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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이 남는 도시의 조건 ④] ‘맞춤형 거버넌스’와 ‘클러스터’

2026-10-03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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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개 기업 뭉친 ‘실리콘 작소니’ 형성한 독일 작센주
이직해도 동네 떠날 필요 없는 생태계 구축
다음 직장 없어 떠나는 대구 청년 현실과 대조

독일 드레스덴에 위치한 작센경제진흥공사는 작센주를 향한 전 세계 기업들의 투자를 이끌어내고, 지역 중소기업의 성장을 돕는 역할을 하는 기관이다. 이나영기자

독일 드레스덴에 위치한 작센경제진흥공사는 작센주를 향한 전 세계 기업들의 투자를 이끌어내고, 지역 중소기업의 성장을 돕는 역할을 하는 기관이다. 이나영기자

1990년대 초 독일 통일 직후, 옛 동독 지역이었던 작센주는 심각한 인구유출을 겪었다. 일자리를 찾아 서독과 유럽 전역으로 떠나는 청년들의 행렬은 막을 수 없는 시대적 흐름처럼 보였다. 하지만 30여 년이 지난 현재, 작센주는 완전히 달라졌다. 작센주 통계청에 따르면 작센주는 15년 넘게 독일 국내 비교에서 인구 '순유입'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성장세를 굳혔다.


2025년 기준 작센주의 인구 이동 통계를 보면 8만4천729명이라는 적지 않은 인구가 빠져나갔다. 하지만 이를 상회하는 9만8천234명이 새롭게 유입되며, 결과적으로 한 해 1만 3천505명의 순유입을 기록했다. 과거 인구 유출로 골머리를 앓던 지역이 어떻게 전 세계와 독일 전역에서 청년과 전문인력이 몰려드는 지역으로 거듭날 수 있었을까.


매년 수만 명의 청년이 양질의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짐을 싸는 대구·경북의 '청년 이탈' 현실에 작센주의 지난 30년의 궤적은 시사점을 던진다.


영남일보 취재진이 만난 독일 작센경제진흥공사 안드레아스 리페어트(Andreas Lippert) 투자자서비스 부서장도 그 비결로 정밀하게 설계된 '맞춤형 거버넌스'와 생태계 자체를 무기로 삼는 '클러스터 육성 전략'을 꼽았다.


◆기업과 지역 잇는 작센경제진흥공사


작센경제진흥공사 안드레아스 리페어트 투자자서비스 부서장은 클러스터 자체가 가장 훌륭한 투자 증거이자 자석이라며 경제 이론인 스필오버 효과(파급효과)를 언급했다. 이나영기자

작센경제진흥공사 안드레아스 리페어트 투자자서비스 부서장은 "클러스터 자체가 가장 훌륭한 투자 증거이자 자석"이라며 경제 이론인 '스필오버 효과(파급효과)'를 언급했다. 이나영기자

독일 드레스덴에 위치한 작센경제진흥공사(Wirtschaftsförderung Sachsen GmbH·이하 WFS)는 작센주를 향한 전 세계 기업들의 투자를 이끌어내고, 지역 중소기업의 성장을 돕는 핵심 거버넌스 기관이다.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반도체), 기계공학, 자동차, 바이오테크, 그린테크 등 첨단산업 분야의 글로벌 기업들을 찾아내 그 기업들이 독일로, 그리고 작센주로 안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이들의 주 업무다.


9년 넘게 기업 유치를 담당해 온 리페어트 부서장은 자신의 역할을 "전 세계를 다니며 작센주로 이어지는 다리를 놓는 일"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우선 기업들이 연결될 수 있는, 투자할 수 있는, 시장 기회를 볼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지 본다. 현재 어떤 문제를 안고 있고, 어떤 경영 목표를 가졌는지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교류의 첫걸음"이라며 "단순히 보조금을 쥐여주는 것이 아니라, 해당 기업이 사업을 확장하기에 작센이 완벽한 '입지(Location)'라는 사실을 맞춤형 데이터로 증명해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WFS가 제공하는 인센티브는 획일적이지 않다. 기업 규모와 투자 지역에 따라 최대 35~45%의 직접 보조금이 지급되는데, 대도시에서 멀어질수록, 그리고 대기업보다는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일수록 더 높은 지원율이 적용된다. 이는 지역 내 균형 발전과 중견·중소기업 중심의 탄탄한 허리층을 구축하려는 작센주의 주요 전략이다.


◆600개 기업이 뿜어내는 '파급효과'


작센주가 내세우는 가장 강력한 유치 무기는 보조금 액수가 아닌 '생태계(클러스터)' 그 자체다. 현재 작센주의 드레스덴을 중심으로 형성된 반도체·ICT 클러스터인 '실리콘 작소니(Silicon Saxony)'에는 글로벌 파운드리, 인피니언, TSMC, ESMC 등 거대 앵커기업을 포함해 600개가 넘는 기업, 연구소, 스타트업이 밀집해 있다.


리페어트 부서장은 "클러스터 자체가 가장 훌륭한 투자 증거이자 자석"이라며 경제 이론인 '스필오버 효과(파급효과)'를 언급했다. 큰 기업이 들어오면 자연스럽게 협력업체와 중소기업들이 일감을 얻기 위해 몰려들고 이것이 거대한 공급망 생태계로 진화한다는 것이다. 작센주의 라이프치히 지역 역시 지난 30여 년간 폭스바겐, 포르쉐, BMW 등 완성차 앵커기업들을 중심으로 거대한 자동차 클러스터를 완성했다.


