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잇는 50km 동맥과 7개 실핏줄…‘길의 혁신’으로 미래 그린다
경산은 도로망이 매우 촘촘하고 대구와 연결되는 광역 도로 중심의 교통 체계를 갖추고 있다. 산업단지를 품은 경산은 인근 대도시로의 출퇴근과 물류 이동이 많아, 교통환경 개선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사진은 경산 톨게이트.
광역물류동맥 경산~울산 고속도로
하반기 국토부 국가계획 포함 기대
관내 연간 물류비 1161억 절감 예상
진량 하이패스IC 등 7개 증축 노선
내부 물류·교통망 숨통 틔우는 핵심
흔히 '도로(道路)'라 하면 자동차가 다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도로는 사람과 자전거, 자동차, 마차 등이 다니는 길이지만 왠지 차도(車道)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 어찌됐든 결과적으로는 차도를 통해 사람이 다른 곳에 닿으니 차도 역시 인도(人道)의 확장판이라 하겠다. 사람들은 길을 타며 즐길거리를 찾으러 다니고, 또 일터에 닿는다. 경산의 길 역시 사람이 오가며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한다. 경산은 다른 지역으로 가는 큰 길과 작은 길을 새로 내며 사람들의 일과 삶과 즐거움을 잇고 있다.
새벽 5시, 경산4일반산업단지의 불이 켜진다. 자동차 부품을 실은 화물차가 울산 언양을 향해 출발한다. 지도 위에서는 남동쪽으로 곧게 내려가면 될 길이지만, 차는 경산IC에서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북쪽으로 크게 돈다. 새벽 화물차들의 73㎞는 52분이 걸린다. 경산의 아침은 오랫동안 이 우회로에서 시작돼 왔다.
그 길이 곧게 펴진다. 경산시가 추진해 온 '경산~울산 간 고속도로'는 경산 진량IC에서 청도와 경주를 지나 울산 언양JC를 잇는 총연장 50㎞, 왕복 4차로 노선이다. 완공되면 소요시간은 36분으로 줄어든다. 지금의 최단 경로보다 이동거리 23㎞, 통행시간 16분이 짧아진다. 사업 기간은 2026년부터 2035년까지 10년이다.
관건이었던 국토부의 '제3차 고속도로 건설계획(2026~2030)' 고시가 올 하반기로 다가오면서, 경산은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영남의 세로축을 채우는 고속도로
대구~부산, 대구~포항, 밀양~울산으로 이어지는 횡축은 촘촘하다. 반면 경산에서 청도·경주를 거쳐 울산으로 내려가는 세로축은 비어 있었다. 경산~울산 고속도로는 이 마지막 한 칸을 채우는 노선이다.
효과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곳은 산업 현장이다. 경산에는 경산1~4일반산업단지와 경산지식산업지구가 밀집해 있고, 자동차 부품 기업이 경북에서 가장 많이 모여 있다. 이들의 최종 납품처는 완성차 공장이 있는 울산이다.
경산시는 이 노선이 완공되면 관내 2천122개 업체의 물류비만 연간 1천161억원 절감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건설 단계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5조6천800억원, 고용 창출 효과는 2만4천명 규모로 추산된다. 경북도는 울산에서 수도권으로 향하는 물류 흐름까지 감안하면 물류비 절감 효과가 2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기대는 산업에만 머물지 않는다. 2030년 개항 예정인 대구경북신공항 접근성이 함께 높아지고, 울산과 경북을 잇는 관광벨트의 이동시간도 줄어든다. 울산권과 대구·경북권을 하나의 광역경제권으로 묶는 축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16분이 짧은 시간 같지만 왕복 30분, 한 달이면 차량 한 대분 운행시간이 통째로 남는 셈이다.
경산지식산업지구 진입도로, 국도대체우회도로 남산~하양 구간, 청통와촌IC 진입도로 등 경산은 교통의 '실핏줄'을 연결하고 촘촘히 하는 데 힘쓰고 있다. 경부고속도로 경산 방면 안내표지판.
◆손 잡고 만들어가는 고속도로
지금의 기대감은 2년 반에 걸쳐 차곡차곡 쌓아 올린 결과물이다.
