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지명 14일 만에 결국 후보직에서 자진 사퇴했다. 후보직을 내려놓겠다고 기자회견에서 밝혔지만, 결코 자발적 용퇴로 보이지는 않는다. 용 후보자 스스로 "민주당으로부터 결단해 달라는 의사를 전달받았다"고 시인했듯, 자진 사퇴의 형식을 빌렸을 뿐 여권의 강한 압박에 밀려 물러난 '강제 퇴진'이다. 사퇴 회견에서 씁쓸함을 더한 대목은 용 후보자의 태도다. 용 후보자는 인사권자인 대통령을 향해서는 "믿음에 감사하고 소임을 다하지 못해 송구하다"며 고개를 숙였으나, 국민을 향한 반성이나 사과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사퇴 압박을 일방적인 억측 탓으로 돌리며 민심의 분노를 '소명 기회의 박탈'로 치부했다.
용 후보자의 낙마는 법적 가능성과 국민적 공감대 사이의 간극에서 비롯됐다. 그는 국회의원의 국무위원 겸직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며 맞서왔다. 그러나 비례대표 국회의원직을 유지한 채 성평등가족부 장관까지 겸하려는 특권적 행태는 법의 테두리 안에 있을지언정, 공정성과 이해충돌 방지라는 시대적 기준에 턱없이 미달했다. 여기다 배우자 당직 '셀프 임명' 의혹까지 겹치며 2030 세대의 공정 감수성에 깊은 상처를 입혔다. 용 후보자는 초심으로 돌아가 의정활동에 매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의원직이라는 '안전지대'로 복귀하는 모습이 국민에게 얼마나 진정성 있게 다가갈지는 의문이다. 여권이 드러낸 정치적 셈법도 국민의 따가운 눈총을 자초하고 있다. 용 후보자의 사퇴는 여권이 단행한 '정치적 구조조정'에 가깝다. 기업이 위기에 직면했을 때 핵심 사업을 사수하기 위해 외곽부터 정리하듯, 사법개혁의 방어선인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향한 거센 공세를 차단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털어내기 쉬운 용 후보자를 '자른'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실제 민주당은 '김승원 지키기'에 올인하는 분위기다.
용 후보자 사퇴 직후 청와대는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는 검증과 인선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김승원 후보자는 국민 눈높이에 부합한다는 뜻인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자에 대한 부적합 응답은 적합 의견보다 두 배가량 높게 나타나고 있다. 사법개혁 사령탑에 대해선 민심을 외면한 채 철벽 방어를 치면서, 소수당 후보의 낙마에만 국민 눈높이라는 수사(修辭)를 붙이는 것은 '선택적 눈높이'를 자인하는 꼴이다. 청와대와 여당은 용 후보자의 낙마로 인사청문 리스크가 사라졌다고 착각해선 안 된다. 얄팍한 정무적 계산으로 깎여나간 국정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 지금 여권에 필요한 것은 스스로 내세웠던 공정과 도덕의 잣대로 자신들을 먼저 돌아보는 겸허함이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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