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호 빅타이거그룹 대표·기타리스트
재즈가 잘 어울리는 계절이 왔다. 어느 계절에 들어도 좋은 음악이지만,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재즈 한 곡이 마음에 감성 한 스푼을 더해주는 듯하다. 좋은 공연장에서 정돈된 음향과 조명 아래 재즈를 감상하는 것도 좋지만, 올가을에는 조금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옮겨보는 것도 좋겠다. 바로 재즈클럽이다.
공연장과 재즈클럽은 같은 음악을 들려주지만 그 풍경은 사뭇 다르다. 공연장에서는 하나의 작품을 완성된 형태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정해진 시간에 공연이 시작되고, 연주자들은 리허설을 거쳐 관객에게 가장 좋은 결과를 보여주려 한다. 관객은 객석에 앉아 무대 위의 음악을 감상한다.
재즈클럽은 조금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 무대와 객석의 거리가 가깝고, 때로는 그 경계가 흐릿하다. 연주자의 표정과 숨소리까지 느껴질 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음악을 만난다. 같은 곡이라도 그날의 분위기와 연주자의 컨디션, 함께하는 연주자들의 호흡에 따라 음악은 달라진다.
무엇보다 재즈클럽은 연주자들이 자유롭게 실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새로운 곡을 시도하기도 하고, 익숙한 곡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풀어내기도 한다. 평소 해보고 싶었던 음악을 꺼내놓고 마음껏 분출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래서 때로는 완벽하게 정돈되지 않은 음악을 만나기도 한다. 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실수와 즉흥적인 순간 속에서 오히려 재즈의 생생함을 느낄 수 있다.
재즈클럽의 또 다른 매력은 음악을 대하는 방식에 있다. 공연장에서는 오롯이 공연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지만, 재즈클럽에서는 좋은 음식과 술을 곁들이며 음악을 즐길 수 있다.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다 어느 순간 음악에 귀를 기울이고 잔을 기울이며 연주를 바라보는 것. 음악이 특별한 행사가 아니라 일상의 한 부분이 되는 경험이다.
관객과 연주자의 관계도 가깝다. 관객의 작은 반응이 연주자에게 전달되고 연주자의 음악이 다시 관객에게 돌아온다. 그렇게 만들어지는 분위기는 그날 그 공간에 모인 사람들만이 공유할 수 있는 것이 된다.
좋은 공연장은 완성된 음악을 만나기에 좋은 곳이고 좋은 재즈클럽은 음악이 만들어지는 순간을 만나기에 좋은 곳이다. 어느 쪽이 더 좋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재즈라는 음악이 가진 자유와 즉흥성을 가까이 느끼고 싶다면 재즈클럽만큼 좋은 공간도 없다.
대구에도 베리어스 재즈클럽, 대호쌀롱, 더녹턴 등 재즈를 만날 수 있는 공간들이 있다.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밤이면 로컬 재즈 뮤지션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연주자들이 대구의 밤을 음악으로 채운다. 운이 좋다면 세계적인 재즈 거장들의 내한공연을 가까운 재즈클럽에서 만나는 특별한 경험도 할 수 있다. 이번 주말에는 가까운 재즈클럽을 찾아가 날것의 재즈를 만나보기를 권한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