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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공연도시 대구] 세계 바라보는 부산 vs 지역 무대 지키는 대구…비수도권 클래식 시장 해답은

2026-09-27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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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수도권 클래식 시장 견인하던 대구
지난해 부산클래식홀 개관으로 위기
지난해 티켓판매액 대구 比 부산 1.8배↑
“공연재단, 하드웨어 한계 극복할 기회”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대구는 비수도권 클래식 시장을 견인해왔지만, 지난해 부산콘서트홀이 개관하면서 그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일본 후쿠오카 심포니홀에서 열린 2025 월드오케스트라페스티벌 인 재팬 대구시향 공연 모습.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대구시향 제공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대구는 비수도권 클래식 시장을 견인해왔지만, 지난해 부산콘서트홀이 개관하면서 그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일본 후쿠오카 심포니홀에서 열린 '2025 월드오케스트라페스티벌 인 재팬' 대구시향 공연 모습.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대구시향 제공

1950년대 전쟁의 폐허 속에서도 바흐의 음악이 흐르던 대구는 유네스코가 선정한 '음악창의도시'로서 9주년을 맞았다. 2013년 다목적 공연장에서 클래식 전용 극장으로 재탄생한 대구콘서트하우스(연면적 2만6천793㎡, 대공연장 1천284석·소공연장 248석)를 중심으로 비수도권의 클래식 시장을 견인하면서 지역의 클래식 저변 역시 꾸준히 넓혀왔다.


그러나 지난해 6월 부산콘서트홀이 문을 열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부산은 2024년 7월 콘서트홀과 오페라하우스를 관할하는 시 사업소 '클래식부산'을 출범하고, 세계적인 지휘자 정명훈을 초대 예술감독으로 영입하며 닻을 올렸다. 서울 예술의전당(2천505석)과 롯데콘서트홀(2천36석) 다음으로 큰 빈야드형 구조의 대공연장(2천11석)은 물론, 국내 공연장 중 세 번째로 파이프오르간이 설치된 비수도권의 첫 번째 대규모 클래식 공연장이라는 탄탄한 하드웨어를 앞세워 세계를 목표로 출항했다.


2021~2025 서양음악(클래식) 장르 전국 지역별 티켓예매수/티켓판매액 현황 표. 예술경영지원센터 제공

2021~2025 서양음악(클래식) 장르 전국 지역별 티켓예매수/티켓판매액 현황 표. 예술경영지원센터 제공

◆공연 횟수는 '대구', 티켓 매출액은 '부산'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의 지난해 공연시장 티켓판매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부산콘서트홀이 개관한 지난해 서양음악(클래식) 장르 티켓판매액은 부산(58억9천858만원)이 대구(33억328만원)의 약 1.8배를 기록했다. 특히 부산은 개관 효과에 힘입어 전년(33억7천788만원) 대비 티켓판매액이 74.62% 급증했다.


반면 대구의 티켓판매액은 2022년 49억2천701만원→2023년 53억9천665만원으로 반짝 늘었지만, 2024년 39억6천856만원→2025년 33억328만원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예술경영지원센터는 높은 티켓 가격을 형성한 유명 연주자들의 초청 공연이 부산콘서트홀에 집중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티켓예매수와 공연 횟수에서는 대구가 꾸준히 앞섰다. 대구의 티켓예매수는 2022년부터 꾸준히 늘어 2024년 24만1천893매, 지난해 26만130매를 기록하며 부산(24만2천328매)보다 높은 예매수를 유지했다. 공연건수 및 회차 역시 지난해 667건·838회로 전년(638건·772회) 대비 늘어나며 비수도권 1위를 지켰다. 부산은 지난해 각각 561건·760회로 뒤를 이었다.


대구콘서트하우스는 유명 연주자 초청 공연 외에도 지역 예술인 지원 프로그램 비중을 절반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대구콘서트하우스 전경. 대구콘서트하우스 제공

대구콘서트하우스는 유명 연주자 초청 공연 외에도 지역 예술인 지원 프로그램 비중을 절반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대구콘서트하우스 전경. 대구콘서트하우스 제공

◆"국제적 위상 우선" vs "공공성 있는 무대"


이러한 상황에서 대구와 부산을 대표하는 두 클래식 전문 공연장은 각기 다른 방향성을 가지고 운영 중이다.


대구는 지역 예술인 무대를 꾸준히 넓히고 있다. 특히 대구콘서트하우스는 '명연주 시리즈' '더 마스터즈' 등 굵직한 기획 프로그램 외에도 '클래식 ON' '클래식 오아시스' '컴포저 하이라이트' 등 지역 예술인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올해는 지역대표예술단체 지원 사업도 신설했다.


대구콘서트하우스에 따르면, 연간 기획공연 수는 97회(2023년)→106회(2024년)→108회(2025년)→110회(2026년)로 늘었으며, 공연장 가동률은 평균 70.8%(2023년), 67.34%(2024년), 62.73%(2025년)로 6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그중 지역 예술인 지원 프로그램 비중은 △2023년 51.5%(50회) △2024년 62.3%(66회) △2025년 47.2%(51회)로, 전체 기획공연의 절반 수준을 차지했다. 올해는 27.3%(30회)로 조정됐지만, 이는 올해 지역 간 교류 프로그램을 확대하면서 생긴 결과라고 설명했다.


