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60831021325407

[문화산책] 재즈는 언어다

2026-09-01 06:00
김대호 빅타이거그룹 대표·기타리스트

김대호 빅타이거그룹 대표·기타리스트

재즈를 처음 접하는 사람이나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내가 자주 하는 이야기가 있다.


'즉흥연주는 언어와 닮아 있다.'


재즈에서 흔히 이야기하는 릭(lick)이나 프레이즈(phrase)는 언어의 좋은 단어나 문장에 비할 수 있다. 우리가 책이나 신문을 많이 읽는 습관을 통해 자연스럽게 어휘력을 늘려가듯, 재즈의 즉흥연주 역시 좋은 음악을 많이 듣고 연주를 카피하면서 자신만의 음악적 어휘를 쌓아갈 수 있다. 그렇게 익힌 단어와 문장들은 즉흥연주 속에서 조금씩 자신만의 이야기가 된다.


재즈 앨범이나 라이브 공연에서 뛰어난 연주자들의 연주를 듣고 있으면, 처음부터 빽빽하게 음표를 채우거나 격렬한 감정을 쏟아내는 경우는 생각보다 드물다. 사람을 만나 대화를 시작할 때도 처음부터 가장 깊은 이야기를 꺼내놓지는 않는다. 가벼운 안부를 묻고 서로의 반응을 살피며 조금씩 대화의 깊이를 더해간다.


재즈의 즉흥연주도 흡사하다. 처음에는 단순한 모티브와 짧은 프레이즈로 이야기를 시작하고, 적절한 쉼표를 남긴다. 그리고 연주가 진행될수록 내용을 조금씩 발전시키며 음표의 수는 늘어나고, 음의 높낮이와 리듬, 뉘앙스와 테크닉도 다양해진다. 하나의 이야기가 점점 고조되는 것처럼 음악 역시 자신만의 흐름을 만들어간다.


함께 연주하는 사람에 따라 전혀 다른 음악이 만들어진다는 점 역시 재즈가 대화와 닮은 이유다. 재즈에는 '인터플레이(interplay)'라는 개념이 있다. 서로의 연주를 귀 기울여 듣다가 상대가 던진 리듬이나 화성, 짧은 멜로디를 받아 비슷하게 되돌려주기도 하고, 그것을 조금 더 발전시켜 새로운 이야기로 이어가기도 한다. 누군가의 말을 듣고 그 안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발견해 대화를 이어가는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만나는 사람에 따라 우리의 대화가 달라지듯, 같은 곡이라도 누구와 연주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음악이 탄생한다. 그리고 상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사람이 더 좋은 대화를 이끌어가듯, 좋은 재즈 연주자 역시 자신의 이야기만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다른 연주자의 이야기를 잘 듣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재즈는 어렵고 낯선 음악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재즈를 언어와 대화에 빗대어 생각하면 그 간극은 생각보다 많이 줄어든다. 전문적인 지식이 없더라도 음악을 들으며 연주자들이 지금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서로의 이야기에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 그리고 함께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는지를 상상해보자. 모든 화성이나 형식을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그들의 대화 방식을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면, 재즈를 듣고 보는 즐거움도 한층 커질 것이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생활/문화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