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제안 16.8% 줄어들 때 답변은 49.1% 감소
공감 50개 넘기고도 미답변으로 남은 제안 56건
전문가 “처리 과정·정책 반영 성과까지 보여줘야”
토크대구 운영 규정 <토크대구 홈페이지 캡처>
대구시가 시민의 정책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구축한 온라인 소통플랫폼 '토크대구'가 운영 7년째를 맞았지만,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최근 시민 제안과 부서 답변 실적이 동반 감소한 데다, 시민 50명 이상의 공감을 얻어 대구시가 스스로 정한 '답변 의무 기준'을 충족하고도 답변 없이 방치된 미답변 제안이 56건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수천 명의 공감을 얻은 생활 밀착형 요구마저 행정의 외면을 받으면서, '토크대구'가 보여주기식 소통 창구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 제안 접수부터 처리 결과까지 관리하는 체계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7년간 시민제안 3천510건…교통 분야 가장 많아
토크대구는 민선 7기 공약사업으로 추진됐다. 시민이 정책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투표와 설문, 토론 등에 직접 참여하는 양방향 온라인 시정참여 플랫폼을 만든다는 취지였다. 기존 '두드리소' 제안시스템과 '스마트 보팅' 등 분산돼 있던 온라인 시민소통 채널을 하나로 통합하는 목적도 있었다.
이에 대구시는 2019년 5월부터 11월까지 1억8천800만원을 투입해 시스템을 자체 구축하고 같은 해 11월18일부터 운영을 시작했다.
13일 영남일보가 지난달 27일 기준 토크대구에 공개된 데이터를 전수 분석한 결과, 토크대구에 접수된 시민제안은 모두 3천510건이었다. 이 중 부서답변은 1천86건(30.9%), 정책반영은 122건(3.5%)으로 나타났다.
시민들이 가장 많이 제안한 분야는 교통이었다. 분야별로는 교통 분야가 812건으로 전체의 23.1%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이어 보건·건강 482건(13.7%), 문화·관광·체육 455건(13.0%), 기타 339건(9.7%), 복지 315건(9.0%), 환경 276건(7.9%), 행정·재정 250건(7.1%), 주택·도시 209건(6.0%) 등의 순이었다.
제안 제목 키워드에서도 생활밀착형 요구가 두드러졌다. '버스'가 243회로 가장 많았고, '설치'(194회), '지원'(111회), '개선'(103회), '노선'(92회), '자전거'(62회), '도로'(60회) 등이 상위권에 포함됐다.
개별 제안에 대한 시민 공감은 대형 교통 인프라에 집중됐다. 지난 2024년 등록된 '대경선(대구권광역철도) 비산역·평리역 신설 검토 요청'이 1만6천115명의 공감을 얻어 가장 많았다. '대구권광역철도 원대역 착공'(1만2천648명), 'LNG발전소 반대'(6천609명) 등이 뒤를 이었다.
토크대구 운영 현황. <토크대구 홈페이지 제공. 생성형AI 챗GPT>
◆제안·답변 동반 감소…답변율 36.4%→22.3%
'토크대구'가 시민 참여 창구로 일정 부분 자리를 잡았지만, 최근 들어 핵심 기능인 '시민제안에 대한 답변'은 약화되는 모습이다.
영남일보 분석 결과, 2024년에는 제안 475건 중 173건에 부서답변 또는 정책반영이 이뤄졌다. 답변율은 36.4%였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제안 395건 중 부서답변 또는 정책반영이 된 제안은 88건으로 줄었고, 답변율도 22.3%로 떨어졌다.
제안 수는 전년보다 16.8% 감소한 데 비해 답변 수는 49.1% 줄었다.
연간 제안 규모도 개설 초기에 비해 낮아졌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20년 1천43건이던 연간 제안 수는 2021년 443건, 2022년 428건으로 줄었다. 2023년과 2024년 각각 448건, 475건으로 소폭 증가했으나, 지난해엔 395건으로 다시 감소했다.
대구시가 밝힌 불채택 사유로는 중장기 검토가 48%로 가장 많았고, 법령·제도상 제약(26%), 예산 확보의 어려움(10%), 현실적인 추진 여건 미비(9%), 기존 사업과의 중복(7%) 순으로 나타났다.
김순덕 대구시 소통민원과장은 "정책반영률은 전체 제안보다 부서답변이 이뤄진 제안을 기준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며, 이 경우 11.6%로 나타난다"고 밝혔다. 이어 "시민제안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진 성과도 있다"며 "대구시는 어린이 통학로 교차로 알리미 등 안전시설 설치와 현금 없는 시내버스 전체 노선 확대, 대구수목원 맨발걷기 신발장 설치 등은 대표적인 정책반영 사례"라고 설명했다.
