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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39세’ 지나면 사각 지대...생계 절벽 내몰린 4050 중견 예술인

2026-09-13 10:08

50대 예술활동 관련 계약 급감...알바시장 전전
2030 정책 지원 집중 구조에 상대적 박탈감 커

“중견 전용 공모·나이 철폐 등 실질적 대책 필요
장르·지역별 맞춤형 설계로 예술계 활력 연결해야”

지난해 대구문화예술진흥원의 지역문화예술지원사업 심사 모습. <대구문화예술진흥원 제공>

지난해 대구문화예술진흥원의 지역문화예술지원사업 심사 모습. <대구문화예술진흥원 제공>

'만 39세'.


대한민국 예술 생태계에서 청년 정책 지원이라는 보호막이 마지막으로 유지되는 한계선이다. 만 40세에 들어서는 순간, 완충장치 없이 수십 년 경력의 베테랑 선배 예술인들과 무한경쟁을 펼쳐야 하는 냉혹한 현장으로 내던져진다. '2030 신진 예술인 지원 집중'과 '원로 예우' 사이에서 예술 생태계의 허리를 받쳐야 할 4050 중견 예술인 세대가 심각한 생계 절벽과 지원 정책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들은 과거 창작 활동 입문 당시 청년 지원 제도가 없는 악조건을 버텨냈지만, 창작 성숙기에 접어든 지금은 청년에게 집중된 달라진 지원 구조 속에서 상대적 박탈감마저 겪고 있다. 생계 절벽에 부딪혀 현장을 떠나는 4050 예술인이 늘어날수록 그 피해는 지역 문화예술 생태계의 질적 후퇴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하는 국비 사업인 'K-아트 청년창작자 지원' 사업처럼 지역 생태계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과다한 청년 중심 예산 배정이 이러한 불균형과 불만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사업은 기초예술 분야 청년 창작자에게 연 900만 원의 창작지원금을 지원하는 정책으로 올해 만 39세 이하 청년 3천명(수도권 1천500명, 비수도권 1천500명)을 대상으로 한다. 대구에는 200명이 배정돼 18억원이 지원된다. 이에 반해 대구에 중견 예술인을 특정 지원 대상으로 하는 정책은 전무하다.


대명공연거리를 알리는 안내 표지판. 영남일보 DB

대명공연거리를 알리는 안내 표지판. 영남일보 DB

◆50대 절반 이상이 '투잡'… 40대 지나며 소득·계약 '뚝'


영남일보가 문화체육관광부의 '예술인 실태조사' 최근 4개년(2015·2018·2021·2024년) 시계열 데이터를 종합 분석한 결과, 4050 중견 예술인이 겪는 위기는 일시적 불황이 아닌 '구조적 고착 상태'에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중견층 내에서도 '40대의 체감·고용 불안정'과 '50대의 소득·기회 단절'이라는 이중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50대 예술인의 겸업 비율 변화. 인포그래픽=제미나이 생성

50대 예술인의 겸업 비율 변화. 인포그래픽=제미나이 생성

창작활동만으로 생계를 유지하지 못해 타 직업을 병행하는 '겸업(투잡) 비율'은 50대에서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5년(57.8%), 2018년(48.6%), 2021년(56.0%), 2024년(56.6%)까지 4개년 조사 모두에서 전 연령대 중 1위였다. 가정을 유지하며 지출이 피크에 달하는 시기인 50대 예술인 10명 중 6명이 일용직, 학원 강사, 유통업 등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셈이다.


대구지역에서 소극장을 운영하는 중견 예술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임대료와 전기세 등 소극장을 운영하는 데 드는 고정 비용만 평균 월 200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지원 사업도 줄고 대관도 안 되다 보니 적자가 쌓이는 구조다.


안희철 대구연극협회장은 "가정을 책임져야 하는 가장인데다 극단 운영자인 이들이 쿠팡, 배달, 대리운전 등의 알바를 하는 것은 이미 보편화된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중견 연극인인 이동수 소극장 길 대표도 "공모 사업을 신청해도 중견 예술인은 아이디어 중심의 청년 예술인들과 직접 경쟁해야 해 이기기가 쉽지 않다"며 "중견이나 소극장에 대한 지원책은 없다. 소극장 유지비에 대관도 잘 되지 않아 카드 돌려막기에 빚만 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40~50대 최근 1년간 계약체결 경험률 변화. <인포그래픽=제미나이 생성>

40~50대 최근 1년간 계약체결 경험률 변화. <인포그래픽=제미나이 생성>

더 큰 문제는 나이가 들고 경력이 쌓여도 활동 기회와 수입은 오히려 줄어든다는 점이다. 현장에서 얼마나 활발히 활동하는지를 가늠하는 최근 1년간 예술활동 관련 계약체결 경험률 역시 50대 구간에서 급락하는 패턴이 4개년 조사 모두에서 나타났다.


2024년 조사 기준 40대의 계약체결 경험률은 69.0%에 달했으나, 50대로 진입하면서 52.9%로 무려 16.1%포인트 급락했다. 이는 2015년(40대 37.5%→50대 24.3%), 2018년(40대 53.5%→50대 39.7%), 2021년(40대 62.2%→50대 45.3%) 조사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 구조적 현상이었다.


