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150개 읍·면·동→공공문화시설 29곳 4천350구간 분석
전체 평균 43.3분…간송·대구미술관은 평균 50분대
市 “노선 확대 한계”…전문가 “DRT·아웃리치 병행해야”
대구 150개 읍·면·동에서 대구미술관까지의 평균 이동시간은 51.5분으로 대구 공공문화시설 29곳 중 26위에 속했다. 대구미술관 전경. 대구미술관 제공
대구시 공공문화시설 간 대중교통 접근성이 거주지에 따라 최대 3배 이상 격차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심권 주민이 30분 만에 누리는 문화 혜택을 외곽 지역 주민은 최대 2시간 이상 투자해야 하는 구조적 불균형이 드러났지만, 지자체의 노선 확충은 예산과 수요의 한계에 발목을 잡히고 있다.
시설을 옮기거나 문화시설 이용을 위해 대규모 교통망을 새로 확충하는 데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는 만큼 기존 대중교통과 시설 간 연계를 강화하고, 대형 문화기관의 콘텐츠가 시민 생활권으로 직접 찾아가는 방식으로 문화 접근성 격차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구 공공문화시설 대중교통 접근성 분석 표. 영남일보 자체 분석. 생성형AI 챗GPT
◆사는 곳·시설 따라 갈린 접근성…중구 32분, 군위 99분
28일 영남일보가 대구 9개 구·군 150개 읍·면·동에서 주요 공공문화시설 29곳까지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는 4천350개 구간을 분석한 결과, 평균 예상 소요시간은 43.3분, 중앙값은 38분이었다. 30분 이내 도착할 수 있는 경우는 1천410건(32.4%), 30분 초과 45분 이하는 1천350건(31.0%)으로 전체의 63.4%가 45분 안에 이동할 수 있었다. 90분을 넘는 경우도 272건(6.3%)이었다.
이번 분석은 지역 간 상대적인 접근성을 비교하기 위해 각 읍·면·동 행정복지센터를 대표 출발점으로 삼아 Tmap 대중교통 API를 활용해 문화시설까지의 예상 이동시간을 산출했다. 출발지에서 버스정류장이나 도시철도역까지 걷는 시간과 버스·도시철도 이동 및 환승시간, 하차 후 시설까지의 도보시간을 모두 포함했다.
구·군별 격차는 뚜렷했다. 원도심에 가까운 중·서·남구에서는 주요 문화시설까지 평균 30분대에 접근할 수 있었지만, 달성군은 1시간 가량, 군위군은 1시간30분 이상이 필요했다.
각 구·군의 읍·면·동에서 29개 시설까지 걸리는 평균 시간은 중구가 32.4분으로 가장 짧았다. 이어 서구(33.8분), 남구(35.4분), 수성구(39.8분), 북구(40.5분), 달서구(41.5분), 동구(42.4분), 달성군(61.5분), 군위군(98.6분) 순이었다.
읍·면·동별로는 중구 성내3동이 평균 28.9분으로 가장 짧았고 서구 평리2동(29.9분), 중구 남산1동(30.3분), 성내2동(30.4분), 서구 원대동(30.5분)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군위군 삼국유사면은 평균 122.3분이 필요했다. 소보면(119.1분), 의흥면(103.9분), 우보면(98.3분), 군위읍(97.3분) 등 군위지역이 접근성 하위권을 차지했다.
시설별로도 차이가 컸다. 150개 읍·면·동에서 각 시설까지의 평균 이동시간은 수창청춘맨숀이 30.1분으로 가장 짧았다. 이어 대구근대역사관(30.3분), 대구약령시한의약박물관(30.7분), 봉산문화회관(31.5분), 대구예술발전소(32.0분), 대구콘서트하우스(33.6분) 등의 순이었다.
반면 대구간송미술관은 평균 50.0분, 대구미술관은 51.5분으로 29곳 가운데 각각 25위와 26위였다. 대구방짜유기박물관은 63.6분, 국립대구과학관은 70.6분, 군위 삼국유사교육문화회관은 94.2분으로 분석됐다.
구·군 내에 소재한 문화시설을 이용할 경우 이동시간은 크게 줄었다. 150개 읍·면·동에서 같은 구·군 소재 시설로 이동하는 508개 구간의 평균 소요시간은 24분으로 전체 평균보다 19.3분 짧았다.
구·군별로는 중구(16.1분), 남구(16.3분), 서구(17.3분), 수성구(22.8분), 달서구(24.3분), 북구(25.0분), 동구(30.4분), 군위군(33.5분), 달성군(43.9분) 순이었다. 전체 508개 구간 가운데 30분 이내 이동할 수 있는 경우도 375건(73.8%)에 달했다. 도심에서는 같은 구·군 내 문화시설을 활용할 경우 이동 부담이 크게 줄어드는 반면, 면적이 넓은 달성군은 같은 군 안에서도 평균 40분 이상이 걸렸다.
