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따라잡는다”…청송 자두·복숭아의 맛있는 반란
청송에서 나는 과일은 당도가 높고 향기가 진하다. 일교차가 크고 일조량이 풍부한 지역적 특성 덕분이다. 사과는 이미 정평이 나 있고, 자두와 복숭아도 품질만 놓고 보면 어느 지역에도 뒤지지 않는다. 청과물 유통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청송 자두와 복숭아에 엄지를 치켜든다. 크게 성공한 형의 그늘에 가려 눈에 띄지 않았으나 어느새 만만찮은 실력을 쌓은 아우들, 바로 청송 자두와 복숭아다.
청송군에 따르면 2025년 청송의 과일 재배 면적은 사과가 3천360ha, 자두가 148ha, 복숭아가 81ha였으며, 생산액은 각각 3천400억 원, 54억 원, 39억 원이었다. 양으로는 비교가 안 되지만 ㎏당 가격은 자두와 복숭아가 사과보다 비쌌다. 2024년 대비 소득도 사과는 비슷했으나 자두는 9%, 복숭아는 22% 높았다.
청송 자두의 80%는 추희 품종으로, 늦서리를 피하는 가을 자두다. 녹황색에서 익으면서부터는 점점 붉은색을 띠며 당도가 높고 과육이 단단해 저장성이 좋다.
재배량 80% 차지하는 가을자두 '추희'
당도 높고 과육 단단해 저장성 좋아
청송 농업인대학 자두교육과정 신설
◆청송 자두
청송 자두는 80%가 '추희(秋姬)' 품종이다. 꽃도 늦게 피고 수확도 8월말에서 9월에 하는 가을 자두다. 늦서리를 피하려고 만생종을 선택한 것이다.
추희는 일본 아키타현 과수원에서 발견된 우연실생품종, 즉 사람이 종자 개량을 한 게 아니라 자연이 만들어낸 새 품종이다. 처음엔 녹황색이다가 점점 익으면서 전체가 붉은색을 띠고 하얀 가루로 덮인다. 당도가 높고 과육이 단단해 저장성이 좋다. 빛깔 고운 가을 자두여서 추희라는 이름을 얻은 듯한데, 우리말로 옮기면 '가을공주', '가을아씨'쯤 되겠다.
자두는 같은 나무, 같은 품종의 꽃가루로는 거의 열매를 맺을 수 없다. 그래서 다른 품종의 수분수(受粉樹) 자두나무 20% 정도를 사이사이에 섞어 심어야 한다. 청송에서는 추희와 궁합이 잘 맞는 '포모사(후무사)', '홍로센'을 많이 심는다.
황현태 청송 농업회사법인주식회사 주왕산자두 대표가 청송 파천면 본인의 농원에서 자두를 수확하고 있다. 황대표는 청송군 자두GAP(Good Agricultural Practices, 농산물우수관리)사업단 회장과 청송군 농업인대학 미래농업반(자두)의 학생회장도 맡고 있다.
"수년 전에 다른 지방에서 출하한 자두가 품질에 좀 문제가 있었고 청송 자두는 좋았습니다. 그런데도 인지도가 낮고 거래처도 많지 않다 보니 청송자두가 품질이 좋은데도 적절한 값을 받지 못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전국 여러 공판장을 찾아다니면서 품질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도록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청송 자두가 품질 좋고 믿을 수 있다면서 공판장 관계자들이 물량을 확보하려고 많이 찾아옵니다."
청송군 파천면 신기리 '하늘땅농원'의 황현태 대표의 말이다. 그는 청송군 자두GAP(Good Agricultural Practices, 농산물우수관리)사업단 회장과 농업회사법인 주왕산자두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또 청송군 농업인대학 미래농업반(자두)의 학생회장도 맡고 있다. 청송군은 사과 일변도에서 벗어나 품목 다변화를 도모하기 위해 올해 처음으로 자두를 교육 품목으로 편성했다.
청송군의 2025년 자두 재배면적은 148ha, 생산액은 54억원이었다. 사과에 비해 재배면적은 작지만 수익성은 더 높다.
"GAP회원이 해마다 10농가 이상씩 늘어나고, 재배면적도 계속 넓어지고 있습니다. 사과가 대구, 영천을 지나 올라왔듯이 자두도 김천, 의성에서 청송으로 확산하는 중입니다. 워낙 사과가 대세여서 그동안 자랑하지는 않았지만, 재배면적으로 계산해보면 자두가 사과보다 수익성이 낫습니다. 귀농하는 사람 중에서도 자두 심는 사람이 많아요. 사과는 한꺼번에 따야 하니까 외부 인력이 필요한데, 자두는 시간을 두고 골라 따면 되니까 비용이 적게 듭니다. 부부가 아침 일찍 익은 거 골라서 따고, 더울 때는 소형 선별기로 선별 포장 작업하면 되죠."
