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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의 그단새] 경북 동해안에 해녀가 많다

2026-08-25 06:00
안도현 시인

안도현 시인

경북 동해안에는 제주도 다음으로 해녀가 많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의 잠수기선이 제주 바다를 황폐하게 만들자 제주 해녀들은 쫓기듯 육지로 활동 반경을 넓혔다. 뭍으로 나온 해녀들을 출가 해녀, 혹은 출향 해녀라고 부른다. 이들에게서 물질을 배운 육지 해녀들이 경주, 포항, 영덕, 울진, 울릉도 등 동해안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고, 현재 경북에는 1천여 명 안팎의 해녀들이 물질을 계속하고 있다.


나처럼 헤엄에 젬병인 '육지 것'에게 바다의 수심은 가늠할 수 없는 어떤 우주와도 같다. 특별한 다이빙 장비도 없이 바다로 내려간다는 것은 거의 경이에 가깝다. 자그마치 수심 10m 이상 내려갈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면 상군이라고 부른다. 베테랑이라는 뜻이다. 5m에서 7m 정도 내려가면 중군, 초보이거나 기력이 떨어져 수심 3m에서 5m 정도 얕은 바다에서 물질을 하는 해녀는 하군이다. 수심 1m만 넘으면 두려움이 밀려오는 나 같은 자는 '저급' 축에도 끼지 못할 것이다.


제주의 해녀 문화는 2016년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해녀들의 독특한 공동체 문화와 지속 가능한 해양 노동 활동의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여성으로서 집안의 온갖 살림살이를 책임져 온 해녀 문화의 역사성을 세계가 주목한 것. 제주 해녀에 비하면 동해안 해녀는 여전히 마땅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해녀들의 수익은 어촌계와 나눠 가지는데 제주는 5:5, 동해안은 해녀와 어촌계가 4:6이나 3:7로 나누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포항 구룡포에선 해녀가 7, 어촌계가 3을 갖는다. 그만큼 여기서는 해녀들의 노동과 지위를 인정해 준다는 뜻이다.


현재 구룡포리 어촌계장으로 일하고 있는 성정희 회장을 만났다. 경상북도의 150개가 넘는 어촌계 중 유일하게 여성이 선출된 사례다. 성 회장은 해녀 출신으로 현재 경상북도 해녀협회 회장을 맡는 등 왕성하게 활동을 펼치고 있다. 1952년생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만큼 활력이 넘쳤다. 마당에서 해녀들이 갓 잡은 뿔소라를 삶아서 손질하고 있었는데, 불쑥 건네는 소라를 입에 넣었더니 달큼한 바다의 맛이 입안에 감돌았다.


경북관광공사 김남일 사장은 동해안의 해녀 문화에 일찍부터 관심을 가졌다. 동해안 해변도로 주변에 우후죽순 카페와 횟집들이 늘어나고 있었지만 정작 해변의 주인인 해녀들에게는 무관심한 현실이 안타까웠다. 경북해녀협회와 해녀합창단 설립을 지원하고 잠수병 등을 치료할 수 있는 고압산소치료센터를 포항성모병원에 개소하는 데도 힘을 보탰다. 구룡포리에 해변복지비스니스센터가 올가을 완공을 앞두고 있다. 이 건물이 세워지면 해녀들의 안전한 작업장, 카페 등이 마련되어 동해안 해녀들의 복지 수준이 한 단계 높아질 전망이다.


'구룡포리해녀길'이라는 도로명이 만들어지고 호미곶이 국가해양생태공원으로 지정되었지만 해녀들이 물질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완벽한 건 아니다. 밤이면 정체불명의 다이버들이 허가 없이 어족 자원을 훔치는 일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한다. 해안은 어촌계와 해녀들의 생존의 터전이다. 해녀들은 낮에 고된 물질을 하고 밤에는 또 해적들을 경비하는 일까지 도맡아야 한다. 동해안이 치안의 사각지대가 되어서는 안 되겠다.


동해안 해변도로를 가게 되면 거기에서 바다를 끌어올리는 해녀들이 있다는 걸 잊지 말자. 해녀들의 바다가 안전해야 우리의 몸에도 안전한 바다가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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