토크대구 부서답변 규정 <토크대구 홈페이지 캡처>
◆공감 기준 넘었지만 답변 안 한 사례 56건
대구시가 스스로 정한 답변 기준을 넘기고도 답변이 달리지 않은 사례도 적지 않았다. '토크대구'는 시민 제안을 공감토론에 부친 뒤 공감 50개 이상을 얻으면 담당 부서가 검토해 답변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영남일보 분석 결과(7월27일 기준) 공감 50개 이상을 받고 공감토론까지 종료된 제안 1천140건 가운데 56건은 '공감토론 종료·미답변' 상태였다.
특히 최근 미답변 비율이 크게 높아졌다. 2024년에는 기준을 충족한 179건 중 8건(4.5%)이 미답변이었지만, 지난해에는 120건 가운데 32건(26.7%)으로 급증했다. 공감 기준을 충족한 제안 4건 중 1건 이상이 답변을 받지 못한 셈이다.
미답변 사례 중에는 시민 수백~수천 명이 공감한 제안도 있었다. 지난 2023년 9월 등록된 '죽곡1지구 달구벌대로 및 대구외곽순환도로 접속도로 신설' 제안은 1천336명의 공감을 얻었으나, 미답변 상태로 남아 있다. 지난해 등록된 '직행1번 연경동 정류소 신설'과 '달성군-고령군 급행버스 신설' 제안에도 각각 250명과 216명이 공감했지만 토크대구에는 답변이 공개되지 않았다.
대구시는 이들 사례가 시 본청이 아닌 구·군 소관이거나 다른 민원창구에서 유사 민원이 처리되는 과정에서 답변이 누락됐다고 설명했다. 죽곡1지구 접속도로 신설은 달성군 소관이지만 달성군이 답변하지 않았고, 연경동 정류소 신설도 구·군 교통부서에서 검토할 사항이지만 답변이 달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연경동 정류소 신설 제안과 비슷한 내용의 민원은 지난해 2월28일 국민신문고에 접수돼 3월8일 별도로 답변이 이뤄졌다. 달성군-고령군 급행버스의 경우 고령군 검토가 우선 필요한 사안으로, 유사 청원이 달성군을 거쳐 고령군으로 이송됐다.
그러나 다른 기관 소관이거나 별도의 민원창구에서 처리됐더라도 '토크대구'에는 이 같은 처리 과정을 알리는 안내 없이 '미답변'으로 남았다. 제안자와 공감에 참여한 시민으로서는 자신의 제안이 어느 기관에서 어떻게 처리됐는지 '토크대구'만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셈이다.
김 과장은 "미답변 건은 구·군 소관이거나 다른 경로에서 유사 민원이 처리된 사례로 확인했다. 이송할 때도 왜, 어떻게 이송됐는지 답변을 달지 않았던 것이 맞다"며 "앞으로 총괄부서인 소통민원과에서 답변이 누락되는 경우가 없도록 더욱 꼼꼼히 살피겠다"고 말했다.
◆"제안이 어떻게 정책으로 이어졌는지 보여줘야"
'토크대구'는 시민의 목소리를 정책 형성과 실행으로 연결하는 양방향 플랫폼을 표방해온 만큼, 제안 이후의 처리 과정과 결과를 시민이 확인할 수 있도록 사후관리 체계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성수 영남대 행정학과 교수는 "제안을 냈는데 답변이나 정책 반영 등 후속 조치가 잘 보이지 않으면 '참여해도 달라지는 것이 없다'는 인식이 생길 수 있다"며 "시민 제안이 어떤 절차를 거쳐 검토·토론되고 정책에 반영되는지 보여주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온라인 플랫폼에 그치지 않고 시장이나 공무원이 참여하는 토론회·보고회 등을 통해 시민 의견이 어떻게 정책으로 이어졌는지 다시 설명하는 구조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성영태 계명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감 수 50개를 일률적인 답변 기준으로 삼는 방식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성 교수는 "공감 수가 제안의 정책적 가치와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며 "제안 내용과 공익성, 정책적 필요성 등을 함께 고려하는 유연한 심사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책 반영 결과를 보여주는 동시에 '제안하면 반영될 수 있고 참여 자체도 인정받는다'는 유인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혜수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는 "시민 제안과 답변 감소가 계속되면 토크대구가 형식적이고 보여주기식 플랫폼으로 인식돼 대구시 시민참여 정책 전반에 대한 신뢰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민이 자신의 의견이 실제 정책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도록 진행 상황뿐 아니라 반영 성과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며 "시민참여와 소통을 정책과 조직 운영에서 중요하게 다루겠다는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권혁준
영남일보 권혁준 기자입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