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 경제위기 ‘투자유치 구원투수’로 등판
수도권·해외 앵커기업 유치로 성장동력 확보
규제 완화 시급 “경제규제구역 오명 씻어야”
제2수성알파시티 등 영토 확장도 중점 추진
26일 정해용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장이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의 경쟁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대구경북(TK) 경제가 위기다. 경기침체와 산업구조 전환의 파고가 겹친 가운데, 최근 인공지능(AI)·반도체 등 대규모 국가전략산업 투자에서도 대구경북이 잇따라 소외되면서 이른바 'TK 패싱' 논란까지 불거졌다. 새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유치 물꼬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 이달 초 취임한 정해용 제7대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장의 두 어깨가 무거운 이유다. 지난 26일 대구 동구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 본사에서 정해용 신임 청장을 만났다. 기업과 현장을 강조한 그는 "중앙과 지역을 아우르는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임기 동안 핵심 앵커기업 유치와 경제자유구역 확장, 규제 개선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정 청장과 일문일답.
▶취임을 축하드린다. 소감은.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아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은 2008년 지정 이후 오랫동안 8개 지구 체제를 유지해 왔다. 지금이 중요한 변곡점이라 생각한다. 축적한 역량을 총결집해 새 돌파구를 마련하겠다."
▶대구시의원·경제부시장을 거치며 지역 현안을 폭넓게 경험했다. 청장 업무에 어떤 강점이 될 것으로 보는가.
"대구시의회에서 8년, 대구시청에서 6년 등 10여년간 지역 정책과 산업 현안을 다뤘다. 취임 후 살펴보니 입주기업 상당수가 과거 투자유치 과정에 직접 관여했거나 잘 알고 있는 기업들이다. 그만큼 기업들과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동안 쌓아온 관계기관과 역외기업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해 투자유치를 활성화하고 대구경북 경제성장에 기여하겠다."
▶최근 주요 투자에서 대구경북이 소외되는 이른바 'TK 패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경제는 정치논리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정부가 '5극3특' 국가균형발전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국가핵심전략산업인 반도체 등의 투자는 특정 지역에 편향됐다. 반면 대구경북은 합의됐던 공항사업마저 진척되지 않아 답답한 상황이다. 공항과 연계한 산업단지 조성이나 경제자유구역 확대도 첫걸음을 떼기 어려운 실정이다. 기업의 투자 결정은 결국 수요와 공급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 대구경북은 용수와 전력 등 산업 인프라를 갖추고 있고, 수도권을 제외하면 인재 양성체계도 가장 우수하다. 대한민국 산업화의 일등공신은 대구경북이었다. 산업화 과정에서 다져놓은 산업 저변을 미래 신산업과 성장동력으로 연결하는 게 우리의 역할이다."
▶지역 간 첨단기업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만의 경쟁력은.
"가장 큰 강점은 산업 간 연계 가능성이다. 1시간 이내 거리에 구미의 ICT, 포항의 2차전지·철강, 울산의 자동차·조선, 창원의 기계·중공업 등 다양한 산업클러스터가 있다. 서로 다른 산업 분야의 기업과 연구기관이 협력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춘 셈이다. 우수한 정주 여건도 빼놓을 수 없다. 기업이 투자 입지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한 고려 요소 중 하나가 인재 확보인데, 대구경북은 교육과 교통 등 생활 기반이 잘 갖춰져 있다. 향후 대구경북신공항까지 조성되면 물류와 교통 여건이 개선돼 국내외 기업에 더욱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수도권과 해외의 핵심 앵커기업 유치를 강조했다.
26일 정해용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장이 청사 내 회의실에서 취임 소회를 밝히고 있다. 이윤호기자
"산업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역시 앵커기업 유치다. 앵커기업은 혼자 오지 않는다. 협력업체와 연구기관이 함께 움직이고 후속투자로 이어진다. 해당 지역의 투자가치를 대외적으로 증명하는 신호이기도 하다. 수도권과 해외의 우수 앵커기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유치하겠다. 동시에 기존 입주기업을 키우는 일도 중요하다. 성장 잠재력이 높은 기업을 발굴해 지역형 앵커기업으로 육성할 생각이다. 입주기업이 해외시장에서 성공하는 것 자체가 경제자유구역의 경쟁력을 알리는 가장 강력한 홍보 수단이다. 단기적으로는 외부 앵커기업 유치로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장기적으로는 기존 기업의 성공이 재투자와 신규 기업 유입으로 이어지는 '자립형 산업생태계'를 만들겠다."
