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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영남타워] 태릉선수촌 대구 유치하자

2003-06-26 00:00
1992년 10월10일부터 16일까지 대구에서 열린 제73회 전국체전때의 일이 다. 노태우 대통령 임기 마지막해에 대통령의 고향에서 열린 대회여서 거의 올림픽 수준이었다. 그해 여름 바르셀로나 하계올림픽에서 황영조가 마라톤 에서 우승, 몬주익의 영웅으로 떠올랐던 기억이 가시지 않을 무렵이었으니 체전의 열기 또한 대단했다. 폐회식이 거행되는 16일 오후 노 대통령은 부 인 김옥숙 여사와 함께 참석, 감격어린 모습으로 폐회식을 지켜봤다. 노 대통령이 퇴장할 무렵 그의 애창곡인 ‘베사메무초’가 행진곡풍으로 편곡돼 흘러나왔다. 팔공산 순환도로 등을 개통, 지역민에게 선물을 줬던 노 대 통령이 감격한 나머지 퇴장을 않은 채 움직이지 않았다. 퇴장할 때까지 3 군 군악대는 힘차게 ‘베사메무초’를 두번이나 연주해야만 했다.

당시 대구체전의 또다른 해프닝 하나. 고 한명환씨가 대구시장이었다. 시민으로부터 존경을 받았던 한 시장은 개막식 당일 대구시민운동장 입구에 서 수행원 없이 혼자 입장하려다 봉변을 당했다. 시장 얼굴을 모르는 운동 장 경비원이 제지를 한 것은 당연한 일. 성품이 고왔던 한 시장이 머뭇거 리자 멀리서 지켜보던 시 공무원이 뛰어와서야 입장할 수 있었다. 제2의 아마추어 올림픽이라는 세계대학생 축제인 2003대구하계유니버시아드 개막식이 56일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대구가 한단계 발전하고 세계적인 지명도를 얻으려는 대구시나 조직위의 의도와는 달리 분위기가 뜨지 않고 있다. 기억조차 하기 싫은 대구지하철 방화참사로 수백명이 희생된 탓에 대구시는 아직까지 상중(喪中)이다.

10년여 전의 대구체전을 들먹인 것은 경제는 물론, 사회 전반에 걸쳐 나아진게 별로 없는 것은 물론 오히려 퇴행하는 느낌을 강조하기 위한 것 이다. 대구U대회 입상자들에게 줄 메달의 문양으로 대구월드컵 경기장 조감 도가 새겨질 정도면 체전 당시와 비교해 대구에 자랑거리가 얼마나 없었으 면 저럴까라는 비참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입에 풀칠하기 위해 시간당 2만원씩 받고 봉사하는 노래방 도우미로 아내를 내보내는 실직가장도 있는 게 대구경제의 현주소다.

그러나 이번 U대회 개최의 양축인 조해녕 대구시장과 박상하 집행위원장 은 대구시민의 고통은 외면하는 듯하다. 조 시장은 손님맞이를 위해 우리가 보기에 멀쩡한 보도블록을 교체하는데 예산을 쓰고 있고, 대구지하철 참사 100일째인 지난 5월28일에는 조수미 등을 초청한 대형콘서트를 열어 충격 에서 벗어나지 못한 대구시민을 슬프게했다. 박 위원장은 북한선수 및 응원 단이 오면 자신의 고향인 달성군민이 서포터스를 맡게한다는 생각으로 북한 선수단 및 응원단 초청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으며, 이는 내년 총선에서 국회의원 출마를 위한 사전포석이라는 시각도 만만찮다.

이번 U대회를 형편껏 치르자. 대구지하철 참사와 관련, 증거인멸죄 등으 로 고소 및 고발을 당했으나 검찰에 의해 무혐의 처분을 받은 조 시장은 U대회를 성대히 치름으로써 자신의 도덕적 책임을 희석하려는 생각을 조금 이라도 가진다면 잘못이다. 박 위원장도 정치권 입문의 발판으로 삼으려 한 다면 오산이다. 10년 후 조 시장과 박 위원장이 대구시민의 기억속에 남으 려면 이번 대회를 통해 뭔가 뜻있는 일을 해야 한다.

그것이 태릉선수촌 유치다. 현재 국가대표들이 연중 훈련하고 있는 대한 민국 체육의 산실인 태릉선수촌이 다른 곳으로 이전될 계획이다. 동계훈련장 소로 각광받는 경남 남해도 교통이 불편하고 부산의 경우 비싼 땅값으로 입지조건이 좋지 않다고 한다. 대구에는 월드컵경기장 부근 대흥동에 100만 평의 부지가 있다. 대구·경북에 훌륭한 대학팀과 저명한 체육전공 교수들이 즐비하다. 스포츠의 메카가 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조건을 갖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도 참석하고 국내외의 스포츠 관계자들이 몰려오는 이번 U대 회를 잘 활용, 대구가 스포츠의 요람으로 탈바꿈할 수 있도록 힘을 모으자 . 이것이 슬픔에 잠겨있는 대구시민을 위로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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