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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대 신산업 다 못 키운다”…대구 첨단산업 ‘선택과 집중’ 한목소리

2026-09-17 18:59

17일 첨단산업발전략자문회의서 전략·제언 쏟아져
미래산업 경쟁 격화…‘로봇’ 최우선 육성해야
센서·로봇 등 융합…‘대구형 혁신펀드’ 제안도

17일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린 대구첨단산업발전전략자문회의 첫 회의에서 자문단 위원들이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이승엽기자

17일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린 '대구첨단산업발전전략자문회의' 첫 회의에서 자문단 위원들이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이승엽기자

국내 대표 첨단산업 전문가들이 주목한 대구 산업계의 화두는 '선택과 집중', 그리고 '융합'이었다. 미래모빌리티·로봇·반도체·바이오 등 대구의 미래 먹거리 산업은 이미 전국 지자체가 치열한 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어 나열식 육성전략만으로는 차별화하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대구가 강점을 가진 제조·부품·ICT 기반에서 승산 있는 분야를 선별하고, AI를 매개로 기존 산업과 첨단산업을 연결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내는 것이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저부가 산업구조 한계…피지컬 AI 중심 선택과 집중해야


17일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린 '대구첨단산업발전전략자문회의' 킥오프 회의에서는 대구 주력산업의 현주소와 과제에 대한 진단이 이뤄졌다. 지표로 드러난 대구 경제는 녹록지 않았다. 2024년 기준 대구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3천137만원으로 17개 시·도 가운데 최하위다. 1인당 가계소득도 2천578만원으로 전국 12위에 머물렀다.


노동시장 고령화와 부족한 연구개발 투자도 과제로 지목됐다. 지역 취업자는 50·60대 비중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대구의 연구개발비는 1조6천626억원으로, 총부가가치 대비 1.27%에 그쳐 전국 평균(2.47%)의 절반 수준이었다.


더 큰 문제는 산업의 부가가치 구조다. 자동차·기계 등 기존 제조업의 특화도는 높은 반면 전자부품·의약품 등 고부가가치 산업의 집적도는 낮은 데다, 주력산업마저 거센 기술 전환기를 맞고 있다. 기존 주력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산업구조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김현덕 첨단정보통신융합산업기술원장(경북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은 "대구는 미래모빌리티·첨단로봇·반도체·헬스케어·ICT·섬유신소재를 6대 신산업으로 선정했다"며 "기계·금속·자동차부품 등 주력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위해 신기술 내재화를 통한 첨단산업 구조 전환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백화점식 산업육성'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문했다. 전국 지자체가 비슷한 첨단산업을 육성하는 만큼 대구만의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우선 분야로는 로봇(피지컬 AI)이 제시됐다.


박철우 한국공학대 부총장은 "특화산업이 모두 중요하지만 결국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며 "킬링 사업으로는 로봇이 가장 좋다. 로봇에 AI를 입히면 피지컬 AI가 된다"며 "피지컬 AI는 대구가 강점을 가진 지능형반도체와 액추에이터, 센서 등을 함께 끌어올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로봇 공공수요 확대를 활용한 생산기업 유치와 지역 부품기업 전환도 제안됐다. 류지호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산업AX혁신본부장은 "정부가 내년부터 4년간 총 5천억원 규모의 로봇 공공수요를 발굴할 예정인 만큼 양산을 준비하는 기업을 선제적으로 유치할 필요가 있다"며 "외부 앵커기업 유치도 좋지만, 에스엘·삼보모터스 등 지역 자동차부품기업을 로봇 부품 앵커기업으로 키우는 전략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국 따라가선 늦는다"…기존 제조업 AX로 체질 전환해야


대구 제조업의 핵심인 자동차부품산업에서는 기존의 '추격형 성장전략'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홍성수 서울대 공과대학 교수는 "과거 한국 자동차산업이 독일·일본·미국을 추격하며 성장했다면 이제는 중국이 전기차·자율주행 등 첨단기술의 주요 경쟁자로 부상했다"며 "중국을 뒤쫓기보다 중국이 바라보는 미래에 투자해야 한다. 에이전틱AI 등에 선행 투자하고 이를 뒷받침할 연구인력과 리더십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 제조업의 해법으로는 제조AX와 기업별 맞춤형 전환이 제시됐다. 서재형 지능형자동차부품진흥원장은 "중국과의 가격·기술 경쟁에 대응하려면 자동차부품기업에 AI·SW와 로봇을 접목해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며 "큰 산업 로드맵에 그치지 않고 전환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선별해 집중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규호 대구기계부품연구원장은 지역 산단과 중소기업이 축적한 생산데이터를 제조AX의 자산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대구 중소기업이 가진 데이터가 어마어마하다. AX를 위해서는 이를 구조화해야 한다"며 "피지컬AI·로봇이라는 거대 담론뿐 아니라 중소기업 현장에 필요한 소규모 R&D, 이른바 '실핏줄 R&D'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따로 키우지 말고 엮어야"…산업 간 융합으로 수도권과 경쟁


산업 간 융합도 이번 회의의 주요 화두였다. 개별 산업 규모만으로 수도권 등과 경쟁하기 어려운 만큼 자동차·기계부품·센서·로봇 등 대구가 보유한 산업기반을 서로 연결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재관 한국자동차연구원 AI자율주행연구소장은 "대구의 6대 전략산업은 잘 선정했지만 다른 지자체와 많이 겹친다"며 "대구는 이들 산업의 상당 부분을 융합할 수 있다는 게 강점"이라고 분석했다.


바이오·헬스케어 분야에서는 대구가 경쟁력을 가진 분야를 구체화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묵현상 뉴패스바이오 대표이사는 "대구는 첨단의료복합단지 등 우수한 의료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며 "특히 합성의약품 분야를 전략적으로 육성한다면 연구개발부터 생산까지 연결하는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융합을 실제 사업과 투자로 연결하기 위한 지역 주도의 자금 조달 방안도 제시됐다. 박구선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이사장은 "국비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투자 적기를 놓칠 수 있다. '대구형 혁신펀드' 조성을 제안한다"며 "대기업을 외부에서 유치하는 데만 매달리기보다 지역 기업과 산업을 연결해 대구 안에서 규모 있는 산업을 만들어내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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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대구시청 경제부서와 산업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작은 목소리도 끝까지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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