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점국립대 또 공모 경쟁
글로컬대학과 지원 중첩
기존 사업과 기능도 겹쳐
고유 정책 수단도 흐릿해
9개 거점대 장기육성해야
'서울대 10개 만들기'의 첫 패키지 지원대학으로 부산대와 전남대, 충남대가 선정됐다. 9개 거점국립대가 신청서를 내고 경쟁한 결과다. 그런데 의문이 생긴다. 이 사업은 교육부가 이미 추진해 온 여러 대학재정지원사업과 무엇이 다른가.
국회입법조사처도 지난달 27일 발간한 '2026 국정감사 이슈 분석'에서 '성장엔진 연계 지역인재 양성방안(서울대 10개 만들기)은 기존 국립대학 지원사업의 재판(再版)이 아닌가'라고 물었다. 거점국립대의 소수 특정학과 지원만으로 대학 전체의 혁신을 유도하기 어렵고, 수도권 대학 중심의 서열을 완화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기존 사업들과 맞물리는 지점은 적지 않다. 글로컬대학은 지역·산업과 연계한 혁신계획을 낸 대학을 경쟁으로 선정해 집중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번 서울대 10개 만들기 사업에 선정된 부산대는 2023년, 전남대와 충남대는 2025년 이미 글로컬대학에 선정됐다. 이번 경쟁에서 탈락한 경북대도 2024년 글로컬대학으로 지정됐다. 이미 대규모 혁신사업에 참여한 대학들이 다시 경쟁한 셈이다.
앵커(옛 RISE·라이즈)는 '서울대 10개 만들기' 실행방안에 직접 연계돼 있다. 교육부는 지난 4월 발표한 방안에서 앵커를 통해 5극3특 권역별 공유대학을 지원하고 거점국립대의 교육·연구 성과를 지역대학으로 확산하겠다고 했다. 거점국립대에는 별도로 국립대학육성사업도 운영되고 있다.
문제는 수혜 대학이 중첩되고 정책목적이 유사하며 추진과제가 맞물리는 가운데 공모·평가·성과관리는 사업별로 나뉘어 있다는 점이다. 대학은 사업마다 계획서를 만들고 조직을 꾸리고 성과지표를 관리해야 한다. 목표와 사업내용은 상당 부분 겹치는데 실제 집행과 관리는 여러 갈래로 나뉜다. 정부 사업에 대응하느라 대학은 바쁘게 돌아가지만 그것이 교육과 연구 경쟁력 향상으로 얼마나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서울대 10개 만들기'만의 정책수단이 선명하지 않다는 점이다. 글로컬대학과 앵커, 국립대학육성사업이 이미 지역혁신과 대학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고 있는데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이들 사업의 기능을 상당 부분 다시 활용하고 있다. 물론 교육부는 브랜드 단과대학과 특성화 융합연구원을 중심으로 학부·대학원·연구소를 패키지로 지원하고 관계부처 사업을 연계한다는 점에서 기존 대학지원사업과 차별성이 있다고 설명한다. 다만 기존 사업에서도 활용해온 지원방식을 묶고 지원 규모를 키운 것이 '서울대 10개 만들기'만의 새로운 정책수단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이제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공모사업을 덧붙이는 것이 아니라 거점국립대를 둘러싼 재정지원체계부터 다시 설계하는 일이다. 일부 대학을 매번 경쟁으로 가려내기보다 9개 거점국립대 전체를 장기 육성 대상으로 두고, 교육부의 지원계획과 각 대학의 중장기 발전계획을 결합해 안정적으로 지원하는 체계로 바꿔야 한다.
기존 재정지원사업도 함께 정리해야 한다. 글로컬대학과 앵커, 국립대학육성사업을 모두 서울대 10개 만들기로 합치자는 뜻은 아니다. 서로 겹치는 기능과 지원항목, 평가체계는 통합하고 각 사업이 맡을 역할을 분명히 해야 한다. 대학이 여러 공모사업을 따내기 위해 계획서를 반복해서 만드는 구조에서 벗어나 10년 뒤 대학의 모습을 놓고 정부와 대학이 함께 장기계획을 세우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공모사업의 이름이 아니라 9개 거점국립대의 장기 발전계획이어야 한다.
박종문
청류(淸流)와 탁류(濁流) 사이, 시대정신을 고민합니다. Navigating between the clear and the turbid, reflecting on the Zeitgeist.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