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오후 8시쯤 경북 영양군 입암면 산해리 인근 곡선도로에서 도로 가장자리에 넘어진 의료용 전동차를 발견한 영양경찰서 소속 박형태·오덕범 순경이 도로 아래 풀숲에 쓰러진 70대 노인을 구조하고 있다. 박형태 순경 차량 블랙박스 영상
가로등 하나 없는 어두운 시골길. 굽은 도로를 지나던 차량들은 사고 현장을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퇴근길 경찰관 두 명은 '뭔가 이상하다'는 직감을 외면하지 않았다. 잠시 되돌아간 그들의 판단은 풀숲에 쓰러져 있던 70대 노인의 생명을 구했다.
경북 영양경찰서 소속 박형태·오덕범 순경은 지난 21일 오후 8시쯤 근무를 마치고 안동으로 향하던 중 입암면 산해리 인근 곡선도로에서 도로 가장자리에 넘어진 의료용 전동차를 발견했다.
처음에는 그대로 지나쳤지만, 전동차가 계속 마음에 걸렸다. 두 사람은 차량을 후진시켜 현장으로 돌아갔고, 도로 아래 풀숲에서 쓰러져 있는 70대 남성을 발견했다.
노인은 의료용 전동차를 타고 귀가하던 중 곡선구간에서 중심을 잃고 도로 아래로 굴러떨어진 상태였다. 지체 장애가 있어 스스로 빠져나오지 못했고, 가로등조차 없는 현장은 자칫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컸다.
왼쪽부터 박형태 순경, 오덕범 순경. 본인 제공
두 경찰관은 곧바로 역할을 나눴다. 오 순경은 노인의 의식과 건강 상태를 확인한 뒤 안전한 곳으로 부축했고, 박 순경은 차량에 있던 경광봉으로 후방 차량의 서행을 유도하며 112에 신고해 2차 사고를 막았다. 잠시 뒤 입암파출소 경찰관들이 도착하자 두 사람은 구조 상황을 설명하고 노인을 안전하게 인계한 뒤 다시 길을 나섰다.
박 순경은 "처음에는 그냥 지나쳤지만 계속 마음이 쓰였다"며 "다시 돌아가지 않았다면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은 가로등도 없고 굽은 길이라 앞서가던 차량들도 사고를 보지 못한 것 같았다"며 "누구라도 같은 상황이라면 차를 세웠을 것"이라고 했다.
구조된 노인은 입암면 산해리 주민으로, 큰 부상 없이 경찰의 도움을 받아 안전하게 귀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구조는 특별한 장비보다 작은 이상도 지나치지 않은 책임감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되돌아본 몇 초의 판단이 한 생명을 지켜냈고, 시민의 안전을 향한 경찰의 사명감은 근무시간 밖에서도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피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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