 '전력 과잉공급 지역'이 오히려 '전력 기근 지역'으로 전락한 것이다. 경주만이 아니라 다른 경북 지역도 마찬가지다. 국내 원전의 절반인 13기가 경주와 울진에 있는 경북의 발전량은 전국 1위인데도 전력망 부족 현실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인데도 경북 동해안 지역에는 수도권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대형 송전망 확충공사가 한창이다.
지역 발전 기대 속에 기피 시설인 원전과 관련 시설을 떠안아온 경북 주민들이 지켜보는 마음이 어떻겠는가. 퓨릿이 전력 문제 해결을 위해 5년 동안 한전과 협의했지만 별 진척이 없었던 모양이다. 원전을 품으며 오랫동안 국가 전력수급을 위해 희생해온 지역 주민과 기업에 돌아온 보상이 '전기 부족'이라니, 지방균형발전을 중점 국정과제로 삼고 있는 정부의 진정성까지 의심케 하는 현실이다. 지금부터라도 지역 발전에 필요한 전력 공급망 확충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경주의 역설'을 하루빨리 끝내야 한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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