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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AI로봇수도 대구입니다 ⑥] 낡은 규제 허물고 없는 법도 만들어 혁신한 대구, 메가특구 잡는다

2026-09-25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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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 만의 정부 규제개혁 ‘메가특구’ 신설… 로봇 산업 혁신의 골든타임 맞아
‘없는 법도 만들어 푼’ 대구시, 현장 맞춤형 규제 발굴로 앵커 기업 투자 정조준
테스트필드·인증센터 등 집약된 인프라 앞세워 차세대 휴머노이드 ‘룰 세터’ 나서야

에스엘 현장에서 움직이는 이동식 협동로봇의 모습. 영남일보DB

에스엘 현장에서 움직이는 이동식 협동로봇의 모습. 영남일보DB

기술의 진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법적 족쇄가 국내 신산업 발목을 잡고 있는 가운데, 대구시가 차세대 로봇 산업의 글로벌 룰 세터(Rule Setter)로 도약해야 한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거세다. 최근 중앙정부 차원의 규제개혁 드라이브와 맞물려, 대구가 그간 축적해 온 로봇 실증 인프라를 바탕으로 '로봇 메가특구'를 선점하고 대한민국 로봇 가이드라인을 주도해야 할 골든타임이 도래했다는 분석이다.


◆28년 만의 국가 규제 시스템 전면 개편… '메가특구' 등장


오랜 기간 현장 체감도를 낮췄던 규제 패러다임이 전환점을 맞이했다. 정부는 28년 만에 규제개혁 추진체계를 전면 개편하고, 위원장을 대통령으로 격상한 '규제합리화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주목할 만한 변화는 5극3특 지역균형성장 실현을 위해 도입되는 대규모 핵심 성장거점인 '메가특구' 제도다.


과거의 소규모·분절적 특구와 달리 메가특구는 전 부처가 참여해 광범위한 규제특례와 정책패키지를 파격적으로 지원한다. 특히 기업과 지방정부가 직접 요청할 경우 일정 기간 규제를 배제하거나 완화해 주는 '수요응답형 규제유예(on-demand 특례)'가 도입돼 지역 현장 애로사항이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소통 기반이 마련됐다. 로봇 산업의 경우, 다양한 로봇의 원본데이터 활용 허용이나 무인 소방로봇의 도로 통행, 실외 이동로봇의 공원 내 영업활동 등 구체적인 특례들이 메가특구 추진 방안에 포함되어 논의되고 있다.


지난 5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김종민(세종 갑) 무소속 의원은 대구 내 여러 곳으로 흩어진 소규모 특구를 하나로 묶는 로봇 메가특구를 조성해 대구를 피지컬 AI 세계 1등 전진기지로 도약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더불어민주당 재선 의원 출신인 박용진 규제합리화위 부위원장 역시 대구를 휴머노이드 로봇 메가특구의 적합 후보지로 지목하며, 글로벌 경쟁 승리를 위해 지역 정치권이 선제적으로 유치를 준비하고 적극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특례법 국회 통과로 풀린 데이터 족쇄… 혁신 골든타임


국가로봇테스트필드 내 들어설 휴머노이드 로봇 안전인증센터 조감도.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제공

국가로봇테스트필드 내 들어설 휴머노이드 로봇 안전인증센터 조감도.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제공

메가특구 신설과 더불어, 로봇 업계 숙원이던 데이터 규제 해소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지난 8월 20일, 인공지능(AI) 기술 개발을 위한 개인정보 활용 특례를 담은 '개인정보 보호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동안 로봇 기업들은 3D 비전 카메라 등을 통해 수집한 영상 및 음성 데이터를 AI 학습에 활용하려 해도,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거나 엄격한 비식별화 처리를 해야 하는 제약 탓에 기술 고도화에 엄청난 제약을 받았다. 유승열 계명대 교수(로봇공학과)는 "로봇을 개발하거나 운영하는 입장에선 취득되는 데이터가 로봇 개선의 근거가 되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하다"며 현장의 데이터 갈증을 대변했다.


하지만 영상 수집 완화가 곧바로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다는 신중론도 공존한다. 유 교수는 "데이터 규제 완화는 양날의 검"이라며 "로봇 개발 쪽에서 불만족스럽다고 해서 개인정보 보호법이 없어져야 하는 것은 아니며, 무엇이 더 중요한 가치인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통과된 특례법은 공익적, 사회적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 인터넷망과 차단된 클라우드 이용 등 강화된 안전조치를 전제로, 적법하게 수집한 개인정보를 AI 개발에 제한 없이 활용할 수 있도록 명문화했다.


◆'없는 법도 만들어 푼' 대구 성공 DNA, 생산성 9% 향상 입증


대구 국가로봇테스트필드 현장. 영남일보DB

대구 국가로봇테스트필드 현장. 영남일보DB

정부의 파격적인 규제 혁신 정책이 실효성을 거두려면 결국 이를 현장에 적용하고 실증해 낼 수 있는 지역 거점의 역량이 필수적이다. 대구는 이미 선제적으로 규제를 돌파해 낸 강력한 성공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총 298억 원을 투입해 진행된 '대구 이동식 협동로봇 규제자유특구 지원 사업'이다. 당시 대구기계부품연구원(DMI)과 에스엘<주> 등 18개 기업 및 기관은 제약 조건이 까다로운 실증 환경 속에서도 갈등을 극복하며 혁신을 주도했다.