출발점은 2024년 4월, 국가계획 반영 건의였다. 경산시는 같은 해 5월 자체 예산으로 고속도로 기본구상 용역을 발주하며 밑그림을 먼저 그렸고, 10월에는 한국도로공사와 타당성 조사 추진 절차를 협의했다. 8월부터 10월까지 경북도·울산시·대구시를 차례로 방문했고, 12월에는 울산시 건설주택국장이 경산을 찾았다. 같은 달 조현일 경산시장은 한국도로공사를 직접 방문해 협조를 당부했다.
2025년 들어서는 속도가 붙었다. 2월 경북도와 도로공사를 통해 제3차 고속도로 건설계획 반영을 정식 건의했고, 9월에는 국회의원회관에서 '영남권 물류 혁신을 위한 경산~울산 간 고속도로 신설'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경산과 울산 지역 의원들이 공동 주최하고 경북도·울산시·경산시가 주관한 이 자리에는 당 지도부와 경북도 경제부지사, 울산시 경제부시장 등 150여 명이 참석해 공론화의 전환점이 됐다.
이어 10월 경산시민의 날 행사에서는 7천여 명의 시민이 고속도로 신설을 기원하는 퍼포먼스를 함께했고, 12월 출범한 '10만 범시민 서명운동'은 1주일 만에 목표를 넘어섰다. 직장인과 자영업자, 청년과 어르신까지 전 세대가 참여했다. 한 명, 한 명, 16만123명의 이름이 모였다.
같은 달 16일, 경산시청 대회의실에서 경산시장과 경북도지사, 울산시장이 공동선언문에 나란히 서명했다. 울산권과 대구·경북권을 하나의 광역경제권으로 묶는 핵심 기반시설이라는 점, 국가계획 반영을 위해 공동 대응한다는 점이 선언문에 담겼다. 이튿날 세 지자체는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선언문과 시민 서명부를 직접 전달했다.
경산톨게이트를 지나 경산으로 들어오는 차량들. 경산시는 경산IC 주변과 인근 도로의 출퇴근 시간대 상습 교통 정체를 완화시키고 진량산업단지의 접근성과 주민들의 고속도로 접근성을 키우기 위해 진량IC를 신설한다.
올해 들어서도 발걸음은 이어졌다. 7월에는 경산산업단지관리공단과 지역 기업인들이 국회 소통관에 함께 서서 빠른 추진을 촉구했다. 국민의힘 조지연 의원과 울산동구를 지역구로 둔 더불어민주당 김태선 의원이 함께 2월에는 국토교통부 장관을, 8월에는 기획예산처 장관을 만났다.
행정구역과 정당을 넘어 한 사업에 이만한 공조가 만들어진 사례는 드물다. 광역을 잇는 노선은 양 끝단이 동시에 요구할 때 국가 간선망 논의의 중심으로 올라설 수 있다는 점에서, 울산이 처음부터 함께 움직였다는 사실은 이 사업의 가장 든든한 자산으로 꼽힌다.
사업 기간이 2035년까지 잡혀 있는 만큼 개통까지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첫 관문만 넘으면 사업은 국가 계획의 궤도 위에 올라선다. 경산시는 고시 확정을 위해 마지막까지 총력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울산에서 자라고 경산에서 대학시절을 보낸 30대 직장인 장태우씨는 "경산은 차부품 기업이 집적된 지역으로, 울산과 연계했을 때 시너지가 높은 지역"이라며 "경제적 이점도 있겠지만 교통의 개선은 경산과 울산을 오가는 입장에선 환영할 만한 일"이라며 기뻐했다.
