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립선암, 남성암 1위에 올라
수도권 대신 가까운 지역서 장기관리
이준녕 포항세명기독병원 비뇨의학센터장이 전립선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전준혁 기자
우리나라 남성에게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이 바뀌었다. 지난 2023년 국가암등록통계에서 전립선암이 폐암을 제치고 남성 암 발생 1위에 오른 것이다. 주요 원인으로는 인구 고령화와 서구화된 식습관 등이 꼽힌다. 특히 전립선암은 초기에는 뚜렷한 증상이 없어 배뇨장애 등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기보다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일찍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준녕 포항세명기독병원 비뇨의학센터장은 전립선암 로봇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비뇨기 종양 분야 전문가다. 지금까지 환자들에게 시행한 전립선암 수술은 약 600례, 이 가운데 로봇수술이 약 550례에 이른다. 이 센터장은 비뇨기암 치료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수술 한 번을 잘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전립선암은 재발 여부를 장기간 추적해야 하고, 필요에 따라 수술과 방사선치료, 약물치료 등을 이어가야 하는 만큼 환자가 생활하는 지역에서 꾸준히 관리받을 수 있는 의료체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가 포항세명기독병원을 선택한 것도 이런 이유와 맞닿아 있다. 대학병원에서 진료의뢰서를 통해 세명기독병원의 의료 수준을 접하면서 영상의학과와 핵의학과, 방사선종양학과 등 전립선암 진료에 필요한 진료과와 장비가 잘 갖춰져 있다는 점을 눈여겨봤다. 여기에 병원 측의 권유가 더해지면서 포항행을 결정했다. 이 센터장은 "전립선암은 한 번 수술하고 끝나는 병이 아니다. 재발 여부를 10년, 15년씩 추적해야 하는 환자도 있다"라며 "그렇다면 굳이 멀리 서울이나 대도시까지 가서 평생 관리할 필요가 있느냐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준녕 센터장이 강조하는 '지역에서의 진료'는 단순한 거리상의 편의를 뜻하지 않는다. 암 치료 이후에도 환자와 의료진이 지속적으로 만날 수 있고, 작은 이상이나 궁금증이 생겼을 때 바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 자체가 치료의 중요한 부분이라는 설명이다. 대학병원에서 근무할 당시 그는 포항 등 지역 환자들이 진료와 치료를 위해 대구나 수도권까지 이동하는 현실을 숱하게 봤다. 한 달에 한 번씩 진료를 받아야 하거나 방사선치료처럼 반복적인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장거리를 오가는 것은 환자와 보호자 모두에게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 센터장은 "포항에 계시는 분이 연고도 없는 대구까지 한 시간 반, 두 시간을 와서 1~2분 진료를 받고 다시 돌아가는 것은 너무 힘든 일이다"면서 "가까운 곳에 실력 있는 의료진과 좋은 장비가 있다면 그것이 환자와 보호자에게는 큰 행운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 센터장이 포항세명기독병원에 합류한 이후에는 포항뿐 아니라 경남과 대전, 대구 등 다른 지역에서도 로봇수술을 받기 위해 환자들이 찾아오는 사례가 늘고 있다. 기존 대학에서 진료받던 포항 환자들이 이 센터장을 따라 지역에서 치료를 이어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가 보는 포항세명기독병원 비뇨의학센터의 경쟁력은 '양질의 진료를 신속하게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전립선암은 수술만으로 치료하는 질환이 아니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방사선치료, 남성호르몬을 억제하는 항호르몬치료, 항암치료 등 다양한 치료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따라서 비뇨의학과만 잘 갖춰져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영상의학과와 핵의학과, 방사선종양학과, 혈액종양내과 등이 유기적으로 연계돼야 한다. 이 센터장은 "전립선암의 적절한 진료를 위해서는 실력 있는 비뇨의학과 전문의를 포함해 영상의학과, 핵의학과, 방사선종양학과, 혈액종양내과가 함께 갖춰져 있어야 한다"며 "세명기독병원은 지역병원이지만 전립선암 진단과 치료에 필요한 인력과 장비 측면에서 상당히 잘 갖춰져 있다"고 말했다.
