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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세상보기] 낡은 오토바이와 아버지

2012-05-09

■ 어버이날…잊지못할 그 은혜

[시민기자 세상보기] 낡은 오토바이와 아버지

낡은 오토바이를 보면 내가 어렸을 때 아버지가 낡은 중고 오토바이를 사오셔서 나를 태우고 동네 한바퀴를 돌고 집으로 온 기억이 생각난다. 6세 무렵 아버지는 장에 다녀오시면서 장난감 기차를 사가지고 오셨다. 그 장난감은 아직도 흑백사진처럼 각인되어 있다. 요즘의 장난감과 비교하면 조잡하지만 장난감이 없던 시골의 그 시절에는 최고였다. 부모가 되어보니 그때 아버지께서 끼니도 때우기 힘든 살림살이에 어떤 마음으로 장난감을 사주셨는지 조금은 이해할 것 같다.

사실 부모가 되기 전까지는 아버지나 어머니께서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중학교 졸업식 때 가족이 한 명도 오지 않아 많은 가족이 온 친구들의 모습을 보면서 서럽기도 했고, 대학 진학 때는 별다른 조언이 없었던 아버지에 대해 ‘나에게는 별 관심이 없으시구나’하고 생각했다.

초등학교 6학년쯤 수박서리를 한 적이 있다. 이 사건은 이내 들통이 났고 이 일로 아버지께 심하게 맞은 기억이 난다. 아버지는 30여분가량 큰 몽둥이로 나를 때리셨는데 그렇게 맞아보기는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엄한 아버지였지만 할아버지께는 극진한 효자였던 것 같다. 어느 겨울날 할아버지가 출타하신 중 눈이 많이 내렸는데, 날이 어둑해지자 어두운 눈길에 할아버지가 걱정이 된 아버지께서 10리가 넘는 비포장 산길을 마중나가 할아버지를 업고 오셨다는 얘기를 듣고 ‘나도 아버지처럼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했다.

어느해 겨울, 아버지는 오토바이 사고로 ‘식물인간’이 되었다. 요양병원 생활이 3년이 다 되어가자 매일 같이 침상에 무표정하게 누워있는 아버지가 원망스럽고 야속하게 느껴졌다.

“아버지, 왜 그날 오토바이를 타고 나가셨어요? 왜 다른 집 아버지처럼 건강한 모습으로 계셔주시지 않으세요? 사랑하는 손자도 한번 안아주시지 누워만 계시네요.”

갑자기 회한의 기억들이 떠올라 아버지를 원망했지만 정작 아버지께서는 미동도 하지 않고 천장만 올려다보고 계셨다. 우리 아이들은 나와 어떤 추억을 가지고 있을까? 이번 주말에는 아이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어야겠다.

서영석 시민기자 s-bik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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