대구콘서트하우스 대표 기획인 '월드오케스트라페스티벌' 역시 공공성에 무게를 둔다. 운영 예산은 2023년과 2024년 각 7억5천만원을 유지하다, 2025년 9억1천만원→2026년 9억2천112만원으로 증액됐다. 반면 티켓 수익은 2023년 2억7천555만원에서 2024년 1억1천180만원, 2025년 1억6천163만원 수준에 머물렀지만, 관객 수는 7천847명(2023년)→8천121명(2024년)→1만134명(2025년)으로 늘었다.


김득주 대구콘서트하우스 공연운영부장은 "2023년은 스타 연주자 초청 공연이라는 특수가 있었다"며 "공공 공연장으로서 고가 티켓을 지양하고 있다. 올해도 KBS교향악단이나 독일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브라스 앙상블 등 정상급 공연을 무료로 진행하면서 시민 문화 향유를 위한 공공성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콘서트홀은 지난해 6월 개관 이후 클래식부산 초대 예술감독인 정명훈 지휘자를 중심으로 화려한 공연 라인업을 선보이고 있다. 부산시 사업소 클래식부산이 운영하는 부산콘서트홀 전경. 클래식부산 제공

부산콘서트홀은 지난해 6월 개관 이후 클래식부산 초대 예술감독인 정명훈 지휘자를 중심으로 화려한 공연 라인업을 선보이고 있다. 부산시 사업소 클래식부산이 운영하는 부산콘서트홀 전경. 클래식부산 제공

한편 부산콘서트홀은 국비 510억원 포함해 총사업비 1천107억원이 투입됐으며, 연면적 1만9천862㎡(지하 1층~지상 3층)에 대공연장(콘서트홀·2천11석)과 소극장(챔버홀·400석)을 갖춘 부산 지역의 첫 클래식 전용 공연장이다.


개관 이후에는 클래식부산 초대 예술감독인 정명훈 지휘자 공연을 필두로 화려한 무대를 선보여왔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선우예권 초청 공연은 물론, 소프라노 조수미가 출연하는 야외 무료 공연에는 관객 5만명이 찾았다. 개관 1주년 페스티벌은 티켓 오픈 4분 만에 매진됐다. 그 결과 개관 첫해인 지난해 평균 객석 점유율 84.4%, 공연장 가동률 60.2%로 전국 평균(54.5%)을 웃돌았다.


다만 개관 초기부터 유명 연주자 이름값에 의존하거나 단순한 나열식 기획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연간 기획공연은 평균 60회 정도로, 클래식부산의 '시즌제' 단원을 활용한 무대가 마련됐으나 지역 예술인 지원 프로그램은 사실상 전무했다.


이에 대해 부산콘서트홀 측은 개관 초기 전문성 구축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부산콘서트홀 공연기획팀 직원은 "지역 예술인의 활동 기반도 중요하지만, 개관 초기 2~3년간은 예술인 복지나 지역성에 함몰되지 않고, 클래식 전문 공연장으로서 수준 높은 공연을 선보이는 데 집중할 예정"이라며 "국제적 위상을 갖춘 공연장으로 자리매김한 뒤 지역 예술인과 동반 성장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대구시가 실시하는 대구문화예술진흥원 조직 개편에 따라 콘서트하우스와 오페라하우스는 대구공연재단(가칭)으로 통합된다. 대구문화예술진흥원 전경. 대구문화예술진흥원 제공

대구시가 실시하는 대구문화예술진흥원 조직 개편에 따라 콘서트하우스와 오페라하우스는 '대구공연재단(가칭)'으로 통합된다. 대구문화예술진흥원 전경. 대구문화예술진흥원 제공

◆하드웨어 열세…전국 최초 '공연재단' 대안 될까


지역 문화계 전문가들은 대구가 가진 소프트웨어 인프라의 우위만으로 대규모 하드웨어의 영향을 피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영남권 관객 이탈과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한 방안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박경숙 대구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대구시가 전국 최초로 시도하는 '대구공연재단(가칭)'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박 부연구위원은 "부산콘서트홀의 흥행은 일시적 현상이 아닌 지속 가능한 인프라에 기반한 만큼 대구에 분명한 위기"라면서도 "콘서트하우스와 오페라하우스를 통합하는 공연재단 설립은 공연 예술의 전문성과 두 기관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기회"라고 짚었다.


이어 "유명 연주자 초청도 중요하지만 지역의 클래식 생태계가 균형을 이뤄야 지속 가능한 '클래식 도시'가 된다. 대구는 이미 자체 제작 인력과 연주자 인프라, 노하우 등 소프트웨어적으로 탄탄한 기반을 갖추고 있다"며 "두 전문 공연장의 역량을 하나로 묶어 차별화된 기획을 선보이고, 열린 태도로 국제 네트워크를 확장한다면 독보적인 입지를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대구문화예술진흥원이 개편되는 과도기 속 각 기관장의 공백으로 인한 내부 추진력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클래식계를 비롯한 지역 문화계에서는 현장 예술인들의 목소리를 수렴해 행정 공백으로 인한 피해가 예술인들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지역 예술계에서는 현 사태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민·관의 연대를 요구했다. 이상직 대구음악협회장은 "부산은 대구에 비해 지역 예술인 인프라가 좁아 대구 음악인들이 연주를 가는 실정"이라면서도 "부산의 대규모 하드웨어로 인해 앞으로 클래식 인프라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대구가 지닌 소프트웨어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민·관이 머리를 맞대고 여러 방안을 의논하는 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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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민

공연장 지박령. 지역의 문화·예술 이야기를 구석구석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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