지난해 대구문화예술진흥원의 개인 예술인 지원 선정 현황을 살펴보면 경력(중장년) 비중은 54% 수준으로 가장 높았고, 이어 청년 31%, 원로 14% 수준이었다. 중장년층이 지원받는 비중이 낮지는 않지만 현장의 중견 예술인 수에 비해 공모 선정 건수나 지원 체감도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것이 방성택 대구문화예술진흥원 문화예술본부장의 설명이다.


특히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하는 국비 사업인 'K-아트 청년창작자 지원' 사업처럼 지역 생태계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과다한 청년 중심 예산 배정이 이러한 불균형과 불만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사업은 기초예술 분야 청년 창작자에게 연 900만 원의 창작지원금을 지원하는 정책으로 올해 만 39세 이하 청년 3천명(수도권 1천500명, 비수도권 1천500명)을 대상으로 한다. 대구시는 이 공모사업에 선정돼 18억원(200명)을 지원받는다. 이에 반해 대구에 중견 예술인을 특정 지원 대상으로 하는 정책은 전무하다.


극단 온누리의 연극 용을 잡는 사람들 공연 모습. 극단 온누리 제공

극단 온누리의 연극 '용을 잡는 사람들' 공연 모습. 극단 온누리 제공

◆"지원 감소에 대관도 되지 않아...빚만 쌓여"


지역 문화계에서는 중견 예술인에 대한 사회적 통념이 사각지대를 부추긴다고 지적한다.


대구에서 활동하는 김대호 빅타이거그룹 대표는 "4050 세대는 '이미 궤도에 들어선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서인지 정책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며 "마흔 즈음부터 기량을 더 뻗쳐나가야 하는데 지원 제도가 끊어지니 새로 뭔가를 시도해 볼 엄두조차 내기가 힘들다"고 아쉬워했다.


청년층에 지원이 집중되면 예술계 전체로 퍼지는 '상생 파급 효과' 측면에서 한계를 지닌다는 분석도 나온다. 안 회장은 "청년 단체가 지원을 받으면 또래끼리만 작업을 진행해 지원금의 파급 효과가 한정적이지만 중견 단체 지원은 청년과 원로 예술인까지 폭넓게 기용해 전 세대를 아우르는 가장 확실한 낙수 효과를 낳는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지역에서 다양한 예술 지원 사업을 담당하는 김유리 대구문화예술진흥원 예술진흥본부 부장은 "정부 정책과 사회적 분위기가 청년에 보다 집중되다 보니 상대적 소외감을 느낄 수 있지만 진흥원의 자체 지원 정책이 청년에 더 많이 몰아주는 것은 아니다"며 "예산 상황에 따른 현실적 제약은 있겠지만 중견 예술인의 창작 단절을 막고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사업 구조를 보완하겠다. 또 현재 예술인 실태조사를 진행 중인데, 현장의 목소리를 모니터링해 정책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열린 행복북구문화재단의 문화예술포럼 진솔정담 2 모습. 행복북구문화재단 제공

지난해 열린 행복북구문화재단의 문화예술포럼 '진솔정담 2' 모습. 행복북구문화재단 제공

◆지역별·맞춤형 예술인 지원정책 설계 필요


지역 문화계에서는 신진 시절을 지나 수십 년간 기량을 닦아온 4050 예술가들이 현장을 떠나지 않도록 나이 제한을 없애는 등과 같은 중견 예술인을 위한 실질적인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 대표는 "타 지역과 달리 대구는 전체 지원 예산까지 줄어 체감 문턱이 더 높다"며 "중견 예술인을 위한 전용 공모 트랙 신설이나 나이 제한 철폐 등 실질적 창구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안 회장 또한 "공모 연혁이나 단체 규모 구분이 없어 스승과 제자, 신진과 중견이 동일선상에서 경합하는 상황이 반복된다"며 "서울문화재단처럼 단체 연혁과 규모별 트랙 분리, 형식적이 아니라 제대로 된 지원 작품 평가를 통한 재공연 기회 부여 등 세심한 설계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단순히 중견 예술인 전용 사업을 새로 신설해 트랙을 늘리는 것보다 장르·지역별 맞춤형 설계가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지역의 문화기관 관계자는 "단순히 중견용 사업을 따로 만드는 것만이 답은 아니다. 또 지역별로 예술인 연령층이나 시장 환경 등 예술 생태계가 다르기 때문에 타지역과 예술지원사업을 단순 비교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면서 "장르별·지역별 생태계에 맞춰 전문가가 중심을 잡고 섬세한 맞춤형 지원 제도를 짜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과거 사제지간의 불평등한 구조나 권력 불균형으로부터 청년을 보호하기 위해 쿼터제가 필요했던 시대와 달리, 현재는 사회 분위기와 인식이 크게 달라졌다"며 "지역 예술 생태계의 흐름과 장르별 축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원 제도의 연령 제한 기준을 재검토해도 좋은 시점이라고도 본다"고 덧붙였다.


박경숙 대구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도 "중견 예술인의 경제 활동과 공모 현황 등을 파악할 실태조사가 선행돼야 하며 맞춤형 정책으로 연계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중견 예술인에 대한 지원은 본인의 창작 활동 강화는 물론, 청년 예술인과의 멘토링 체계 구축, 기술 교육 등 예술계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는 방향으로 다양하게 설계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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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희

현장의 목소리와 울림을 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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