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60823027573689

[자유성] 디지털 세이렌

2026-08-24 06:00

영화 '오디세이'가 인기다. 호메로스의 서사시를 바탕으로 제작된 이 영화는 트로이 전쟁을 승리로 이끈 오디세우스가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기까지 겪는 험난한 여정과 고난을 다룬다.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저주로 겪는 시련 가운데 특히 세이렌의 유혹이 자주 회자된다. 글로벌 커피 체인 기업 스타벅스의 로고로도 익숙한 세이렌은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의 상징이다. 신화 속 세이렌은 바위 위에서 달콤한 노래로 선원들을 홀려 배를 좌초시킨다. 오디세우스는 선원들의 귀를 밀랍으로 막고, 자신은 돛대에 몸을 묶어 '세이렌의 노래'를 견뎌낸다. 세이렌의 노래는 문학과 영화는 물론 상업적으로도 사랑받는 은유다. 치명적인 유혹, 파멸로 이끄는 아름다움이 만들어내는 이미지가 인간의 상상력을 강렬하게 자극하기 때문이다.


세이렌은 현대에 이르러 디지털 환경의 유혹적 기제들로 다가온다. 알고리즘의 바다에 빠뜨리는 이른바 '디지털 세이렌'이다. 알고리즘은 우리가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나 편향된 정보만을 끊임없이 들려준다. 세이렌의 노래에 취해 배가 좌초하듯, 현대인은 알고리즘에 홀려 시간을 빼앗기고 도파민의 세계로 빠져든다. 디지털 세이렌은 때로 음모론이나 극단적인 정치 담론을 제공하며 개인의 비판적 사고 능력을 마비시킨다. 물론 오디세우스가 자신을 돛대에 묶었듯, 현대인들 역시 '디지털 돛대'를 세우기 시작했다. 종이책 읽기나 손글씨 쓰기 같은 아날로그 활동이 다시 주목받고, 스마트폰 대신 전화와 문자만 되는 고전적인 피처폰을 찾아 사용하는 젊은이들도 늘고 있다. 신화 속 세이렌과 오디세우스의 싸움이 수천 년이 지난 현대에 와서도 형태만 바꾼 채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이 자못 흥미롭다.



기자 이미지

조진범

대구경북과 대한민국의 내일을 고민하는 논설위원입니다.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생활/문화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