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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아침마다 전쟁’ 아이는 이미 배움에서 멀어지고 있다

2026-09-01 09:00
도기봉 대구청소년성문화센터장

도기봉 대구청소년성문화센터장

긴 방학이 끝나고 다시 개학이 시작됐다. 아이들이 학교로 돌아가는 아침, 모든 가정이 설렘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집에서는 아이를 깨우는 순간부터 또 한 번의 전쟁이 시작된다.


"선생님, 아이가 학교를 안 가려고 합니다. 학교에 가도 할 일이 없다는 겁니다. 담임선생님은 별문제가 없다고 하시는데, 아이는 자퇴를 하겠다고 합니다." 얼마 전 학부모 교육을 마친 뒤 걸려 온 전화다. 수화기 너머 부모의 목소리에는 불안과 지친 기색이 묻어났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특별하지 않다. 우리는 아이에게 묻는다. "왜 학교를 가지 않으려고 하니?"


그러나 이제는 질문을 바꿔야 할 때가 아닐까. "왜 학교가 이 아이를 붙잡지 못하고 있는가"


'2025년 서울시 학교 밖 청소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서울에서 정규 학업을 중단한 청소년은 1만1천602명에 이른다. 한때 감소하던 학교 밖 청소년 수는 다시 증가해 2023년부터 1만 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그 이유는 단순하지 않다. 학습 속도를 따라가기 어려운 아이가 있고, 반복되는 비교와 평가 속에서 자신감을 잃는 아이도 있다. 친구 관계의 어려움이 있지만 겉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이는 아이도 있다. 학교에서는 "별문제가 없다"고 말하지만, 아이에게 학교는 이미 하루를 버티는 것이 힘겨운 공간이 되어버린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학습 격차와 교육환경의 변화로 학교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들은 늘어나고 있다. 느린학습자는 수업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고, 이주배경 청소년은 언어와 문화의 차이까지 넘어야 한다. 학교라는 하나의 기준으로 모든 아이를 같은 속도로 움직이게 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지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는 서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대구·경북 교육 현장에서도 비슷한 고민이 이어진다.


학교를 떠나는 것과 배움을 포기하는 것은 같지 않다. 학교 밖 청소년 중 많은 아이가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직업을 탐색하며, 자신에게 맞는 새로운 진로를 찾고 있다. 학교라는 길에서 벗어났을 뿐 삶과 배움까지 포기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학교를 기준으로 아이를 판단한다. 학교에 잘 다니면 괜찮고, 학교를 그만두면 문제가 생긴 것으로 생각한다.


물론 학교는 청소년에게 매우 중요한 배움의 공간이다. 학교를 쉽게 떠나도록 방치해서도 안 된다. 하지만 학교에 남아 있는 것 자체가 교육의 목표가 되어선 안 된다. 교실에 앉아 있다고 모두 배우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가 어디에 있느냐가 아니라, 그곳에서도 배움이 계속되느냐이다.


이제는 학교 밖 청소년을 바라보는 시선과 지원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지역사회에 다양한 학습 거점을 만들고, 검정고시와 대안교육을 실질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느린학습자에게는 속도에 맞는 교육이, 이주배경 청소년에게는 언어와 문화의 차이를 넘어설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 학교와 지역사회, 온라인과 다양한 배움의 공간도 더욱 촘촘하게 연결되어야 한다.


다시 그 부모의 전화를 떠올려 본다. 아침마다 전쟁을 치르는 그 가정에 필요한 것은 아이를 무조건 학교로 밀어 넣는 힘만은 아닐 것이다. 왜 아이가 학교를 힘들어하는지 함께 살피고, 학교 안에서든 학교 밖에서든 아이의 배움이 끊기지 않을 길을 찾는 일이 더 중요하다.


학교를 떠났다고 배움까지 떠난 것은 아니다. 아이를 붙잡는 교육이 아니라, 아이의 배움을 끝까지 연결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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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범

대구경북과 대한민국의 내일을 고민하는 논설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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