자두를 재배하는 약 70농가가 주주로 있는 주식회사 주왕산자두는 주왕산면에 공동선별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금은 청송 자두의 브랜드 가치와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주주가 아닌 농가의 자두도 함께 선별작업을 해주고 있다. 주왕산자두는 7% 가까운 배당을 하고 있는데, 농업회사 중에서 배당률 전국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고 한다.
"앞으로 청송 자두는 점점 좋아질 겁니다. 내년에 심을 사람들이 농업인대학에 와서 배우고 있어요. 제가 GAP회장을 하고 있으니까 어떻게 해야 할지 물어보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할 수 있는 데까지 도와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과수화상병이 생기면서 외부 사람 견학을 꺼리는 분위기가 있어요. 그래서 500평 규모로 견학할 수 있는 시험농장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 안에 노지 방식, 우산식, Y자 수형 시설, 그리고 새로운 다주지식 시설도 갖출 계획입니다. 자두 농사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여러 재배 방식을 비교해 보고 각자 여건에 알맞은 것을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정연섭 청송꿀사과향기원 대표가 청송 안덕면 본인의 농원에서 수확한 복숭아를 살펴보고 있다.
뛰어난 향과 당도 전국적 인정받아
여름철 사과와 함께 복합재배할 땐
농가소득 높이고 위험도 분산 가능
◆청송 복숭아
청송 복숭아GAP사업단 정연섭 회장이 복숭아를 시작한 것은 3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산에 교육을 갔는데 사과나무가 낙엽이 안 지고 퍼렇게 있더라고요. 청송에는 낙엽이 싹 졌는데. 그 뒤에 어느 날 청송도 사과 낙엽이 안 져요. 온난화 영향이 청송까지 올라오는 거죠. 그래서 한발 빨리 복숭아 한번 보자, 해서 시작했습니다. 처음에 1천평 하다가 재미있으니까 자꾸 늘려갔죠. 지금은 사과가 6천평, 복숭아가 4천평인데 사과는 유목(幼木, 어린 나무)이고 복숭아는 다 자란 나무예요. 작년에는 양쪽 소득이 비슷했어요."
정 회장의 농장은 안덕면 문거리 '청송꿀사과향기원'이다. 농장 이름에 '향기'가 들어간 것이 인상적이다. "청송 복숭아는 확실히 맛은 좋아요. 그건 틀림없어요. 그리고 향이 좋고 과육이 단단해요. 복숭아뿐만 아니라 청송 기후가 만들어내는 과일은 다 향이 좋습니다. 이건 전국적으로 다 인정하는 겁니다. 어제 서울의 청과회사 부사장과 경매사가 왔는데, 청송 과일의 향기는 다른 데서는 그렇게 낼 수가 없대요."
수확을 앞둔 청송 안덕면의 한 복숭아 농장.
최고의 맛을 인정받고 있는 청송 복숭아가 더 확산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복숭아는 까탈스러운 과일이에요. 사과나 자두는 단단해서 그냥 만져도 되는데, 복숭아는 세게 잡으면 흠과가 됩니다. 조심스레 만져야 해서 외국인 노동자들도 좀 숙련이 필요합니다. 사과는 어느 정도 시설만 있으면 썩어서 버리는 게 없는데 복숭아는 저장성이 아주 낮습니다. 우리 농장에서도 6품종이 나오는데, 저장할 수 없어서 분산 출하를 해야 하니까요. 품종이 너무 다양하고 규모도 작아서 공동출하도 할 수 없습니다. 아직 청송에는 털복숭아가 많은데 부남면에는 천도복숭아로 많이 바뀌고 있어요. 천도는 그나마 다루기가 쉬워요."
청송 복숭아는 향기가 좋고 과육이 단단하다. 2025년 청송 복숭아의 재배면적은 81ha, 생산액은 39억원이었다.
정 회장은 "농사는 하느님과 동업"이라며 웃었다. 사람이 아무리 잘해도 자연이 손을 놓으면 어쩔 수 없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그는 조심스럽게 앞으로 청송 복숭아가 가야 할 방향을 짚어주었다.
"저장성이 좋은 복숭아 품종이 나와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규모를 좀 더 키워야 할 필요가 있어요. 지금처럼 각자 조금씩 자기 손으로만 하면 앞으로 점점 고령화되면서 못하게 됩니다. 최소한 한 5천 평 정도 심고 10명 정도 인력이 투입되면, 어느 정도 기계화도 되고 상품을 고르게 만들어서 판로도 개척하고 납품도 할 수 있게 되겠지요. 또 외국인 노동자들을 고용해서 하다보면 복숭아와 사과를 같이 재배하는 것도 좋습니다. 사과에 크게 인력이 필요 없는 여름에는 복숭아나 자두를 하게 되면 소득이 높아지고 위험도 분산이 돼서 좋습니다."
글=김광재 영남일보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공동기획 - 청송군청>
박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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