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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쳐 지나가는 대구관광...묶어둘 ‘요소’가 없다

2026-08-22 15:28

작년 대구공항 외국인 입국자 14만명, 청주에도 밀려
5성급 호텔 3곳…대기업 브랜드 진출은 번번이 무산
차별화된 체류형 ‘킬러 콘텐츠’ 프리미엄 숙박 비상
“예산 삭감·전담 기구 해체, 외국인 유치 동력 상실”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 동성로 관광특구, MICE 산업 육성과 같은 관광비전을 내세우고 있지만 대구는 킬러콘텐츠와 프리미엄 숙박인프라 부족으로 스쳐지나가는 도시가 되고 있다. 사진은 대구시내 전경. 영남일보  DB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 동성로 관광특구, MICE 산업 육성과 같은 관광비전을 내세우고 있지만 대구는 킬러콘텐츠와 프리미엄 숙박인프라 부족으로 '스쳐지나가는 도시'가 되고 있다. 사진은 대구시내 전경. 영남일보 DB

대구시가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 동성로 관광특구, MICE 산업 육성 등 거창한 관광 비전을 제시하고 있지만, 현실은 방문객을 묶어둘 킬러 콘텐츠와 프리미엄 숙박 인프라 부족으로 '스쳐 지나가는 경유지'에 머물고 있다.


공공 주도 마케팅 예산 축소와 전문 기구 해체로 외국인 유치 동력이 약화된 데다, 고급 호텔 객실 수가 전국 대비 2.1% 수준에 불과해 대형 국제행사의 특수마저 인근 부산과 경북에 빼앗기는 실정이다. 대형 비전만 무성할 뿐, 정작 관광객을 체류시킬 기본 인프라와 통합 기획 기능의 부재가 대구 관광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대로라면 신공항이 개항하더라도 인근 경주·안동으로 가기 위한 '단순 거점'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만큼, 관광 전담 기획 기능의 복원과 차별화된 체류형 콘텐츠 확충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구공항에서 국제선을 기다리는 시민들의 모습.  대구공항 대부분의 이용객은 해외로 나갔다 돌아오는 내국인 이용객이다. 영남일보 DB

대구공항에서 국제선을 기다리는 시민들의 모습. 대구공항 대부분의 이용객은 해외로 나갔다 돌아오는 내국인 이용객이다. 영남일보 DB

대구공항 입국객 82만 명 중 외국인은 고작 '14만 명'


법무부 출입국자 현황에 따르면 2025년 대구공항을 통해 입국한 인원은 총 82만4천345명이지만, 이 중 외국인은 14만3천321명(17.4%)에 그쳤다. 대구공항 대부분의 이용객이 해외로 나갔다 돌아오는 내국인 이용객이라는 뜻이다.


반면 인근 광역시인 부산의 김해국제공항은 같은 기간 총 594만3천359명의 입국자 가운데 외국인이 189만3천190명에 달해 전체의 31.9%를 기록했다. 입국자 10명 중 3명 이상이 외국인인 셈이다.


거점 지방공항인 청주공항의 가파른 성장세와 비교해도 대구의 한계는 드러난다. 2025년 청주공항을 통한 총 입국객은 102만3천376명으로 대구공항(82만4천345명)을 앞지른 데 이어, 외국인 입국자 수 역시 전년 대비 91.2% 급증한 12만1천491명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대구공항의 외국인 입국자 증가율이 17.9%(12만1천583명→14만3천321명)에 그친 것과 대조적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대구시의 관광 예산 대폭 축소가 자리한다. 대구시에 따르면 2019년 한창 관광산업에 몰두할 때의 관광 예산은 336억2천100만원이었으나, 코로나19 대규모 확산과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예산 삭감으로 2023년에는 127억원까지 뚝 떨어졌다. 이후 2024년 160억원, 2025년 101억원 등 예산이 대폭 줄었다.


이와 관련해 당시 대구시 집행부와 의회 관계자는 "지방재정 건전화 및 공공기관 구조조정 차원에서 중복 예산을 절감하고 대구문화예술진흥원으로 MICE 및 관광 기능을 통합해 행정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행정 효율화 해명과 달리, 예산 삭감과 전담 기구(대구컨벤션뷰로) 해체 이후 대구공항의 외국인 입국자 증가율은 타 거점 도시의 폭발적 성장세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정체됐다. 공공 주도의 마케팅 동력이 상실되면서 해외 유치 시장에서 대구가 완전히 소외되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다.


실제 대구시가 발표한 '2019 대구관광 실태조사'에 따르면 당시 대구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약 71만 1천 명으로, 2018년(55만 9천명) 대비 27.2% 증가했다. 한일 관계 악화 등 악재가 있었음에도 대만, 동남아 등 해외 마케팅 다변화를 통해 역대 최고 수치를 경신했다. 내국인 관광객 역시 2018년(661만 3천명) 대비 19.9% 증가한 793만 2천명을 기록할 정도였다.


