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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찬의 구조동물 외과센터] 길 위에 남겨진 생명들

2026-10-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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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찬 구조동물 외과센터 홍금동물병원 원장

이승찬 구조동물 외과센터 홍금동물병원 원장

차량을 운전하다 보면 간혹 차에 치여 쓰러진 동물을 발견하게 된다. 고라니와 같은 야생동물부터 길고양이, 개에 이르기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우리는 흔히 이러한 사고를 로드킬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모든 동물이 사고 현장에서 목숨을 잃는 것은 아니다. 어떤 동물은 심각한 부상을 입은 채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구조동물의 외과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병원을 운영하다 보면 교통사고로 심각한 외상을 입은 환자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다리가 부러지거나 척추 손상으로 뒷다리를 움직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수의사로서 더욱 경계하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손상이다. 차량과의 충돌은 기흉, 복강 내 출혈, 방광 파열 등 생명을 위협하는 손상을 동반할 수 있다. 겉으로 상처가 없거나 사고 직후 걸어 다닌다고 해서 안심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그렇다면 다친 동물을 발견했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안전하게 접근할 수 있다면 동물의 의식과 호흡, 심한 출혈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이때 다친 동물을 억지로 일으켜 세우거나 걷게 해서는 안 된다. 척추나 골반 손상이 있다면 불필요한 움직임이 추가 손상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심한 출혈은 안전하게 다룰 수 있는 경우 깨끗한 천으로 압박하되, 무리한 처치는 피해야 한다. 음식이나 물을 먹여서도 안 된다. 외상환자 치료에서 중요한 것은 신속한 이송과 초기 안정화다. 병원에서는 먼저 호흡과 순환 상태를 평가하고 필요에 따라 산소 공급이나 수액 치료 등을 시행한다. 심각한 외상을 입었다고 해서 반드시 즉각적인 수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생명을 위협하는 손상이 있다면 긴급한 수술이 필요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환자의 상태를 안정시킨 뒤 적절한 수술 시기를 결정한다.


수의사가 된 이후 마음속에 품고 있는 목표 중 하나는 로드킬로 희생되는 동물을 줄이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이를 실현할 명확한 방법을 찾지 못했다. 지금은 사고를 당해 병원에 실려 온 동물들을 최선을 다해 치료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병원에 도착했다고 해서 모든 동물이 충분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중증 외상동물은 상당한 의료비가 발생하지만, 구조동물은 그 비용을 부담할 주체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우연히 다친 동물을 발견한 시민이나 구조단체가 치료비까지 감당해야 하는 현실에서 선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들을 위한 의료지원 체계가 마련되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로드킬을 줄이기 위한 안전시설이 확대되어 사고 자체를 예방하는 일이다. 수술실에서 한 생명을 살리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 생명이 애초에 수술대에 오르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만드는 일은 더욱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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