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세 의무 당연” “종교는 돈벌이 아니다” 의견분분
국민 65%는 부과 찬성
월급-부동산 구분
종교단체 규모에 따라 입장 각각 달라질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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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독교윤리실천운동’과 ‘희년함께’ 공동주최로 지난달 19일 서울에서 열린 ‘교회 관련 부동산 과세를 어떻게 볼 것인가’의 좌담회 모습.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제공> |
대한민국 헌법에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납세의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세금 문제에 있어서 종교계는 지금까지 일종의 성역이었다. 일부 성직자들이 자발적으로 납세의 의무를 지기도 했지만, 대다수 성직자는 정부수립 후 지금까지 소득세 납세에서 예외적 입장에 놓여 있었다. 정부는 이달 중으로 세법을 개정하면서 종교인들의 소득에도 원칙적으로 세금을 매기는 ‘종교인 과세 원칙’을 법으로 규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대구지역 3대 종교(가톨릭, 기독교, 불교)계의 분위기는 어떠할까.
종교인 과세를 바라보는 여론은 분분하다. 찬성론자들은 “대한민국은 법으로 납세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종교인들도 목회자 이전에 사회의 한 구성원이고,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을 내는 것은 당연하다. 세금을 냄으로써 조세정의를 실현하고, 결과적으로 종교계도 투명해져서 더 발전할 수 있다”고 말한다. 반면 다른 쪽에서는 “목회자들이 하는 활동은 돈을 벌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영적인 봉사를 위한 것이다. 따라서 이들이 받는 돈은 월급이라 하지 않고 사례비라고 한다. 목회자들이 기울이는 수고와 노력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사회법을 적용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전강수 희년함께 공동대표(대구가톨릭대 경제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종교인 과세문제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해 바라볼 수 있다. 첫째는 (사례비, 월급 등으로 불리는) 종교인의 소득 부분이다. 둘째, 종교단체가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 등에 대한 것이다. 종교에 따라서, 또는 종교단체의 크기와 규모에 따라서 이 문제를 바라보는 입장이 각각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종교자유정책연구원은 올해 초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국민의 65%가 성직자 세금 부과에 찬성한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발표했다. 결과에서 보이듯 종교인 과세 쪽으로 여론의 무게가 실리면서 종교인도 이를 대체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종교인 과세를 바라보는 대구지역 종교계의 입장은 어떠할까. 천주교대구대교구 회계담당자는 “가톨릭은 이미 1994년부터 자발적으로 세금을 내고 있다. 천주교의 신부님이나 수녀님은 대개 100만원 정도의 월급을 받는데, 이는 최저임금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천주교 성직자들은 법에 준해서 소득을 신고하고, 갑근세 등을 낸다. 이는 대구뿐 아니라 전국 가톨릭에 공통된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제10교구 본사 은해사 관계자는 “종교인 과세와 관련해 스님들은 납세의 원칙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스님들도 법의 테두리 안에서 세금을 내고, 사회보장 혜택을 받는 것에 별다른 이견이 없다. 그러나 정부가 사찰 소유 부지에 세금을 매기겠다고 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것이다. 대개의 사찰 소유 부지가 국립공원법에 묶여 있는 경우가 많은데, 정부가 사찰부지에 세금을 매기겠다고 한다면 조계종단 차원에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기독교총연합회 관계자는 “대구에는 1천500여개의 교회가 있는데, 이 중에서 10%는 자립교회, 나머지 90%는 미자립교회로 분류된다. 대개의 목사가 어려운 환경에서도 그리스도 안의 소명을 좇아 활동하고 있다. 10% 미만인 대형교회에 초점을 맞춰 우리 사회가 기독교계 전체를 편파적으로 바라보는 듯해 안타깝다. 종교인 과세 등의 문제는 우선적으로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뜻을 같이하고, 필요하다면 적절한 시기에 입장을 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성직자들이 소득세를 냄으로써 오히려 사회보장제도의 혜택을 볼 수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종교인에게 더 유리하다는 주장을 제기한다. 전강수 대표는 “우리나라는 소득세를 매길 때 일정소득에 못 미치는 사람에게는 면세적용을 하고 있다. 전문가 추산에 따르면 현재 국내 종교 종사자의 반수 이상이 면세점 이하의 월급, 또는 사례비로 생활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종교인들이 소득을 신고하면 면세적용을 받아 세금을 내지 않는 것은 물론, 그동안 소득신고를 하지 않아 혜택을 볼 수 없었던 국민연금, 실업급여, 기초생활보장 등 여러 면에서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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