◆낮아진 도시 인지도와 신규 관광 콘텐츠의 부재


'대구'가 관광지로서의 매력이 떨어진 주요한 이유로는 급격히 저하된 도시 인지도와 신규 관광 콘텐츠의 부재가 꼽힌다.


대구시는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동성로 관광특구 지정, MICE 산업 육성, 신공항 건립 등 대형 비전을 잇따라 제시하고 있지만, 정작 아직까지 관광객의 눈길과 발길을 사로잡을 만한 시그니처 대표 관광지나 체험형 콘텐츠 개발은 더디기만 하다.


트렌드가 격변하는 시대에서 새로운 투자나 관광콘텐츠 개발 없이 기존의 관광콘텐츠를 이용해야 하다 보니 대구를 찾는 방문객들 사이에서는 '더 이상 머물 이유가 없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미국에서 거주 중인 문승현(30)씨는 "10여년 만에 고향인 대구에 잠깐 방문하면서 인근 경상도 여행을 다니기로 결심했는데, 찾다 보니 동성로 외에는 특별한 관광지를 찾기가 어려웠다"며 "그러다 보니 인근의 경주, 부산 등에 놀러가 시간을 보냈는데 '관광'하는 기분이 들어 좋았다. 아무래도 대구가 인근 관광지로 개발된 도시와 비교하면 '거주지'의 느낌이 강해 '관광' 선택지에서 뺐다"고 말했다.


이응진 대구대 호텔관광경영학부 교수는 "대구는 교토를 방문한 뒤 저녁 엔터테인먼트가 풍부한 오사카로 넘어가는 일본의 관광 형태처럼, 경주·안동 등 주변 관광지의 중심 허브가 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며 "경주는 오후 8시만 돼도 어두워지지만 대구의 동성로, 종로, 수성못 등은 야간 엔터테인먼트와 음식 문화가 발달해 밤 10시 넘어서도 체류할 유인이 충분하다. 도시 자체가 가진 자원이 풍부함에도 이를 하나의 관광 동선으로 엮어내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향후 TK신공항이 개항하고 국제선 노선이 확대되더라도, 방문객을 지역에 묶어둘 '킬러 콘텐츠'와 프리미엄 숙박시설이 확충되지 않는다면 대구는 여전히 경주·안동 등 인근 관광지로 이동하기 위한 '경유지'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TK신공항·MICE 부르짖지만… 고급 호텔 객실 고작 1천500실도 못 미쳐


국제회의(MICE) 및 대규모 체류형 관광객을 소화할 고급 숙박 인프라 부족 역시 대구 관광의 심각한 걸림돌로 꼽힌다.


12일 문화체육관광부의 관광숙박시설 현황을 살펴보면, 2025년 말 기준 대구의 5성급 호텔은 3곳(818실), 4성급 호텔은 4곳(535실)으로, 4·5성급을 합쳐도 총 7개 업체, 1천353실에 불과하다. 전국 4·5성급 호텔 객실(총 6만 3천875실)의 2.1% 수준이다.


서울(2만 5천194실), 제주(9천499실), 부산(6천62실), 인천(5천290실)은 물론이고, 경기도(5천87실)나 강원도(3천492실), 경북도(1천925실)보다도 크게 뒤처지는 상황이다.


가성비 좋은 숙박업체도 부족했다. 국가데이터처 전국사업체조사 '업종통계지도' 서비스를 살펴보면 2024년 대구 여관(모텔) 사업체수는 601곳으로, 7년 전인 2017년(845곳)과 비교하면 28.9%나 줄었다. 대전(-32.0%)에 이어 두 번째로 큰 폭으로 감소했으며 전국 감소율(-12.7%)과 비교해도 더 가파른 감소폭을 보였다.


서울에 본사를 둔 한 기업 관계자는 "대구 뿐만 아니라 타 지역으로 여러 차례 출장을 다니는데, 유독 대구가 괜찮은 가격에 묵을 곳을 구하기가 너무 어렵다. 숙박업체가 괜찮으면 가격이 말도 안 되게 비싸고, 가성비가 괜찮으면 숙소 상태가 좋지 않았다"며 "기업 간부 등 VIP를 모시고 대구를 방문하게 될 경우, 적절한 객실 찾기가 어려워 고민이 많다"고 했다.