DMI에 따르면 당시 이동식 협동로봇은 글로벌 안전 표준(ISO)조차 없는 상황이었으나, 대구에서 선제적으로 안전 기준(KS B 7327)을 자체 제정해 극복했다. 이 과정에서 고가의 외산 안전 부품을 국산화했고, 5개 제조 공장에 로봇을 성공적으로 안착시켜 평균 9%의 생산성 향상을 이끌어냈다. 이 성과를 인정받아 대구 특구는 2021년과 2024년 우수특구로 지정됐고 2025년 지방규제혁신 우수사례 대상까지 거머쥐었다. 박기진 DMI 기계로봇연구본부장은 "한국에서 먼저 선제적으로 이 표준을 만들어보니까 지금 국제 로봇 표준 기구에서도 우리 한국의 목소리가 굉장히 커졌다"며 지역 주도 표준 제정의 위력을 강조했다.


◆기업 투자 최우선… 대구시, 맞춤형 규제 발굴로 메가특구 정조준


대구 국가로봇테스트필드 조감도. 영남일보DB

대구 국가로봇테스트필드 조감도. 영남일보DB

대구시는 '혁신 DNA'를 무기로 기업 투자를 이끌 실질적인 규제 발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윤정 대구시 기계로봇과장은 "메가특구의 핵심은 단순한 국비 지원이 아니라 기업의 실질적인 투자 유치와 이를 가로막는 규제 해소"라고 강조했다.


대구시는 이미 지난해 휴머노이드 특화단지 기획 단계부터 앵커 대기업 및 지역 중소·중견기업들의 투자 의향서를 확보해 둔 상태다. 이 과장은 "확보된 투자 의향을 바탕으로 기업이 현장에서 로봇 사업에 투자할 때 겪는 불합리한 현장 규제를 모아 메가특구 신청서에 오롯이 담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메가특구가 한정된 티켓을 놓고 경쟁하는 방식이 아니라 조건에 부합하면 순차적으로 지정되는 수요응답형 제도로 추진되는 만큼, 대구시의 이런 '상향식(Bottom-up)' 맞춤형 규제 타파 전략은 로봇 기업들을 결집시키는 강력한 승부수가 될 전망이다.


그럼에도 선점 효과를 노리려면 타 지자체와의 경쟁은 불가피해 보인다. 현재 경북은 구미(부품)와 포항(연구개발·실증)을 양대 축으로 하는 'K로봇 메가클러스터' 전략을 내세우고 있으며, 경남 창원 역시 제조 AX(인공지능 전환)를 내걸고 특화단지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인프라 연계…차세대 로봇 가이드라인 확립 채비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전경. 영남일보DB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전경. 영남일보DB

대구시는 2010년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유치를 시작으로 15년간 로봇 산업의 메카로 거듭나고 있다. 로봇 메가특구 및 휴머노이드 특화단지 유치 기반을 탄탄히 다져왔다는 의미다. 국가로봇테스트필드 유치(2023)를 통해 전주기 실증 인프라를 구축하고, AI 로봇 글로벌 규제혁신특구 지정(2025)과 10개 로봇 선도기업 간 휴머노이드 상생협력 MOU를 체결하며 생태계를 고도화했다.


중앙정부의 규제 합리화 기조와 대구시의 집약된 실증 인프라는 대구가 글로벌 룰 세터로 도약하기 위한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구시는무법지대로 평가받는 휴머노이드 시대를 선제적으로 준비 중이다. 유 교수는 "현재 세계적으로 휴머노이드 관련 기준이 없지만, 이를 제정하려는 움직임은 시작되고 있다"고 진단하면서도 "선제적으로 우리나라, 특히 대구에서 휴머노이드 안전인증 센터가 론칭되면서 향후 규제나 인증 기준들이 대구에서 만들어질 것"이라며 대구가 주도권을 쥘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실제로 대구시는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총 186억5천200만원을 투입해 '휴머노이드 로봇 안전인증센터'를 건립한다. 센터에서는 동적안정성 평가, AI 신뢰성 평가 장비를 구축해 휴머노이드 로봇의 안전 및 사이버보안 요구사항에 대한 표준을 직접 개발할 예정이다.


결국 로봇 산업에 산재한 낡은 거미줄 규제를 신속히 걷어내 혁신하려면, 관련 인프라가 갖춰진 대구에 로봇 메가특구와 휴머노이드 특화단지 등이 집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유 교수는 "정책을 추진하는 로봇산업진흥원부터 실증 환경인 로봇 특구, 그리고 최종 인가를 내어줄 인증센터와 국가로봇테스트필드까지 대구에 집약돼 있다"며 "이러한 인프라가 분리되면 환경적 이점을 잃는 것이므로, 테스트부터 인증까지 원스톱(One-stop) 이뤄지는 대구가 로봇 거점이 되는 것이 국가적으로도 맞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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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현(경제)

지역 산업 현장을 취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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