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창성 동부지역본부장
지난해 10월 말 본 칼럼을 통해 전국 발전량의 16%를 책임지고 전력 자립률 228%를 기록하는 경북이 전력 자립률 10%대인 수도권과 같은 전기요금을 부담하는 역차별 구조를 지적했다. 지역별 차등제 시행을 미뤄온 정부의 미온적 태도도 비판했다. 그로부터 10개월여 만에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가 윤곽을 드러냈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전이 최근 공청회를 열고 설계안을 공개한 것이다. 근거 법령인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 시행된 지 2년 2개월여 만에야 나온 것이어서 정부의 굼뜬 행보를 보여준다.
공개된 안을 보면 발전설비가 밀집한 남부권은 ㎾h당 최대 18원(약 7~10%)을 인하한다. 중부권은 최대 15원(5~8%), 수도권 북부는 최대 10원(3~8%)을 낮추고 수도권 남부는 현행 요금을 유지한다. 차등 폭은 송전비용·전력자급률·균형성장 등을 반영해 산정했으며, 정부는 연내 확정해 시행할 방침이다. 하지만 최대 10%의 인하 폭을 두고 반발이 거세다. 원전과 발전시설이 밀집한 경북과 부산·울산·경남은 전력 공급 기여도와 환경·안전 부담에 비해 턱없이 미흡하다는 입장이다. 산업용 전기요금이 2022년 이후 약 80% 오른 상황에서 이 정도 인하로는 제조업 경쟁력을 높이거나 수도권 기업의 지방 이전을 유도하기 어렵다.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30% 이상 차등 적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이유다. 현재 수준으로는 기업의 입지 선택을 바꿀 만큼 확실한 가격 신호가 되기 어렵고, 지역이 체감할 실익도 지나치게 작다. 수도권으로 묶인 인천은 행정적 잣대로 비수도권보다 높은 요금을 물리는 것이 오히려 역차별이라고 반발한다. 그러나 지역별 유불리만 따지면 제도의 본질이 흐려진다. 권역은 발전·소비량, 송전 거리와 손실 비용, 주민 피해 등 객관적 기준에 따라 합리적으로 구분해야 한다.
대통령과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에너지 정의'와 '국가 균형발전'을 강조해 왔다. 생산지에서 전기를 소비하는 지산지소(地産地消) 원칙이 지방 경제를 살릴 열쇠라고도 했다. 그러나 제도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국정 철학이 퇴색할 조짐을 보인다. 표심을 의식한 타협과 수도권 눈치 보기, 지역 갈등을 봉합하려는 미봉책이 원칙을 흔들고 있어서다. 정치적 계산이 개입하면 도입 취지를 살리지 못한 채 기형적 제도로 전락할 수 있다. 문제는 또 있다. 이번 차등제가 주택용을 제외한 산업용에만 적용된다는 점이다. 전력 생산지 주민들은 수십 년간 온배수와 초고압 송전탑, 환경·안전 위험을 감내했지만 주택용 전기요금은 수도권 주민과 똑같이 내야 한다. 주민이 부담한 사회적 비용은 외면하고 기업에만 혜택을 준다면 '반쪽짜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는 수도권 주민에게 벌칙성 요금을 부과하자는 게 아니다. 송전 손실과 전력망 건설비, 생산지 주민의 희생을 요금에 공정하게 반영하자는 정당한 요구다. 정부는 주택용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공감할 만한 합리적인 전기요금 차등제가 시행되지 않으면 지역 제조업의 경쟁력은 무너지고 균형발전은 헛구호로 남을 것이다. 정부는 제도 확정 과정에서 정치적 셈법을 철저히 배제해야 한다. 수도권 표심에 휘둘려 개편안을 누더기로 만들거나 원가주의를 저버린 타협안을 내놓아서도 안 된다. 발전과 송전의 부담을 견뎌온 지역에 정당한 보상이 돌아가도록 할인 폭을 현실화하고, 주택용에도 '생산지 우대' 원칙을 단계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그것이 에너지 정의를 바로 세우고 균형발전을 현실로 만드는 길이다.
마창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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