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엽 엘엔피파트너스(주) 대표
하루가 다르게 민심과 멀어져 가는 듯한 국민의힘 당내 풍경을 보고 있자면 걱정 어린 시선을 넘어 서글픔의 한탄(恨歎)이 가슴 한곳을 멍하니 채우고 있음을 느낀다. 지방선거 이후 당내 갈등 수습과 통합에 매진해야 할 국민의힘이 오히려 내부 분열과 징계 폭풍으로 연일 어수선하기 그지없다.
언제부터였는지도 모를 정도로 국민의힘을 향한 민심의 시선은 차가울 대로 차가워졌고 매섭기만 하다. 지난 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겸허한 반성과 함께 당의 전열 정비에 매진해야 할 국민의힘이 연일 터져 나오는 내부 징계 갈등 문제로 아수라장을 방불케 하고 있다. 다수의 정치권 관계자는 지금의 장동혁 대표 체제는 당내 리더십 붕괴라는 치명적 약점을 안고 대의명분과 정당성이 상당 부분 결여(缺如)된 계파정치에 몰두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정당이란 모름지기 다양한 목소리를 용광로처럼 녹여내어 새로운 가치와 미래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것이 본분임에도 불구하고 지금 국민의힘은 오직 침묵과 순종만을 강요하는 권력의 사유화 경로를 걷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이러한 당내(黨內) 혼란의 이면에는 구조적인 취약성이 자리 잡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현재 당내에는 유력 대선 주자군(群)이 마땅히 가시화되어 있지 않거나 여러 정치적 위험에 노출된 상태에 있다. 선거법 리스크를 안고 있거나 복당 문제가 첨예하게 갈등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도부는 당의 체질 개선이나 기회의 확대를 통해 구조적인 위기 상황을 돌파해 나가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하지만, 오히려 이를 당내 권력 장악과 반대파 징계라는 통제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곳곳에서 나온다는 것은 뼈아픈 지적이다. 반대파를 향한 무차별적인 징계 정치는 당내 민주주의를 질식시키고, 보수정치가 지녀야 할 포용력과 다양성의 가치를 스스로 허물어뜨리는 자해적 행위일 뿐만 아니라, 보수의 지지 기반을 급격히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리게 할 뿐임을 직시해야 한다.
이처럼 국민의힘 내부 갈등과 균열이 극에 달한 즈음, 정치권 일각에서는 권력구조 개편을 화두로 한 '개헌론(改憲論)'이 다시금 거세게 고개를 들고 있다. 당리당략이나 파벌 싸움을 넘어 국가의 미래 100년을 좌우할 거대한 시대적 흐름과 헌정적(憲政的) 과제가 논의되어야 할 시점이 다가온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국가의 명운을 가를 거시적 대전환의 시기를 앞두고 집권 여당은 여당대로, 제1야당은 말할 것도 없이 비전과 대안을 선도해야 할 각 당 지도부가 여전히 작은 권력 다툼과 사법·징계적 잣대에 갇혀 시야의 협소함을 드러내고 있다. 큰 정치를 해야 할 공간에 옹졸한 사감(私憾)과 당파성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형국이다.
돌이켜보면 보수정치의 본령은 책임과 상식, 그리고 민생을 향한 유능함에 있었다. 국민의힘이 보수정치의 진정한 적장자(嫡長子)라면 당내 이견을 억누르는 뺄셈의 정치가 아니라 다양한 목소리를 건강한 긴장 관계로 수용하는 통합의 리더십을 복원해야 한다. 지금의 보수가 위기에 빠진 진짜 이유는 스스로 지켜야 할 가치와 대의명분을 내팽개쳤기 때문이다.
장동혁 대표 체제는 지금이라도 징계 만능주의의 칼끝을 즉각 거두어야 한다. 칼끝이 향해야 할 곳은 내부 동지가 아니라 민생을 위협하는 거대한 경제적·사회적 문제의식이어야 한다. 눈앞의 일시적인 당권 유지와 권력 사유화라는 유혹에서 벗어나 더 큰 시대적 흐름 속에서 정도(正道)의 정치를 걸어갈 때만이 비로소 민심의 바다에서 다시 신뢰의 닻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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