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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이 없는 도시-대구 10월항쟁 80주년 기획] <6> 10월항쟁 예술 작업 이어지지만…‘지속가능한 창작 기반’ 필요

2026-10-30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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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대구 중구 동인동 시청네거리 일대에서 2026년 흔들리며 피는 꽃, 시월꽃피다…대구, 그 격동 세월의 기억을 주제로 집체극 행사가 진행됐다. <정윤제 10월항쟁시민연대 기록팀장 제공>

지난 3일 대구 중구 동인동 시청네거리 일대에서 '2026년 흔들리며 피는 꽃, 시월꽃피다…대구, 그 격동 세월의 기억'을 주제로 집체극 행사가 진행됐다. <정윤제 10월항쟁시민연대 기록팀장 제공>

'10월항쟁' 80주년을 맞아 올해 다양한 문화행사와 예술 작업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런 움직임이 일회성으로 그치면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관련 콘텐츠를 꾸준히 생산·축적해 시민들이 10월항쟁을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창작자들이 기록물을 쉽게 활용할 수 있는 공공기록 아카이브 시스템, 작업을 보다 안정적으로 이어나갈 수 있는 공적 기반 마련 등이 필요한 상황이다.


◆대구 곳곳서 문화행사…광주·제주서도 뜻 모아


10월항쟁 관련 문화행사가 대구 곳곳에서 한창이다. 문화기획단체 '훌라'와 10월항쟁 80주년 예술제 추진위원회(로컬포스트·갤러리도암·니나노예술가프로젝트 협동조합·FLAT_PLACE), 시민단체 등은 10월항쟁 80주년 기념 인문·예술 프로젝트 '2026 지역인문실천-대구답게'를 북성로 등 대구 도심 일대에서 선보이고 있다. 공연, 전시, 거리행진, 워크숍 등 시민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방식으로 10월항쟁을 알리고 있다.


10월항쟁 80주년 예술제 추진위원회는 지난달에도 복합문화공간 무영당에서 전시 '살아지고, 살아지는'을 개최했는데, 대구뿐만 아니라 광주·제주 등 전국의 예술가들이 함께 국가폭력을 소재로 한 작품을 선보였다. 예술무리 별난의 '쌀의 행방: 1946'을 통해 전국 각지에서 한 줌씩 받은 쌀을 전시장에 모아 섞은 뒤 다시 관람객에게 나눠주는 작업도 진행했다. '쌀'은 10월항쟁을 상징하는 일종의 매개체다. 김미련 로컬포스트 대표는 "올해 10월항쟁 80주년을 맞아 항쟁을 기억하자는 취지에서 여러 지역의 작가들이 참여했다"며 "대구에서 소수의 작가들이 어렵게 해야 했던 일에 타 지역 작가들이 힘을 보태면서 더 큰 시너지가 발휘됐다"고 했다.


대구 중구 무영당에서 지난달 30일까지 진행된 10월항쟁 관련 전시 살아지고, 살아지는. 조현희기자

대구 중구 무영당에서 지난달 30일까지 진행된 10월항쟁 관련 전시 '살아지고, 살아지는'. 조현희기자

대구경북작가회의 회원들로 구성된 10월문학회는 기념 시선집 '시월, 곡비의 노래'를 펴냈다. 항쟁과 기억의 문제를 형상화한 작품 41편, 다섯 명의 유족과 항쟁 참가자인 고(故) 강창덕 선생의 시 6편이 실렸다. 2014년 결성된 10월문학회는 10월항쟁 참가·목격자와 유족들의 증언을 채록하고 항쟁을 소재로 한 작품을 써왔다.


10월문학회의 이정연 시인도 "80주년인 올해 문화예술계에서도 많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 문단에서는 10월항쟁을 소재로 한 소설을 쓰겠다고 하는 분들도 나온다. 기존 10월항쟁 관련 소설이 거의 없었는데 문화로 과거를 되살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10월문학회가 10월항쟁 80주년을 맞아 펴낸 기념 시선집 시월, 곡비의 노래. <10월문학회 제공>

10월문학회가 10월항쟁 80주년을 맞아 펴낸 기념 시선집 '시월, 곡비의 노래'. <10월문학회 제공>

◆기록 접하기 어려워 창작 애로…아카이브 시스템 필요


10월항쟁이 문화예술로 다뤄지는 것은 중요하다. 사료와 학술자료는 객관적 사실과 논리에 중점을 두기에 대중의 정서적 공감을 끌어내는 데 한계가 있다. 문화예술은 대중이 보다 친숙하게 역사를 접하고 사람의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어 사회 전반에 공유되기 쉽다. 5·18민주화운동을 다룬 소설 '소년이 온다'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10월항쟁의 경우 관련 문화예술 콘텐츠가 아직 충분히 축적되지 않은 상황이다.