▶경제자유구역의 '영토 확장'도 핵심과제로 제시했다.
"경제자유구역이 출범한 지 18년이 지났다. 기존 지구의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미래 투자 수요에 대비한 새로운 성장공간을 확보해야 할 때다. 우선 제2수성알파시티 조성과 포항융합기술산업지구 확장에 집중하겠다. 제2수성알파시티는 기존 수성알파시티의 지식산업 기반과 연계해 인공지능 전환(AX) 혁신기업이 집적하는 디지털·첨단산업 거점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대구시와 대구도시개발공사 등 관계기관과 필요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으며, 내년 경제자유구역 지정 신청을 목표로 중앙부처와 협의하고 있다. 포항융합기술산업지구는 기존 산업 기반에 바이오·그린에너지·신소재 등 첨단 전략산업을 접목해 산업구조를 고도화하는 거점이다. 지난 8월 개발계획 변경안에 대한 주민 의견을 청취했으며, 다음 달 산업통상부에 개발계획 변경을 신청할 예정이다."
▶입주기업의 성장을 위해 시급하게 개선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
"불필요한 규제를 풀어야 한다. 경제자유구역이라는 이름과 달리 실제로는 기업 활동을 제약하는 규제가 적지 않다. '경제자유구역'이 아니라 '경제규제구역'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기업 지원 목적으로 지식산업·첨단소재·첨단의료 등 유치 업종을 세부적으로 구분해 놨는데, 기업이 성장하면서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ICT 기업이 신약 개발 분야로 진출하려 해도 당초 지정된 업종에 맞지 않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수성알파시티에서도 시제품 생산이나 제조 활동에 제약이 있다.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기준이 성장 단계에서는 족쇄가 되는 셈이다. 기업이 성장하면서 새로운 도전을 거리낌 없이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 전국 경제자유구역청과 함께 공통 과제를 발굴하고, 산업통상부와 적극 협의해 중요한 규제를 개선해 나가겠다."
▶산업용지 분양률이 85%를 넘어섰다. 신규 투자 수요에 대응할 대책은.
"남아 있는 산업용지는 전략산업 중심으로 우선 공급할 계획이다. 지구별 잔여용지 현황을 분석하고 입주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미리 선별하고 있다. 이미 분양된 용지의 활용도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입주기업은 관련 계획과 계약에 따라 계약일로부터 2년 이내 착공하고 4년 이내 준공해야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은 기업도 일부 있다. 우선 기업의 애로사항을 파악하고 사업 추진을 지원하겠다. 그럼에도 정해진 기한 내 사업을 이행하지 않는다면 관련 법령에 따라 시정명령이나 용지 환수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 투자를 원하는 기업이 기다리고 있는데 산업용지가 비어 있어서는 안 된다."
▶외국인직접투자 부진으로 경제자유구역청의 역할과 위상이 약화됐다는 우려도 나온다.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치 부진은 대구경북뿐만 아니라 전국 경제자유구역이 공통으로 안고 있는 과제다. 세계 곳곳에서 전쟁과 지정학적 불안이 이어지면서 외국기업의 국내 진출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렇다고 기다릴 수만은 없다. 유치 가능성이 높은 해외기업을 발굴해 지속적으로 접촉하고, 기존 입주기업과 거래 관계에 있는 외국기업을 대상으로 합작투자나 신규투자를 유도할 계획이다. 다만 이제는 외국기업을 새로 유치하는 것만큼 기존 입주기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데도 무게를 둬야 한다.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은 출범 18년을 맞아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동시에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기업들이 성장해 생산 규모를 확대하고 신산업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 역시 중요한 성과라고 생각한다."
글=이승엽기자 sylee@yeongnam.com, 사진=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이승엽
대구시청 경제부서와 산업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작은 목소리도 끝까지 듣겠습니다.
이윤호
영남일보 사진기자 이윤호입니다. 많은 관심과 제보 부탁드립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