대기업 브랜드 호텔의 대구 진출 시도는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2024년 대구 도심에 호텔신라 브랜드가 들어선다는 소식이 있었으나 올 2월 중단됐다. 사진은 신라 호텔이 들어설 예정이었던 현 케이케이(옛 경북광유) 본사. 영남일보 DB

대기업 브랜드 호텔의 대구 진출 시도는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2024년 대구 도심에 호텔신라 브랜드가 들어선다는 소식이 있었으나 올 2월 중단됐다. 사진은 신라 호텔이 들어설 예정이었던 현 케이케이(옛 경북광유) 본사. 영남일보 DB

그간 대구에서 호텔 유치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대기업 브랜드 호텔의 진출 시도는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실제 지난 2024년 대구 도심에 호텔신라 브랜드가 첫 진출한다는 소식이 들렸으나, 올 2월 잠정 중단됐다.


당시 대구시와 해당 기업 관계자는 "고환율과 고금리, 고물가 상황이 이어지며 사업이 일시 중지된 것으로 안다. 일단 사업을 잠정 중단하고 몇 년간 상황을 좀 더 지켜보겠다"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인근 부동산 개발업자와 호텔업계에서는 '수익성이 맞지 않았던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놨다. 한국호텔업협회 및 관광통계에 따르면 2024년 대구 지역 호텔의 평균 객실 가동률(OCC)은 62.43%로 전국 평균(67.93%)을 밑돌았으며, 평균 객단가(ADR) 역시 12만 5천310원 선에 그쳐 서울(20만 703원), 부산(15만 7천864원)과 큰 격차를 보였다.


방문객 수와 객단가가 모두 낮다 보니 호텔 기업 입장에서는 선뜻 수백억~수천억 원의 투자금을 회수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프리미엄 호텔들이 대구 진출을 망설이거나 포기하는 배경에는 이같은 냉정한 시장 데이터가 자리 잡고 있다.


동성로 롯데스퀘어(롯데시티) 호텔 건립 사업은 시행사 측의 자금 조달 및 인허가 연기 문제로 수년째 본궤도에 오르지 못한 채 답보 상태다. 옛 노보텔 앰버서더 부지의 '그랜드 머큐어' 입점 추진 건 역시 시 대구시와 중구청 해당 부서 확인 결과 현재까지 정식 접수된 변경 인허가 신청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구시 관계자는 "현장 조사 및 타당성 검토 수준의 문의도 없었으며, 구체적인 사업 착공 단계에는 전혀 이르지 못했다"고 밝혔다.


◆대형행사는 대구 패싱인프라 갖춘 부산이나 경북으로


MICE 행사나 비즈니스 외빈, 고소비층 관광객을 수용할 리조트나 최고급 럭셔리 호텔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그간 대구에서 줄곧 제기돼왔던 문제다.


이탓에 지난해 경북 경주에서 열린 APEC 행사 때 대구는 '남의 집 잔치' 마냥 구경하는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당시 APEC 행사에는 2만여 명의 국내외 정·재계 거물들이 참여해 외교 및 글로벌 비즈니스 논의를 펼쳤다. 이웃동네인 경북에서 열린 '잔치'였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경주 보문단지 내 5성급 호텔에 머물렀고, 젠슨 황 엔비디아 CEO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인들과 일부 국가 대표단은 고급 호텔 인프라가 풍부한 부산해운대·기장 일대 5성급 호텔이나 경주 등에 머물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지역 호텔업계 관계자는 "방문객이 적고 물가가 싼 대구의 특성상 비싼 호텔료를 부르지 못하니 호텔들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거나, 아예 건물을 지을 생각조차 못하고 있다"며 "대구시가 신공항 개항과 MICE 산업 활성화를 외치지만, 이대로라면 대규모 인프라를 갖춘 부산이나 경북에 대형 행사를 빼앗기는 구조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응진 교수는 "대구는 엑스코(EXCO) 등 거대 인프라와 공항, 풍부한 먹거리·문화 소스를 다 갖고 있으면서도 이를 조화롭게 엮어낼 관광 전문 기획자가 부재한 상황"이라며 "과거 대구컨벤션뷰로 해체 사례처럼 전담 기획 기능이 약화된 것은 뼈아프다. 예술과 엔터테인먼트를 융복합해 떡볶이 축제, 재즈, 피아노 축제 등을 집객 산업으로 확장할 '대구관광재단'이나 비영리 전문 기획 기구를 하루빨리 재가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세나 대구시 관광산업과장은 "공격적인 국내외 홍보마케팅으로 관광도시 대구의 인지도를 대폭 높이고, 대구만의 차별화된 관광콘텐츠 개발로 관광객 유치에 전력을 다하겠다"며 "지역 전문가, 관광업계와 긴밀히 협력해 소비와 체류형 관광도시 도약을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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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영

지역에 먼저 다가서는 따뜻한 기자로 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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