박석준 10월항쟁시민연대 집행위원장은 "5·18의 경우 소설 '소년이 온다', 영화 '택시운전사' 등 대작은 물론 관련 문화예술 콘텐츠가 계속 나와 꾸준히 관심을 끈다. 그런데 10월항쟁은 그런 적이 없었다. 사건을 환기할 만한 변변한 콘텐츠가 없어 10월항쟁에 대한 기억이 더 희미해진 측면이 있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올해 다양한 단체들이 문화행사를 기획하지만 이런 시도들이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민간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건 물론 관련 기록 역시 쉽게 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군정 문서, 당시 신문보도, 사진, 항쟁 참가·목격자들의 구술 등 여러 기록물이 민관 곳곳에 흩어져 있어 창작자들이 이를 활용하고 역사를 고증하기 쉽지 않다. 공공기록 아카이브 시스템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10월항쟁을 주제로 작품을 써온 이하석 시인은 "처음 관련 작업을 할 때는 대구의 지역 정서와 관련해 부담을 많이 느꼈는데 지금은 그런 부담보다 자료를 접하기 어려운 것이 애로사항으로 작용한다"고 했다. 이어 "민간인 학살과 관련해 지역별로 유족들이 자료를 모으고 있지만 이를 통합해 국가 차원에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 관련 자료들을 한데 모으고 공개해 창작자들이 작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면 10월항쟁에 대한 공감도를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의 디지털 아카이브 시스템. 5·18 관련 다양한 기록물을 온라인으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5·18민주화운동기록관 홈페이지 캡처>

광주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의 디지털 아카이브 시스템. 5·18 관련 다양한 기록물을 온라인으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5·18민주화운동기록관 홈페이지 캡처>

광주의 경우가 선례가 된다. 광주시에서 운영하는 5·18민주화운동기록관에선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5·18 관련 기록물을 전부 공개한다. 디지털 아카이브 시스템을 구축해 온라인으로도 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전시도 개최하는 등 시민들이 5·18을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계기를 꾸준히 마련하고 있다. 이재의 5·18기념재단 연구위원은 "광주의 사례를 봤을 때 기록이 튼튼할수록 예술가의 상상력도 확장될 수 있다. 지역의 예술가들이 기록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그렇게 탄생한 작품을 학교와 시민사회에서도 활용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지난해 제주4·3영화제에서 상영된 영화 기억 샤워 바다. <제주4·3평화재단 제공>

지난해 제주4·3영화제에서 상영된 영화 '기억 샤워 바다'. <제주4·3평화재단 제공>

◆"작업 지원·시민주간 운영 등 市 사업 확대되길"


문화예술인들이 꾸준히 작업을 이어나갈 수 있는 공적 기반도 필요하다. 제주에서는 제주도의 지원을 받아 4·3 관련 시민사회단체 대다수가 다양한 행사를 수시로 개최한다. 제주4·3평화재단 지원 아래 4·3영화제도 2023년부터 매년 열리고 있다. 부산경남에선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이 주관하는 부마항쟁문학상이 올해로 7회를 맞았다.


반면 대구에서는 개인과 민간의 자발적인 힘으로만 작업이 이뤄지는 경우가 다수다. 이정연 시인은 "10월문학제를 2013년부터 개최해왔지만 지금까지 지자체 지원금을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다. 작가들이 직접 비용을 부담하며 문학제를 이어가고 있다. 사무실도 없고 행사를 진행할 장소도 마땅치 않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지원이 이뤄진다면 다른 지역 문학회와 함께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다. 광주와 제주의 경우 지원이 많다 보니 타지 작가들을 초대할 수 있다. 작가들 간 심리적 거리감이 가까워 5·18과 4·3 문학을 결합하는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고 했다.


대구시가 '10월항쟁 주간'을 지정·운영하는 안도 제언으로 제시됐다. 연극 '시월의 메아리'를 제작한 탁정아 극단 함세상 대표는 "지원사업도 좋지만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된다. 대구시가 10월항쟁 관련 조례를 마련한 만큼 2·28민주운동처럼 매년 10월 시민주간을 선포할 수 있다"며 "10월항쟁이 빈민·여성 등 다양한 시민이 참여한 사건인 만큼 외지인들에게도 도시의 다양성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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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희

현실적 낭만주의자. 용기와 진실을 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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