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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 만나는 우리동네 문화유산] 영양군 산해리 초선대 “두 이름 남은 정자, 마을 기억서도 멀어지다”

2026-10-23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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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양군 입암면 산해리에 자리한 도은정. 초선대로도 불리는 이 정자는 현재 비지정문화유산으로, 건물 곁에는 벌통이 놓여 있다. 정운홍기자

경북 영양군 입암면 산해리에 자리한 도은정. 초선대로도 불리는 이 정자는 현재 비지정문화유산으로, 건물 곁에는 벌통이 놓여 있다. 정운홍기자

담장 너머로 굽은 나무와 기와지붕이 모습을 드러낸다. 대문을 지나 마당에 들어서면 낮은 돌기단 위로 길게 놓인 툇마루와 난간이 눈에 들어온다. 처마 아래에는 '도은정(島隱亭)' 편액이, 그 안쪽에는 '초선대(招仙臺)' 편액이 걸려 있다. 한 건물에 남은 두 이름이 이곳의 내력을 짐작하게 한다.


가까이 다가서자 세월의 흔적이 한층 또렷해졌다. 기둥과 난간은 빛이 바랬고, 기단 위 마감에는 길게 균열이 나 있었다. 건물 옆 벽체 아래쪽에는 마감이 떨어져 속이 드러난 부분도 보였다. 툇마루 한쪽과 담장 주변에는 벌통이 놓여 있었고, 기단 곁에는 기와가 포개져 있었다.


건물의 상태를 정확히 판단하려면 전문적인 조사가 필요하다. 다만 현장에서 마주한 모습은 오래된 정자를 누가 어떻게 돌보고 있는지 묻게 했다. 마을에서 초선대와 도은정의 내력을 물었지만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는 주민을 만나기도 어려웠다. 건물에 남은 이름과 달리 그 사연을 전하는 목소리는 쉽게 들을 수 없었다.


경북 영양군 입암면 산해리에 자리한 도은정. 초선대로도 불리는 이 정자는 바깥에 도은정, 안쪽에 초선대 편액이 걸려 있다. 정운홍기자

경북 영양군 입암면 산해리에 자리한 도은정. 초선대로도 불리는 이 정자는 바깥에 '도은정', 안쪽에 '초선대' 편액이 걸려 있다. 정운홍기자

이곳은 초선대 또는 도은정으로 불린다. 영양군에 따르면 도은정이라는 이름은 관련 인물의 호에서, 초선대라는 이름은 인근 초선도의 경관에서 비롯됐다. 강가의 작은 섬과 주변 풍경을 아꼈던 옛사람의 뜻이 건물의 두 이름에 남아 있는 셈이다. 건물 안팎에 걸린 편액에서도 두 이름을 확인할 수 있다.


두 이름은 이 공간을 이해하는 실마리다. 정자를 남긴 사람의 자취와 그가 바라보던 풍경을 함께 살펴야 하는 곳이다. 그러나 지금 현장에서 먼저 다가오는 것은 옛 풍류보다 관리의 손길이 부족한 현실이었다.


초선대는 현재 국가나 경북도는 물론 영양군이 지정한 유산도 아닌 비지정문화유산이다. 일부 온라인 자료에는 군 향토문화유산으로 소개돼 있지만, 군은 아직 비지정 상태라고 설명했다. 지정 여부부터 엇갈리는 정보는 이 유적의 내력과 현재 모습을 정확히 기록할 필요성을 보여준다.


경북 영양군 입암면 산해리 도은정 안쪽에 걸린 초선대(招仙臺) 편액. 정자 바깥에는 도은정(島隱亭) 편액이 걸려 있다. 정운홍기자

경북 영양군 입암면 산해리 도은정 안쪽에 걸린 '초선대(招仙臺)' 편액. 정자 바깥에는 '도은정(島隱亭)' 편액이 걸려 있다. 정운홍기자

비지정이라고 해서 조사 기록까지 없는 것은 아니다. 영양군 문화관광과 손태수 학예사는 옛 문화재청이 추진한 '역사문화자원 전수조사 및 관리방안 연구'의 영양군 자료에서 관련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조사와 기록의 대상이 된 유적이지만, 현장에서 그 가치를 알고 돌보는 일로 충분히 이어지지는 못한 모습이다.


누가 일상적으로 관리하는지도 분명하지 않다. 군은 소유자와 별도 관리 주체에 대해서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건물을 보존하는 일과 함께 이름과 사연을 전하는 일도 과제로 남아 있다.


영양군은 향토유산 관련 조례를 마련한 만큼 향후 조사와 절차를 거쳐 초선대를 관리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주민 요청이 있거나 군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현장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전문가 검토를 통해 보수 여부와 범위를 판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경북 영양군 입암면 산해리 도은정의 바깥 모습. 초선대로도 불리는 정자가 나무와 기와 담장에 둘러싸여 있다. 정운홍기자

경북 영양군 입암면 산해리 도은정의 바깥 모습. 초선대로도 불리는 정자가 나무와 기와 담장에 둘러싸여 있다. 정운홍기자

다만 보수 일정이나 예산이 확정된 단계는 아니다. 군은 국가·도 지정유산과 달리 군 자체 재원 마련이 필요한 만큼 현장 조사와 설계, 예산 검토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손 학예사는 전문가와 함께 실제 상태를 살피는 일이 우선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현장의 낡은 모습만으로 건물의 구조적 상태까지 판단할 수는 없다. 그만큼 현재 어디에 손길이 필요한지 확인하는 조사가 중요하다. 소유·관리 주체를 파악하고 건물 상태와 편액, 관련 기록을 함께 점검하는 일이 보존의 출발점이다.


초선대를 찾아 걷는 길은 가까운 문화유산이 사람들의 관심에서 얼마나 쉽게 멀어질 수 있는지 보여준다. 정자는 아직 남아 있고 두 이름도 편액에 새겨져 있다. 그 이름에 담긴 사람과 풍경의 이야기가 마을의 기억 속에서도 이어질 수 있도록, 현장을 살피고 돌보는 일이 뒤따라야 한다.



기자 이미지

정운홍

경북의 지역 현장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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