이러한 클러스터는 청년층의 지역 이탈을 막는 역할을 한다.


리페어트 부서장은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분야의 전문인력은 이직이 잦은 편인데, 같은 클러스터 안에 수백 개의 기업이 모여 있으면 직장을 옮기더라도 다른 지역으로 이사할 필요가 없다"며 "가족들은 그대로 작센주에 머물면서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다는 점이 전문인력과 청년들을 붙잡아 두는 핵심 동력"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지역에 어렵게 취업하더라도, 커리어를 발전시킬 '다음 직장'이 마땅치 않아 결국 수도권으로 향할 수밖에 없는 대구 청년들의 '직무 절벽' 현실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대목이다. 청년들이 안심하고 지역에 머물기 위해서는 단일 대기업 하나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수백 개의 기업이 촘촘하게 엮인 생태계가 필수적이라는 의미다.


◆졸업생 80%가 고향에 남는다


독일 작센주 드레스덴의 거리를 활보하는 청년들 모습. 이나영기자

독일 작센주 드레스덴의 거리를 활보하는 청년들 모습. 이나영기자

클러스터를 채울 인재를 길러내는 교육 인프라에 대한 작센주의 투자 규모는 천문학적이다. 작센주는 6개의 종합대학과 응용과학대학들에 매년 약 8억 유로(한화 약 1조2천억 원)의 주 정부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막대한 재정 부담에도 약 11만 명의 대학생과 연구진이 뿜어내는 잠재력은 기업들을 작센으로 끌어들이는 가장 중요한 '입지 요인'이 된다.


이러한 전폭적인 투자의 결실은 명확한 수치로 입증되고 있다. 최근 발표된 '제4차 작센 졸업생 연구(4. Sächsische Absolventenstudie)' 결과에 따르면 작센주의 대학 교육 시스템은 청년들을 지역에 강하게 결속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연구를 이끈 카를 렌츠(Karl Lenz) 교수의 데이터에 따르면 학위 취득 후 2019~2020 학년도 시험 학년 졸업생의 취업률은 졸업 직후 47%에서 36개월 후 84%로 수직 상승했다. 특히 고무적인 것은 지역 정착률이다. 작센 출신 졸업생의 80% 이상이 작센주에서 첫 직업을 가졌으며, 학업을 위해 타 지역이나 해외에서 작센으로 이주한 청년들 중에서도 44%가 작센에 남아 커리어를 시작했다. 전체 대학 졸업생을 기준으로 하면 60% 이상이 지역에 남는 셈이다.


제바스티안 겜코프(Sebastian Gemkow) 작센주 과학부 장관은 이 연구 결과를 두고 "대학들이 작센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전문인력을 성공적으로 양성하고 있다는 증거"라며 "이른바 '접착 효과(Klebeeffekt)'가 작동하고 있다"고 평했다.


◆중소기업 최우선 지원


2024 세미콘 대만에 마련된 작센 홍보 부스에서 안드레아스 리페어트 투자자 서비스 부서장이 작센을 소개하고 있다. 작센경제진흥공사 제공

2024 세미콘 대만에 마련된 작센 홍보 부스에서 안드레아스 리페어트 투자자 서비스 부서장이 작센을 소개하고 있다. 작센경제진흥공사 제공

작센주의 정책 거버넌스는 대기업 유치에만 매몰되지 않는다. 앵커기업의 과실이 지역 중소기업과 연구기관으로 고르게 퍼질 수 있도록 명시적인 우대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 2021년부터 2028년까지 이어지는 EU 및 독일의 지원 기간 동안 작센주는 중견기업과 연구기관 간의 협력 프로젝트에 2억 유로 이상의 지원금을 배정했다. 대기업은 자체 혁신 역량이 충분하다고 판단해 지원을 축소하거나 배제하고, 철저히 중소기업의 연구개발(R&D) 역량과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는 데 집중한 것이다.


또한 극심해지는 인구구조 변화와 전문인력 부족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해외 인재 유치에도 사활을 걸고 있다. WFS는 작센주 전문인력청(Fachkräfteagentur)과 협력해 해외 인재를 위한 '활주로' 역할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인도, 중앙아시아, 베트남 등 목표 국가의 청년들이 자국에서 미리 독일어를 배우고 특정 직업 자격을 취득할 수 있도록 사전 교육을 지원해 작센주 입국 시 즉각적인 현장 투입과 사회 통합이 가능하도록 돕는 정밀한 시스템이다.


실제로 작센주 내 전문가층에서 해외 인력이 차지하는 비율은 과거 2% 수준에서 최근 8~10%까지 네 배 이상 급증했다. 대형 반도체 기업인 글로벌 파운드리의 경우 최대 70개국 출신의 인재들이 모여 일하며 사내 공용어로 영어를 채택할 만큼 유연한 조직 문화를 구축했다.


리페어트 부서장은 "전문인력이 장기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결국 '환영하는 문화(Welcoming Culture)'와 해외 학위·자격 인정에 대한 유연성이 필수적"이라며 "해외 인재들이 대학 행정이나 지자체 관공서에서 영어로 소통하며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는 것이 향후 10년간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조언했다.


독일 드레스덴에서 김지혜기자 hellowis@yeongnam.com


이나영기자 2nayoung@yeongnam.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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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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