경산에 터를 잡고 있는 울산지역 대기업 협력업체의 관계자는 "울산 쪽으로 납품을 많이 하고 있어 하루에도 한두 건, 많게는 세 건씩 운송이 이뤄진다. 고속도로가 연결되면 가장 크게 기대하는 효과는 이동 시간 단축"이라며 "비용이 얼마나 줄어들지는 실제로 이용해봐야 알겠지만, 추가 물량을 받아 앞으로 운송 횟수가 더 늘어날 수도 있는 만큼 울산으로 가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경산IC 인근 교통혼잡을 해소하고 진량산업단지 접근성을 높이는 진량하이패스IC가 2027년 12월 준공될 예정이다. 진량 하이패스IC 설치공사가 한창이다. <경산시 제공>
◆경산을 더욱 특별하게 하는 도로들
경산~울산 고속도로가 '밖으로 나가는 길'이라면, 경산시가 동시에 놓고 있는 종축 고속화도로는 '안에서 잇는 길'이다. 청통와촌IC와 경산IC, 남천IC를 남북으로 연결해 지식산업지구와 경산1~4산업단지, 화장품특화단지를 하나의 물류축으로 묶는 구상으로 7개 사업이 함께 진행 중이다.
대표적인 것이 경산지식산업지구 진입도로(7.3㎞·4차로·1천644억원)다. 지난 7월 기준 공정률 88.9%로, 2023년 1월 양지리~지식산업지구 구간과 지난해 12월 지식산업지구~종점부 구간이 차례로 조기 개통돼 이미 효과를 내고 있다. 준공은 2027년 12월이다.
국도대체우회도로 남산~하양 구간(9.9㎞·4차로·2천198억원)은 공정률 36.3%로 2029년 12월 준공을 목표로 순항 중이다. 지방도 925호선 상대~하대 확장(1.8㎞·2→4차로·290억원)은 실시설계를 마치고 올 1월 보상 절차에 들어갔으며 2028년 상반기 공사를 발주한다.
청통와촌IC 진입도로(1.2㎞·2차로·272억원)는 지난달 한국도로공사가 타당성조사 보고서를 제출했고, 오는 12월 고속도로 연결허가를 신청해 내년 2월 허가를 받는 일정이다. 하대~인흥간 도로(1.3㎞·4차로·200억원)는 올 2월 기본계획 및 노선검토 용역에 착수했으며, 남천 하이패스IC(230억원)는 타당성조사 재검토를 마치고 내년 상반기 실시설계에 들어간다. 국도대체우회도로 남천~남산 구간(7.4㎞·4차로·2천912억원)은 내년 2월 사전 예비타당성 자체 조사용역을 시작해 2028년 하반기 제7차 국도·국지도 5개년 계획 신청을 준비한다.
특히 진량 하이패스IC에 대한 기대가 크다. 기존 경산IC 주변과 인근 도로의 출퇴근 시간대 상습 교통 정체를 완화시키고 진량산업단지의 접근성과 주민들의 고속도로 접근성을 키우는 진량IC는 2027년 12월 준공을 앞두고 마무리 단계에 있다. 2015년 5월 한국도로공사가 대상지로 선정한 이래 12년 만에 결실을 맺는 셈이다. 진량읍 신상·북·다문·문천리 일원에 상·하행선 각 1개소가 들어서며, 사업비 350억원은 전액 시비가 투입됐다.
진량산업단지에 사업장을 둔 태양광에너지기업 비에스텍의 손유진 대표는 "대구에서 경산으로 출퇴근하는 인력이 많은데, 연구 인력 등을 채용하려고 면접을 보면 거리와 출퇴근 시간을 부담스러워하는 경우가 많다. 기업이 차량 지원까지 추가로 해야 하는 부담도 있다"며 "진량IC가 신설돼 출퇴근 시간이 줄면 인력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울산과 포항의 배터리 관련 연구 인력과 오가는 여건도 나아지는 만큼 사업이 조속히 추진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개통되면 경산IC로 몰리던 교통량이 분산돼 퇴근 시간대 정체가 눈에 띄게 완화되고, 산업단지 물류차량의 이동거리도 짧아진다. 진량 하이패스IC가 승용차와 소형 화물의 숨통을 틔우는 실핏줄이라면, 경산~울산 50㎞는 대형 물류를 통째로 옮기는 동맥이다. 두 길이 함께 열리는 2030년대, 경산의 아침 풍경은 지금과 사뭇 달라져 있을 것이다.
글=박준상기자 junsang@yeongnam.com
사진=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박준상
대구와 갱상북도의 이바구
이지용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사진 전문기자입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