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급 연구대학 약속서
5극3특 인재양성 전면에
세계 100대 목표 흐려져
연구대학, 지역혁신 별개
최종목표부터 분명히 해야
이재명 정부의 대표적인 고등교육정책인 '서울대 10개 만들기'라는 이름은 남아 있지만, 정부가 내놓은 실행안을 들여다보면 당초 공약과 정책의 강조점이 적지 않게 달라졌다. 지역 거점국립대를 서울대에 버금가는 대학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에서 5극3특 성장엔진과 연계한 교육·연구·인재양성이 정책의 전면에 나섰다.
대선 공약은 분명했다. 지역 거점국립대에 전략적으로 투자해 학생 1인당 교육비를 단계적으로 서울대 수준까지 끌어올리고, 10년 안에 세계 100대 대학에 거점 국립대 3곳 이상을 진입시키겠다고 했다. 핵심은 지역에서도 서울대 수준의 교육여건을 갖추고 세계 대학과 경쟁할 거점국립대를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정부가 지난 4월 확정한 '성장엔진 연계 지역인재 양성방안'에서는 정책의 무게중심이 달라졌다. 올해는 거점국립대 9곳 가운데 3곳을 먼저 선정한다고 했다. 선정 대학에는 브랜드 단과대학과 특성화 융합연구원, AI 거점대학을 집중 지원하고 전년보다 교당 약 1천억원을 추가 투입한다. 핵심은 5극3특 성장엔진, 즉 지역 전략산업과 대학의 교육·연구·취업을 연결하는 것이다. 물론 정부도 3곳만 키우겠다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나머지 6개 대학에도 추가 지원하면서 전체 거점국립대의 교육·연구 수준을 높이는 한편, 경쟁을 통해 선정한 3곳에는 별도의 집중지원을 하는 '투 트랙' 방식이라고 말한다. 향후 지원 확대 시기와 규모는 3개 대학의 성과와 대학·지역·산업계의 준비 상황을 보면서 결정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정책 목표의 무게중심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대선 공약은 학생 1인당 교육비를 '서울대 수준'으로 높이겠다고 했다. 현재 실행안은 2030년 약 4천400만원, 서울대의 70%를 목표로 한다. 공약에서 명시했던 '10년 내 세계 100대 대학 3곳'이라는 구체적 목표는 최근 실행계획에서 전면에 보이지 않는다. 대선 공약에 비해 현재 실행안은 3개 대학의 경쟁선정과 2030년까지의 단계적 지원계획으로 축소됐다.
물론 지역 전략산업과 대학을 연결하는 것은 필요하다. 반도체가 강한 지역에서 반도체 연구를 하고, 미래차나 바이오 산업이 있는 지역에서 관련 인재를 키우는 것은 당연하다. 지역의 좋은 일자리와 대학 경쟁력은 서로 떼어놓을 수도 없다. 문제는 대학을 세계적인 연구중심대학으로 키우는 것과 대학을 지역 산업발전을 이끄는 혁신 거점으로 만드는 것은 서로 다른 정책 목표라는 점이다. 특정 산업에 특화된 교육·연구조직을 육성하는 것과 거점국립대의 교육·연구 경쟁력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필요한 정책수단과 성과지표는 같을 수 없다. 서울대급 대학을 만들려면 우수한 교수진과 대학원생, 안정적인 연구비, 기초학문을 포함한 연구생태계를 장기간 축적해야 한다.
세계적 연구중심대학 육성과 지역 산업발전을 이끄는 대학 혁신은 함께 추진할 수 있다. 그러나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를 대신해서는 안 된다. 특히 9개 거점국립대 전체를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에서 3개 대학을 경쟁으로 선정하는 방식을 도입하기로 한 만큼, 정부는 이러한 선택과 집중이 어떤 최종 목표를 위한 것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 10년 뒤 어떤 대학을 만들 것인지, 두 목표를 어떤 정책수단과 성과지표로 함께 달성할 것인지도 분명하게 제시해야 한다. '서울대 10개'라는 이름보다 중요한 것은 그 안에 무엇을 담는가이다.
박종문
청류(淸流)와 탁류(濁流) 사이, 시대정신을 고민합니다. Navigating between the clear and the turbid, reflecting on the Zeitgeist.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