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금융사기 갈수록 지능화
고령층 피해에 노후까지 위협
단속만으론 피해 예방 한계
대구시 관련 조례 뒤늦게 제정
시민 보호할 실질 예산 절실
김성해 대구경북언론학회장, 대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중국 춘추시대, 모두가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싸울 때다. 송나라 양공도 그 혼돈의 한가운데 있었다. 국가의 존망이 걸린 전쟁의 지휘자였다. 그런데 정정당당하게 싸워야 한다는 명분에 너무 집착했다.
무려 두 번이나 기회가 있었는데 모두 놓쳤다. 한번은 적군이 강을 건너는 동안이었고 다른 한번은 그 직후 아직 정신을 못 차릴 때였다. 결과는 참패였다. 자신도 부상을 입고, 부하들은 희생되었으며, 나라는 위기에 처했다. 이른바 '송양지인(宋襄之仁)'의 고사에 나오는 얘기다.
필자도 다르지 않았다. 대학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지식인의 객관성과 독립성만을 고집했다. 그러다 이제는 게도 잃고 구럭도 잃을 처지가 되었다.
미디어를 전공한 제자들은 배운 것을 세상과 나눌 기회조차 못 얻는다. 미디어를 제대로 알면 피할 수 있는 온라인 사기 등의 피해자는 늘어만 간다.
최근 보이스피싱과 온라인 금융사기의 심각성을 알게 되면서 이런 생각이 더욱 깊어졌다. 강 건너 불구경인 줄 알았는데 어느새 발등의 불이다. 인도와 동남아시아의 범죄조직은 국경을 넘어 평범한 시민의 재산을 노린다.
생성형 AI로 가족의 목소리를 흉내 내고 금융기관과 수사기관을 사칭한다. 범죄는 갈수록 지능화되고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범인을 검거하더라도 빼앗긴 돈을 되찾기는 쉽지 않다.
특히 대구는 이 문제의 당사자다. 2025년 말 기준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22%를 넘어 전국 평균보다 높다. 2023년 전국의 60대 이상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704억 원에 달했다. 초국적 금융사기의 주요 피해자가 고령층이라는 점에서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게다가 피해자들은 자신의 실수나 부주의를 탓하기 쉽다. 누구에게 하소연하기도 어렵다. 그런데 치러야 할 대가는 너무 가혹하다. 자식 볼 낯도 없고 무엇보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너무 막막해진다.
열 명의 순경이 도둑 하나를 못 잡는다. 앞으로는 더욱 심각해질 거다. 경찰의 단속과 금융기관의 예방조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그럼 어떻게 할까? 주변의 어르신들이 이런 범죄에 속지 않도록 돕는 것만이 답이다. 바로 미디어 리터러시를 통해서다.
정보를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위험에 대처하며, 미디어를 인간답게 사용하기 위한 능력이다.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누구에게나 필요한 생존 능력이다. 국제사회를 비롯해서 각국에서 앞장서 전문 인력을 파견하고 예산을 늘리는 것은 이런 까닭에서다.
그런데 대구시는 이런 흐름을 잘 모르는 것 같다. 아니면 적어도 정책의 우선순위는 아니었던 것 같다. 부산과 대전 등에서는 일찌감치 제정한 관련 조례가 대구에서는 겨우 올해 시의회를 통과했다.
다가오는 11월에 예산 심의가 있는데 필요한 예산과 지원이 제대로 반영되었는지도 의문이다. 과거 행적을 보면 솔직히 걱정이 앞선다.
단, 이건 분명하다. 어련히 알아서 챙겨주겠거니 하고 넋 놓고 있을 한가로운 상황은 아니다. 그래서 펜을 들었다.
대구시와 의회에 부탁한다. 미디어 리터러시, 늦은 만큼 이번에는 제대로 하자. 그 출발은 예산이다. 진짜 보수의 길? 별로 멀리 있지 않다. 바로 대구 시민의 삶과 행복을 지키면 된다.
김성해 대구경북언론학회 회장·대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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