특히 로봇수술에 대해서는 전립선암 수술에 최적화된 치료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전립선은 골반 깊숙한 곳에 위치해 수술 시 시야 확보가 어렵고 주변에는 요도 등 중요한 기능과 관련된 구조물이 자리하고 있다. 로봇수술은 고배율의 입체적 시야와 정교한 기구 움직임을 통해 좁고 깊은 공간에서 세밀한 수술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전립선은 골반 안쪽 깊숙한 곳에 있어서 눈으로 잘 보이지 않는다"며 "로봇수술은 그런 부위에 접근해 아주 세밀하게 수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전립선암에서 로봇수술이 특히 특화돼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다만 이 센터장은 환자들이 '로봇수술을 받으면 암 치료가 끝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전립선암은 치료 방법이 다양한 만큼 개별 환자의 병기와 위험도에 맞는 치료 선택이 중요하고, 치료 이후에도 장기간 추적관찰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우리나라 환자들이 외국 자료나 인터넷 정보를 바탕으로 전립선암을 지나치게 '순한 암'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경계했다. 그러면서 2023년 전립선암이 남성암 발생 1위에 오른 데 대해선 이미 학계가 오래전부터 예상했던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고령화와 서구화된 식습관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전립선암 증가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문제는 전립선암의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다는 데 있다. 이 센터장은 전립선 비대증처럼 배뇨 증상이 있다고 해서 전립선암을 조기에 알아차릴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초기에는 아무런 증상이 없을 수 있고, 전이가 진행돼도 상당 기간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검진의 중요성이 더욱 크다. 이 센터장은 가족력이 없다면 50대부터, 아버지나 형제 등 가족 중 전립선암 환자가 있다면 40대부터 비뇨의학과를 찾아 PSA 검사 등을 받아볼 것을 권했다. 생활습관 관리도 중요하다. 특정 음식 하나를 먹는 것으로 전립선암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며, 붉은 육류와 튀긴 음식 등을 줄이고 채소를 충분히 섭취하면서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등 일반적인 만성질환 관리와 비슷한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전립선암은 진단 이후의 관리가 특히 중요하다. 수술이나 방사선치료를 받은 뒤에도 재발 여부를 오랫동안 확인해야 하고, 재발하더라도 추가적인 방사선치료나 약물치료 등 다양한 치료법을 선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이 센터장은 전립선암을 '한 번 치료하면 끝나는 암'보다 '장기간 관리해야 하는 암'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암 치료를 5년 했으니까 이제 끝났다고 설명하지 않는다. 10년, 15년은 추적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결국 평생 관리한다는 개념이 필요하며 그런 의미에서 환자가 생활하는 곳 가까이에서 계속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밝혔다.
충분한 설명과 환자와의 소통 역시 그가 지역 진료의 장점으로 꼽는 부분이다. 대학병원에서는 많은 환자를 짧은 시간 안에 진료해야 하는 구조적 한계가 있지만, 지역병원에서는 환자의 상태와 치료 방법, 수술 후 관리 등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고 환자 스스로 자신의 치료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센터장은 "환자에게 진료하는 시간이 늘면서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는 점이 개인적으로도 만족스럽다"며 "환자가 자신의 병을 이해하고 치료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수술 후 회복과 관리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가 내세우는 목표도 거창한 숫자나 규모가 아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수술을 하는 센터가 되겠다는 식의 목표 대신 자신에게 몸을 맡긴 환자 한 명, 한 명에게 후회하지 않을 치료를 제공하는 의사가 되고 싶다는 것이다. 이준녕 센터장은 "저를 믿고 몸을 맡겨주신 환자 한 분, 한 분에게 후회되지 않는 치료를 해드리는 것이 목표다"며 "저에게 진료받은 분들이 '실력 있는 고마운 의사였다'고 기억해주신다면 그것이 가장 큰 보람이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비뇨기 질환이나 전립선암을 걱정하는 지역민들에게 증상이 생길 때까지 기다리지 말라고 당부했다.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한 치료를 선택하고, 이후 오랜 시간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수도권으로 향하는 긴 이동과 짧은 진료를 반복하기보다 환자가 살아가는 지역에서 치료의 시작과 끝을 이어갈 수 있는 의료체계가 결국 삶의 질을 지키는 방법이라는 그의 말이 지역 의료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전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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