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억 투입한 20부작 드라마, 9월 말 SBS 방영
'이산'이 떠나고 나면 그가 생전 아꼈던 두 천재 화가 김홍도와 신윤복이 찾아온다. 톱스타 박신양과 문근영이 이 두 화가를 연기한다. '대장금'이 음식의 향연을 펼쳤다면 9월24일부터 방송 예정인 SBS TV '바람의
화원'(극본 이은영, 연출 장태유)은 화려한 그림의 세계로 안내한다. 또 한 편의 명품 사극이 탄생할 것인가.
가을을 기다리며 조용히 먹을 갈고 있는 '바람의 화원'을 살짝 엿본다.
◇75억 원 투입한 20부작 미니시리즈 사극
'바람의 화원'은 미술비와 오픈세트 건립비를 포함해 총 75억 원이 투입되는 20부작 미니시리즈 사극이다. 회당 평균 제작비가 4억 원에 육박한다는 점은 이 사극이 화면에 얼마나 공을 들일 지를 보여준다. 화가들의 이야기이니 '그림'이 나쁠 수 없는 것. 연출을 맡은 장태유 PD가 미대 출신이라는 점도 이 작품의 미장센에 대한 기대를 걸게한다.
4월28일 크랭크 인 한 드라마는 현재 6회차 촬영이 진행됐으며 용인 민속촌과 영화 '취화선'의 양수리 세트, 전북 부안과 고창 등지를 돌았다. 주요 무대가 되는 도화서와 시전 행수 김조년의 집은 곧 오픈세트로 만들 예정이다.
◇남장 여자 신윤복..그리고 동성애적 교감
드라마는 지난해 출간된 이정명 작가의 역사 팩션 '바람의 화원'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조선 후기 화가 김홍도와 신윤복의 삶을 독특한 상상력으로 추적한 원작의 가장 큰 특징은 신윤복을 남장 여자로 묘사한 점.
작가는 궁중 화원으로 활동하며 당대에 이름을 떨친 김홍도의 기록에 비해 신윤복의 생애에 대한 기록은 드문 점에 주목하고 도발적인 상상을 펼쳤다.
SBS는 "드라마는 기본적으로 원작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김홍도와 신윤복 사이의 감정 교감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원작에는 없던 정숙이라는 여성이 등장하는 등 몇몇 조역과 단역을 창조했다.
신윤복이 남장 여자라는 점은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과 같은 상황을 만들어 낸다. 김홍도는 도화서 생도청 제자인 신윤복이 여자라는 것을 알기 전까지 자신이 그에게 느끼는 감정에 괴로워하게 된다. 또 신윤복은 실제로는 여성이면서도 기생 정향에게 미묘하게 끌린다.
◇김홍도ㆍ신윤복 그림 비교하는 재미
드라마에는 김홍도와 신윤복이 남긴 그림 50여 점이 등장한다. '씨름도', '단오풍정' 등 명불허전 그림들의 탄생 과정이 펼쳐진다. 두 화가의 천재성을 알아본 정조가 둘에게 '그림 경합'을 벌이게 하면서 18세기 후반 조선 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담은 보석 같은 그림들이 탄생하는 것.
실제로는 박물관에 모셔져 있는 이들 그림은 모사돼 드라마에 등장한다. 이화여대 동양화과 이정목 교수 팀이 작업을 담당했으며 이 작업에만 8천여 만 원이 들었다.
SBS는 "김홍도와 신윤복이 남긴 작품 외에 이정목 교수 팀의 창작품도 몇 작품 등장할 예정이다. 총 60여 점의 그림을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 팀은 극중 박신양과 문근영이 그림 그리는 장면에 손 동작 대역도 맡고있다.
◇박신양, 문근영 나란히 첫 사극 도전
주연을 맡은 박신양과 문근영은 이 작품으로 나란히 사극에 데뷔한다. 1995년 영화 '유리'로 데뷔한 박신양은 김홍도 역을 맡아 데뷔 13년 만에 처음으로 갓 쓰고 도포를 입는다.
늘 안경을 쓰고 연기를 펼친 그는 이 작품에서 안경을 벗는다. 그러나 마침 안경이 등장했던 조선 후기라 가끔 알이 작고 투박한 형태의 안경도 쓸 예정이다. 그는 지난해 개봉한 영화 '눈부신 날에'에서 처음으로 안경을 벗고 연기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본 사람이 극히 적었고, 이번에는 드라마이기 때문에 대중은 사실상 그의 안경 벗은 연기를 처음으로 보게된다.
2000년 드라마 '가을동화'의 아역배우로 출발한 문근영 역시 데뷔 8년 만에 첫사극 도전이다. 남장 여자 신윤복을 연기하는 그는 체중 감량을 통해 예전과는 사뭇다른 이미지로 어필할 전망이다.
이들과 함께 기생 정향을 두고 신윤복과 야릇한 애정의 삼각관계를 형성할 시전행수 김조년 역에는 연기파 배우 류성룡이 캐스팅됐으며, 부친 사도세자의 죽음으로 슬픔을 간직한 젊은 왕 정조는 배수빈이 연기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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