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구 연호지구는 단순히 법조타운, 주거단지를 넘어선 새로운 도시경제 모델을 지향한다. 수성구청이 추진하는 연호지구 '작은 미술관 조성 프로젝트'와 '사립미술관 클러스터 계획'이 이를 뒷받침한다. 기존 대구미술관, 간송미술관과 연계해 이 일대를 '국내 유일의 시각예술허브' 로 탈바꿈하는 게 핵심골자다. 수성구발 예술을 매개로 한 도시개발 전략 향방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대구 수성구청이 연호지구 일원에 추진 중인 작은 미술관 조성 프로젝트와 사립미술관 클러스터 위치도. <수성구청 제공>
◆ 수성구의 승부수 '작은 미술관'
대구 수성구청은 연호지구에 '작은 미술관' 4개소와 '사립미술관' 10개소를 조성할 계획이다. 구청은 이를 도시 미래전략과 문화정책을 결합한 중요 프로젝트로 인식하고 있다. 향후 수성구를 '머물고 싶은 도시' '찾아오는 도시'로 만들기 위한 핵심 요소로 보는 것.
작은 미술관의 경우, 연호지구 내 연호지·연호내지·이천내지·당헌지에 각각 들어선다. 연호지·연호내지에 조성될 미술관은 큰 틀에서의 사업 구상을 마쳤다. 수성국제비엔날레를 통해 내년 3월까지 설계를 마칠 예정이다. 미술관에 들어갈 콘텐츠는 독일의 세계적 미디어아트 기관 'ZKM'과 협력해 기획할 것으로 보인다. 이천내지와 당헌지에 각각 들어설 작은 미술관 2개소는 아직 구체적 계획이 나오지 않았다. 사립미술관 10개소도 현재 세부 사업 내용이 도출되지 않은 상태다.
수성구청은 연호지구가 미디어아트의 실험성과 일반 미술의 현대적 감성을 아우르는 복합 예술 공간으로 탈바꿈하면 수성구 도약의 새로운 전기를 맞을 것으로 확신했다.
수성구청 관계자는 "'미디어아트'라고 하면 막연하다고 느낄 수 있다. 대신 그만큼 다룰 수 있는 분야가 무궁무진하다"며 "국내 미디어아트 작가 역량이 점차 세계적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다. 국내에선 수성구가 이들을 유치한다면 글로벌 미디어아트 도시로 확장하는 관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골칫거리 아닌 혁신 플랫폼 되려면"
수성구청이 의욕을 갖고 추진하는 이른바 '미술관 벨트 조성 계획'에 대해 일각에선 뒷말도 나오고 있다. 도시경제 관점에서 예술을 부동산 가치상승의 촉매제로 활용하는 전략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흘러나오고 있는 것.
실제 연호지구 개발사업은 높은 토지보상가와 공익시설(법원·검찰청 등)에 대한 조성 원가 이하 공급 탓에 수익 구조가 악화되고, 분양가는 높아진 상황이다.
송원배 빌사부 대표이사는 "현재 연호지구는 높은 토지 보상가 등으로 LH가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가 돼 분양이 더뎌지고 있다"며 "미술관 시설은 간접적인 후광 효과로 지가를 끌어올리는 요소다. 문화시설 유치는 이처럼 사업성이 악화된 LH의 분양 리스크를 해소하고 집객력을 높이기 위한 시도"라고 진단했다.
지역 예술계에선 이같은 비판을 극복하려면 내실 있는 사업 추진과 함께 예술적 가치, 공공성을 구현할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지역 예술계 한 인사는 "수많은 대구 출신 작가들이 해외에서 활발히 활동하는데, 정작 국내(대구)엔 제대로 된 공간이 부족했다. 대구의 높은 예술 소비 수준과 결합되면 충분히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다만, 콘텐츠 퀄리티가 유지되지 않거나 재정 문제로 문을 닫게 되면 미술관이 자칫 골칫거리로 남을 수 있다. 유럽처럼 자생적으로 조성된 환경과 달리 한국에서 임의로 조성하려하면, 구청이 경제 논리보다는 중장기적 차원에서 세부 지원 정책을 확실하고 촘촘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시웅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