대구 150개 읍·면·동에서 대구근대역사관까지의 평균 이동시간은 30.3분으로 대구 공공문화시설 29곳 중 두 번째로 짧았다. 대구근대역사관 전경. 대구문화예술진흥원 제공
◆대구시 "시설별 노선 확대엔 한계"…미술관·군위 교통 보완
대구시는 한정된 예산과 이용 수요 등을 고려하면 외곽 문화시설마다 버스 노선을 추가하는 데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문화시설을 별도 유형으로 구분해 대중교통 접근성을 관리하는 통계도 현재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길호 대구시 버스운영과장은 "공단과 주거지역 등 지역별 교통 여건을 살펴보고 있지만 문화시설 등 시설 유형을 따로 구분해 대중교통 접근성을 분석한 통계자료는 현재 관리하고 있지 않다"며 "다만 대구미술관은 접근성 이슈가 있었기 때문에 별도로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버스 노선 3개가 운행 중이고 미술관 자체 21인승 순환버스 1대와 주말 DRT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화예술회관과 구·군 문화시설은 아주 외진 곳에 있는 경우가 많지 않아 별도로 관리하지는 않고 있다"며 "도심에서 먼 곳이나 시설에 버스 노선을 많이 넣는 것은 한정된 예산과 이용 수요 등을 고려했을 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고 덧붙였다.
군위지역에서는 대구 편입 이후 대중교통 보완이 이뤄지고 있다. 임 과장은 "군위군 편입 후 급행9번 등 4개 코스에 차량 6대를 추가했고, 군위군 마을버스도 14대가 운행 중"이라며 "군위군이 문화체육관광부 공모사업에 선정돼 대구 도심과 군위군 주요 관광지를 연결하는 관광형 DRT 4대도 연내 운영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DRT·아웃리치로 문화 접근성 보완
문화시설 접근성 향상은 공공 재정으로 구축된 시설의 이용률을 높여 예산 집행의 효율성을 극대화한다는 차원에서 중요한 요소다. 무엇보다 모든 시민이 거주지에 상관없이 편하게 문화를 누릴 수 있고, 외곽 지역 주민과 교통 약자의 문화적 고립을 막아 지역 간 격차를 완화하기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미 조성된 문화시설의 위치와 대중교통망을 단기간에 바꾸기 어려운 만큼 교통과 문화정책을 함께 활용해 접근성 격차를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대식 영남대 도시공학과 명예교수는 앞으로 문화시설을 조성할 때부터 대중교통 접근성을 주요 기준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문화시설은 빈 땅이 있다고 무조건 그곳에 입지시켜서는 안 된다. 대중교통 접근성이 좋고 사람들이 많이 사는 곳에 우선 설치해야 한다"며 "빈 땅이나 싼 땅을 찾아 문화시설을 짓는 공급자 중심의 입장에서 벗어나 시민이 실제로 얼마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지를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존 외곽 문화시설의 접근성을 높일 방안으로는 수요응답형교통(DRT)을 제시했다. 그는 "도시철도는 투자비용이 많이 들고 특정 시기나 수요에 맞춰 탄력적으로 운영하기도 어렵다"며 "특별한 행사나 전시가 있을 때 특정 시간대나 요일에 DRT를 운영하는 방식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중교통 연결성이 좋은 곳까지 무조건 확대할 것이 아니라 실제 필요한 지역과 시설을 선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리적인 교통수단을 모든 지역에 확대하기 어렵다면 문화 콘텐츠가 시민 생활권으로 직접 찾아가는 '아웃리치(Outreach)'를 병행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오동욱 대구정책연구원 사회문화실장은 "버스 노선 등 접근 수단을 모든 지역에 확충할 수 없다면 문화시설이 시민을 찾아가고 문화서비스를 더 넓게 확산하는 방식으로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접근성이 떨어지거나 문화시설 이용률이 낮은 지역을 우선 대상으로 삼고, 같은 구·군 주민이 비교적 쉽게 찾을 수 있는 문화시설이나 생활문화센터를 시립·국립 문화시설의 콘텐츠를 전달하는 생활권 거점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오 실장은 "구·군 문화시설을 문화 콘텐츠와 프로그램의 유통 매개로 활용할 수 있다"며 "시립·국립 문화시설과 지역 주민을 연결해 주민에게 문화향유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대구시와 대구문화예술진흥원이 흩어진 문화정책과 프로그램을 집약하고 연결해 시민과 각 문화시설이 관련 정보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알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권혁준
영남일보 권혁준 기자입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