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찬 구조동물 외과센터 홍금동물병원 원장
우리 병원은 구조동물을 치료하는 것 이외에도 한두 달에 한 번씩 대규모 중성화와 의료봉사를 진행한다. 이번 봉사활동의 현장은 경북 영주의 한 애니멀호딩 현장이었다.
현장에는 150마리가량의 푸들이 생활하고 있었다. 개들은 통제되지 않은 채 번식하고 있었고, 일부는 번식과 판매에 이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도축 부산물을 먹고 자라 구조 후에도 사료를 먹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동물보호단체는 우선 임신한 개들을 분리해 구조했다. 병원에서 출산 예정일과 태아의 생존 여부를 확인하고 출산을 관리했다. 상당수의 어미가 출산 후 새끼를 제대로 돌보지 않았으며, 한 마리는 조산한 태아를 섭식하기도 했다. 장기간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며 받은 스트레스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었다.
이후 우선 구조된 100여 마리를 대상으로 구조동물 미용봉사팀과 함께 미용 및 의료봉사를 진행했다. 상당수에서 심한 피부질환과 안구질환이 확인됐으며, 사람에 대한 경계와 공격성을 보이는 개들도 많았다. 그러나 구조 후 적절한 환경에서 치료와 관리를 받으면서 이러한 행동은 점차 감소했고, 일부는 이미 입양됐다.
문제는 현장에 아직 50마리가량의 개들이 남아 있다는 점이다. 소유자의 동의 없이 남은 동물들을 모두 구조하는 데에는 현실적·제도적 한계가 있다. 많은 동물을 사육한다는 사실만으로 동물학대로 판단할 수는 없지만, 관리되지 않는 다두사육은 통제되지 않는 번식과 위생 악화, 질병 및 사회화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문제가 심각해진 이후에는 구조와 치료에 많은 인력과 비용이 필요하며, 현재 상당 부분을 개인과 동물보호단체가 부담하고 있다.
따라서 사후 구조뿐 아니라 애니멀호딩을 조기에 발견하고 개입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일정 규모 이상의 다두사육에 대한 실태 파악과 관리, 무분별한 번식을 방지할 수 있는 체계, 동물학대가 의심되는 현장에 대한 신속한 조사와 개입 방안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이번 봉사를 통해 100여 마리가 구조됐지만 현장에는 여전히 50여 마리가 남아 있다. 애니멀호딩으로 인한 피해를 민간의 구조활동에만 의존하기보다 예방과 조기 개입을 위한 제도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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