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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공연도시 대구 ③] 비수도권 ‘티켓 파워’ 1위의 그늘…사람도 작품도 떠난다

2026-09-03 06:00

민간 극단 작품 수 눈에 띄게 줄어
연극인 유출→관객 감소 악순환 반복
축제 개최해도 참가팀 선정 어려워

제2의 대학로라 불리는 대구의 대명공연거리. 수십개의 소극장과 극단 사무실이 밀집된 공연예술 특화거리다. 영남일보 DB

'제2의 대학로'라 불리는 대구의 대명공연거리. 수십개의 소극장과 극단 사무실이 밀집된 공연예술 특화거리다. 영남일보 DB

대구 연극시장의 침체가 장기간 지속되며 지역 연극계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3월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발표한 지난해 공연시장 티켓판매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대구는 비수도권에서 연극 장르만 유일하게 티켓예매수·판매액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작품 수와 관객 수가 과거에 비해 크게 줄고 창작 환경이 더 나은 타 지역으로 인력이 빠지며 공연시장은 물론 창작 생태계마저 위태로운 상황이다.


◆대구시 예산 5년 새 56%↓…예술인 지원 줄며 시장 침체


대구는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할 만큼 연극계의 저력이 남다른 도시였다. 1920년대부터 극장을 갖추고 신파극이 무대에 오르는 등 연극 문화가 일찍 꽃피었다. 이후 대구 남구에 수십 개의 소극장과 극단이 모인 대명공연거리가 형성되면서 서울 대학로에 견줄 만한 연극도시로 자리매김했다. 대명공연거리 같은 연극 특화거리는 대학로를 제외하면 전국에서도 찾아보기 드물다. 대구연극협회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대구에는 29개의 정회원 극단(단원이 5인 이상인 극단)과 20여 곳의 소극장이 있다. 이들 대부분은 대명공연거리에 밀집돼 있다. 이런 이유로 대명공연거리는 '제2의 대학로'라 불릴 만큼 비수도권 극 창작 거점으로서의 기능을 해왔다.


지난해 대구의 연극 티켓예매수는 11만매, 티켓판매액은 21억8천만원으로 전년(10만매·20억원) 대비 소폭 증가했다. 그러나 지역 연극인들의 체감도는 미미하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과 비교하면 관객 수는 여전히 회복하지 못한 데다, 문화기관이나 공공 공연장의 공연은 규모가 커지는 것과 달리 민간 극단의 작품 수는 눈에 띄게 줄어 다양성이 감소했다고 입을 모은다.


안희철 대구연극협회장은 "이전에는 화~목요일 평일에도 공연이 있었다면 지금은 대다수의 공연이 금요일을 포함한 주말에만 오르고 석 달 정도 이어지던 장기 공연도 한 달에 그치는 등 공연 회차와 기간이 전반적으로 줄었다"고 전했다.


대구시 연극 분야 예산액 변화. 2021년 4억7천500만원에서 올해 2억265만원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인포그래픽=Gemini

대구시 연극 분야 예산액 변화. 2021년 4억7천500만원에서 올해 2억265만원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인포그래픽=Gemini

가장 큰 문제는 지자체 예산 삭감→지역 연극인 유출→관객 감소라는 악순환의 고리다. 지원이 줄어 창작 활동을 안정적으로 하기 어려워진 연극인들이 서울·부산 등 다른 지역으로 떠나고, 이 같은 인력 유출이 작품의 질 저하로 이어져 결국 관객 이탈을 부추기는 구조다. 지원사업도 신작 초연에 집중되거나 단발성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장기적인 창작 계획을 세우기 어렵다.


대구시로부터 제공받은 '2021년~2026년 공연예술 장르별 예산액' 자료를 보면 2021년 4억7천500만원이었던 연극 분야 예산은 올해 2억625만원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사업별로 살펴보면 대구국제힐링공연예술제 2억원→1억원, 대구연극제 1억4천500만원→9천435만원, 대구청소년연극제 3천만원→1천190만원으로 모두 삭감됐다. 2021년까지 편성된 연극공연 관람료 지원사업(1억원)은 2022년부터 편성되지 않고 있다.


대구문화예술진흥원의 예술인 창작지원 예산(영남일보 5월 27일자 1·7면 보도) 역시 매년 줄고 있다. 2023년 94억352만1천원에서 올해 60억6천760만 원으로 3년 새 35.5%나 깎였다. 이 중에서도 직접 지원 예산이 대폭 삭감됐다.


