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말 국내 체류외국인은 278만 명으로, 주민등록인구의 5.4%에 해당하는 규모다. 대구·경북에도 90일을 넘겨 체류하며 등록한 외국인이 대구 4만여 명, 경북 8만8천여 명 등 12만8천 명에 이른다. 거리와 일터, 학교에서 외국인을 만나는 일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우리 사회는 이미 외국인과 함께 살아가고 있지만 법과 제도는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부분이 있다. 최근 헌법재판소가 한국에서 태어난 외국인 아동의 출생등록 문제를 짚은 것도 그중 하나다.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부모의 신고에 출생등록을 맡겨왔다. 신고되지 않은 아동이 국가 보호망에서 사라지는 문제가 잇따르자 헌재는 2023년 '태어난 즉시 출생등록될 권리'를 기본권으로 인정했다. 정부도 2024년 출생통보제를 도입해 의료기관에서 태어난 아동의 출생 사실을 국가가 파악하도록 했다. 그러나 외국인 아동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남았다. 헌재는 이번 결정에서 출생등록될 권리가 국적에 따라 달라질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아이는 어느 나라에서 어떤 부모에게 태어날지 선택할 수 없다. 부모의 국적이나 체류자격 때문에 태어났다는 사실조차 국가가 기록하지 않는다면 최소한의 보호도 어려워진다. 출생등록은 아동의 존재와 신분을 확인하고 학대와 유기 등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기초적인 장치다.
이번 결정은 부모의 국적이나 법적 지위 때문에 아이의 기본적 권리까지 달리 취급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확인한 것이다. 대한민국 경제와 문화의 위상이 높아진 만큼 인권의 수준도 그에 걸맞아야 한다. 국적과 출신에 관계없이 기본적 권리가 존중받는 사회, 그것이 우리 국력과 위상에 걸맞은 선진국의 모습이다. 박종문 논설위원
박종문
청류(淸流)와 탁류(濁流) 사이, 시대정신을 고민합니다. Navigating between the clear and the turbid, reflecting on the Zeitgeist.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