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화 시민기자
한 아이의 탄생은 가족에게 가장 벅찬 기쁨이자 축복이다. 하지만 새로운 생명을 맞이하는 기쁨 뒤에는 산모의 회복과 신생아를 돌보는 고된 시간이 이어진다. 국가는 이러한 출산 가정의 돌봄과 경제적 부담을 덜기 위해 돌봄을 사회 서비스로 제도화했고, 그 현장을 책임질 전문인력으로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사를 양성했다.
하지만 정책의 따뜻한 취지와 달리, 정작 현장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사들은 열악하고 불합리한 근무 환경에 놓여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사 파견업체 대표를 통해 확인한 현장 사례들을 살펴보면, 관리사에게는 1시간의 휴게시간이 정해져 있지만 아기가 울거나 산모에게 필요한 일이 생기면 그 한 시간조차 온전히 보장받기 어렵다고 한다. 산모가 "식사하세요"라고 말해주지 않으면 눈치를 보며 식사 때를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고 산모보다 많이 먹었다는 이유로 불만이 제기되는 일도 있다고 한다. 다른 관리사는 재료를 직접 가져와 음식을 해줬다며 비교를 당하기도 하고, 산모의 지인이 방문하면 그들의 식사까지 챙겨야 하는 일도 잦다.
또 일터가 산모의 집이라는 개인적인 공간이다 보니, 관리사는 일을 하는 내내 자신의 행동 하나하나를 감시받는 듯한 부담을 느끼기도 한다. 퇴근 후 CCTV에서 사소한 실수나 행동이 발견되면 다음 날부터 나오지 말라는 통보를 받기도 하고, 산모의 개인 일정으로 서비스가 취소되면 예정된 근무와 그날의 임금이 보장되지 않기도 한다. 여기에 신생아 돌봄을 넘어 집안 청소 등 각종 가사일까지 요구받으며 과도한 업무를 감당하는 경우도 있다.
아동의 안전을 위한 CCTV와 감염 예방의 필요성은 부정할 수 없다. 다만 언론에서 보도된 일부 아동학대 사건으로 모든 관리사가 처음부터 의심의 대상이 되는 현실은 한 번쯤 짚어볼 필요가 있다. 관리사는 재채기 한 번에도 감염을 우려해 참아야 하며, 감기나 코로나에 걸리기라도 하면 그 책임까지 떠안아야 한다. 이 때문에 산모와 가족, 손님은 마스크를 쓰지 않더라도 관리사는 두 겹의 마스크를 착용하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그뿐만이 아니다. 관리사들이 말을 많이 하면 "수다스럽다" 하고, 조용히 있으면 "어둡다"고 한다. 다른 관리사가 어떤지 궁금하다는 이유만으로 교체되는 일도 있다. 물론 이용자에게는 더 나은 서비스를 선택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그 선택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 다른 사람으로 바꿀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사는 필요할 때 불러 쓰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교체하는 대상이 아니라, 산모의 회복을 돕고 갓 태어난 아기의 첫 시간을 함께하는 돌봄 전문인력이다. 서비스의 선택권 뒤에 이들의 존엄이 가려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때다.
산모와 아기의 건강을 위해 마련된 서비스인 만큼 그들의 안전과 만족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동시에 그 안전과 만족을 만들어내는 사람 역시 누군가의 가족이고, 존중받아야 할 전문 노동자이다. 산모와 아기의 건강한 시작을 넘어, 그 시작을 함께 만들어가는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사의 노동환경까지 돌볼 때 우리는 한층 더 따뜻하고 건강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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