안 회장은 "예산이 줄고 역량 있는 연극인들이 유출되는 가운데 특히 청년과 원로를 잇는 중견 연극인들의 이탈이 크다"며 "직접적인 지원을 받기 어렵고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세대이기 때문인데 허리 세대인 이들이 계속 빠져나가면 생태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부산서는 7억 규모 국제행사…해외 무대 오르고 예술인 간 협업


이 사이 부산·대전 등 인근 대도시에선 지자체 차원의 지원을 확대하며 지역 공연예술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부산시 문화예술 관련 부서의 2021년~2025년 세출예산사업명세서에 따르면, 2021년 1억7천만원이었던 부산연극제 지원 예산은 지난해 2억9천700만원으로 늘었다. 2021년 예산만 놓고 봐도 대구시의 대구연극제 지원 예산(1억4천500만원)보다 많았는데 격차가 더 커진 것이다.


여기에 부산국제연극제도 시의 지원으로 매년 개최되고 있다. 7억1천400만원(2025년) 규모의 국제 행사로 진행돼, 이 자리에서 지역 연극인과 해외 창작진 간 교류가 이뤄지고 유수 공연은 해외 무대로 이어지기도 한다. 부산 극단 코코가 지난 5월 부산국제연극제에서 선보인 '의자들'은 바벨 페스티벌에 초청돼 6월 루마니아 무대에 올랐다. 반면 대구국제힐링공연예술제는 예산 감소로 해외 공연팀을 초청하는 것부터 빠듯한 상황이다. 안 회장은 "예산 감소로 국내 팀을 선정하는 것부터 부담이 있다. 원래 이탈리아 팀도 부르려 했지만 해외팀은 베트남 한 팀만 초청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이국희 극단 온누리 대표는 "지난달 부산에서 열린 대한민국연극제에 대구 대표팀으로 참가했다"며 "부산은 관련 축제를 지속해 만들어 연극인들의 활동 기회를 넓히고, 예술인 지원도 다양하게 해 이들이 또 다른 팀을 꾸리거나 해외 창작진과 협업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다 보니 작품의 형식 역시 굉장히 다양했고 유명 공연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것도 눈에 띄었다"고 했다.


2010년 3월 대명동 일대가 대명동문화거리로 탄생했으며, 현재 10곳이 넘는 소극장이 거리를 지키고 있다. 사진은 대명공연거리 모습. 영남일보 DB

2010년 3월 대명동 일대가 대명동문화거리로 탄생했으며, 현재 10곳이 넘는 소극장이 거리를 지키고 있다. 사진은 대명공연거리 모습. 영남일보 DB

◆민간 힘만으론 한계…"순수예술, 경제적 논리로만 접근 안돼"


대구 연극시장의 침체가 계속되자 민간에서도 자구책을 마련하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문제 해결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극장의 명맥 유지조차 힘들다"는 호소가 지역 연극계에서 쏟아지던 가운데 지난 6월 대구소극장협회에서 대구문화예술진흥원 사업 공모를 통해 대구소극장페스티벌을 가까스로 진행했다. 하지만 민간의 힘으로만은 지속적인 개최에 한계가 있다. 반면 대전에서는 '대전국제소극장연극축제'가 시 예산을 통해 '국제' 행사로 진행된다.


이나경 대구소극장협회장은 "다른 지역은 몇 년 단위로 소극장과 극단을 꾸준히 지원하면서 좋은 콘텐츠를 축적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며 "대구의 예술가들도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 시장이 지속될 수 있는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대구시는 이런 상황에 공감하며 여러 지원책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대구의 연극인들은 연극이 순수예술 장르인 만큼 다른 공연 장르처럼 경제적 논리로만 접근하면 안 된다고 말한다. 이국희 대표는 "소극장이라는 공간적·객석의 한계 등으로 투자 대비 수익을 맞추기 어려운 만큼 경제성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며 "민간 극단이 작품을 발표하는 기회의 장을 늘리는 등 순수예술을 보호하는 방향의 지원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탁정아 극단 함께사는세상 대표 역시 "팬데믹 여파에 예산 삭감까지 겹치면서 지역 연극계의 창작 동력이 크게 위축됐다"며 "지역 예술인들이 다양한 시도를 이어갈 수 있도록 최소한의 기회와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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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희

문화팀 조현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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