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2심 ‘채증법칙’ 의문
증거에 따라 눙치거나 인용
‘李 파기환송’도 법치 형해화
사법부의 중립 中庸이어야
순리‧정의 정합하는 판결을
박규완 논설위원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 대한민국 헌법 103조다. 헌법 101조(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 헌법 106조(법관은 탄핵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에 의하지 않고는 파면되지 아니한다), 헌법 108조(대법원은 소송에 관한 절차, 법원의 내부규율과 사무처리에 관한 규칙을 제정할 수 있다)도 법원 독립을 규정한 조항이긴 하다. 하지만 사법부 독립의 핵심 조항은 단연 헌법 103조다. 판결의 독립이 사법부 독립의 진수(眞髓)여서다.
실제로도 법관의 판결엔 누구도 간섭하지 못한다. 그러나 독립된 판결이 곧 무결(無缺)은 아니다. 오세훈 서울시장 여론조사 대납 의혹 2심 판결만 봐도 그렇다. 재판부(구회근 부장판사)는 "오세훈과 명태균은 몇 차례 만남이 있었던 걸로 보이고, 캠프와 명태균 사이에 여론조사 결과 일부가 공유됐으며, 김한정이 수차례 돈을 지급한 게 인정되므로 유죄의 의심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거의 유일한 직접 증거인 명태균의 진술에 신빙성을 부여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오 시장이 여론조사를 의뢰할 동기도 없다고 봤다. 하지만 1심 재판부(조형우 부장판사) 판결문처럼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불리한 판세의 오 시장이 나경원 의원을 앞서는 여론조사 결과를 기대할 동기가 충분하다고 보는 게 더 합리적 인식 아닐까.
2심 재판부의 판단대로라면 명태균이 정치적 영향력 확대를 위해 스스로 여론조사를 했고, 오 시장 후원자 김한정이 알아서 여론조사비로 단정할 수 없는 돈을 명태균에게 줬다는 플롯이 만들어진다. 2심 재판부는 "김한정이 돈을 지급했다는 사실만으로 오 시장의 대납 요청까지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오세훈 캠프 팀장이 "우리 캠프에서 의뢰한 것인데 결과가 좋지 않아서 난리가 났다"는 녹취록은 눙치고, 명태균의 "오세훈이는 모르고"란 대목은 인용한 재판부 저의가 의뭉스럽다. 전체 맥락을 도외시한 채 유리한 부분만 발췌해 쓰는 편향 언론의 기법을 빼닮았다. 유‧무죄를 가름할 증거의 가치나 의미를 헤아리는 논리와 경험칙 즉 '채증법칙'에 충실했는지 의문이다.
법치를 형해화한 판결이 이뿐일까. 화재로 23명이 숨진 아리셀 박순찬 대표에게 2심 재판부는 고작 징역 4년(1심 징역 15년)을 선고했고, 대법원은 이를 확정했다. 23명 사망에 징역 4년? 이게 상식에 부합하나. 2024년까지 10년간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된 사건 180건의 평균 심리기간은 994일이다. 한데 지난해 이재명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경우 전원합의체에 회부된 지 9일 만에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법원행정처가 발간한 사법연감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대법원 상고심 형사사건 2만419건 중 원심 판결이 변경된 사례는 1.44%에 불과하다. 통상적 심리기간과 파기환송 비율을 대입해보면 조희대 대법원이 '미션 임파서블'의 신공(神功)을 시전한 게 확실하다. 명백한 대선 개입이다.
사법부는 독립 수호에 진심이다. 재판부의 중립성 훼손은 그래서 역설적이다. 기계적‧도식적 중립을 말하는 게 아니다. 법원이 추구해야 할 중립은 공자의 중용(中庸)이다. 중용은 정의, 상식, 약자 배려, 공정, 이념적 균형 등의 함의를 내재한다. 사법부 독립은 양가적(兩價的)이다. 때론 외려 독립이 편향의 단초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중립의 가치는 불변이다. 중립적 판결이 순리와 정의에 더 정합한다.
박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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