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적 한계에 막힌 녹조 대책
지난 7월 30일 대구 달성군 강정고령보 수문이 열리며 갇혀 있던 강물이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방류됐다. 여름철 폭염 속 낙동강 녹조가 빠르게 확산하자 정부가 낙동강 하류 4개 보의 수문을 순차적으로 개방해 물의 체류 시간을 줄이려 한 것이다. 그러나 구조적 한계가 발목을 잡았다. 4대강 사업 당시 준설로 강바닥은 깊어졌지만, 농업용 취·양수장의 취수구는 과거 높이에 그대로 머물러 있어 보 수위를 25~90cm 낮추는 데 그쳤다. 결국 수문은 사흘 만에 다시 닫혔고 수위를 다시 높여야 했다.
수문을 다시 닫은 뒤인 8월 5일 현장 취재 당시 강정고령보 수면에는 짙은 녹조가 곰팡이처럼 퍼져나갔다. 앞서 8월 3일 강정·고령 지점에서 측정된 유해남조류는 1mL당 9만 8,859개였고 수온은 31.9℃까지 치솟았다. 이후 유해남조류는 급격히 증가하여 8월 18일 48만 3,021개, 8월 20일에는 48만 9,500개까지 치솟았다. 8월 16일 65mm 안팎의 비가 내렸지만 안동 등 상류 지역의 가뭄을 해소하고 강물을 씻어내기에는 부족했다. 고수온과 강한 일사량이 이어지면서 남조류가 빠르게 증식했다.
식수원 턱밑까지 번진 녹조… 친수활동 규제의 한계
녹조가 확산하면서 현장에서는 시민단체의 조사도 이어졌다. 8월 12일 경북 고령군 낙동강변에서는 대구환경운동연합 관계자가 마스크와 장갑, 가슴장화 등 보호장비를 착용한 채 수풀을 헤치며 강물을 채수하고 수온을 측정했다. 강에서 발생하는 악취와 간 독성을 유발할 수 있는 조류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에 노출될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현장 조사를 진행한 최기석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녹조가 수십 년간 매년 반복되다 보니 사회 전체가 녹조에 너무 무감각해진 것 같다"고 우려를 표했다.
8월 20일 상공에서 내려다본 강정고령보 상류 수면은 다리 주변부터 하천 전체에 이르기까지 본래 모습을 알아보기 힘들 만큼 짙은 초록빛 녹조 띠로 뒤덮였다. 이날 강정·고령 지점에서 검출된 유해남조류는 1mL당 48만 9,500개로, 2016년 관측을 시작한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존 최고치였던 2024년 8월 22일의 14만 4,375개보다 3배 이상 높은 수치다. 이는 조류경보 '경계' 기준인 1mL당 1만 개를 48배 이상 웃도는 수준이다. 이곳은 대구 시민의 수돗물을 생산하는 매곡·문산 취수장과 공업용수를 공급하는 죽곡 취수장 등 3개 핵심 취수장이 밀집한 구역이다.
관측 이래 최고치를 기록한 8월 20일에는 마이크로시스틴-LR 5.1㎍/L, 마이크로시스틴-RR 10.0㎍/L 등 조류독소도 함께 검출됐다. 앞서 8월 18일에도 유해남조류가 1mL당 48만 3,021개까지 치솟으며 마이크로시스틴-LR 9.9㎍/L와 마이크로시스틴-RR 19.1㎍/L 등이 검출된 바 있다.
유해남조류 수치가 최고조에 달했던 8월 20일, 수면 위에서는 모터보트가 짙은 초록빛 물보라를 일으키며 수상스키를 즐기는 모습이 목격됐다. 당시 검출된 유해남조류는 1mL당 48만 9,500개로, 세계보건기구(WHO)가 레크리에이션 수역의 건강위험 기준으로 제시한 1mL당 10만 개를 약 4.9배 웃도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낙동강과 같은 강변 친수공간에서는 조류경보 '경계' 단계에서 친수활동을 강제적으로 제한하기 어려워 지자체의 자제 권고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유해남조류가 위험 수준으로 검출된 상황에서도 수상활동이 이어진 이유다.
본류와 별개로 지류·식수원·도심에서도 녹조
한편 기후에너지환경부(기후부)는 현행 조류경보 체계의 관리 범위를 넓히고 조류독소 관리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용역 제안요청서를 냈다. 지난 6월 마련된 제안요청서에는 현행 조류경보제와 친수활동·농업용수·농산물 관리 등의 한계를 분석하고, 세포수 중심의 조류경보 체계에 조류독소 농도 기준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내용 등이 과업으로 담겼다. 아울러 에어로졸 등 조류독소 노출 경로에 대한 모니터링과 법령·지침 개정안 마련 등도 포함됐다.
하지만 아직 연구를 진행할 수행기관조차 선정되지 않은 상태다. 제한경쟁입찰 방식의 입찰과 제안서 평가, 협상을 거쳐 연구가 시작되고, 실제 법령 및 지침 개정으로 이어지기까지는 까마득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관측 이래 최고 수준의 유해남조류가 강을 덮치는 동안에도 실질적인 법적·제도적 방패막이 마련되기까지는 갈 길이 먼 실정이다.
낙동강 본류와 별개로 지류와 다른 식수원, 도심 저수지에서도 녹조가 확인되면서 수계 전반에 대한 관리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대구 동구 일부 지역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공산댐에서도 이상 징후가 나타났다. 8월 24일 취수탑 주변 수면이 녹색을 띠었고, 중앙부에서 유해남조류가 1mL당 1만 7,730개 검출되면서 조류경보가 '관심'에서 '경계' 단계로 상향됐다.
9월 8일 대구 달서구가 '도심 생태통로' 조성을 추진 중인 도원지 수면이 짙은 녹조로 뒤덮인 가운데 새끼 거북 한 마리가 부유목 위에 올라가 있었다. 녹조가 잦아든 낙동강 본류와 달리 도심 저수지에서도 녹조가 확인되면서 녹조 문제가 하천을 넘어 생활권으로 확산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사후약방문을 넘어 국가 물관리 대전환 시급
8월 말 강한 집중호우로 유속이 빨라진 뒤 남조류는 하류로 씻겨 내려갔고, 9월 초 조류 수치도 하향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비가 내린 뒤 녹조가 일시적으로 줄어든 것이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매년 반복되는 녹조와 올해 관측 이래 최고 수준까지 치솟은 유해남조류는 수문 개방과 사후 정수처리만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음을 보여줬다.
대구지방환경청 관계자는 "낙동강 녹조 문제는 식수원과 구미 산단 공업용수는 물론, 보 설치 이후 높아진 지하수 수위에 맞춰 정착된 비닐하우스 농법과 농산물 가격 상승 문제까지 복잡하게 얽혀 있어 단기간에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반복되는 녹조를 일시적으로 걷어내는 데 그치지 않고 취수구 구조 개선과 유역 오염원 차단, 지류와 농경지 관리, 친수활동 통제 권한 강화 등을 아우르는 국가 물관리 정책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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