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은 왜 서울에서만 쳐야 하나
로스쿨변호사시험 응시 위해 지방 1천명 상경 5일간 체류… 경제·심리·체력·시간적 ‘불공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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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최은지기자 jji1224@yeongnam.com |
스포츠경기에서 홈에서 승리할 확률은 어웨이경기보다 훨씬 높다.
인생의 성패를 좌우할 수도 있는 시험은 어떨까.
“사법시험(1차)은 전국 6개권역(서울·부산·대구·대전·광주·제주)에서 치르는데 왜 로스쿨변호사시험은 서울에서만 쳐야합니까.”
김주원 변호사(법무법인 중원)는 대구가 고향인 경북대 로스쿨 1기 졸업생이다. 그는 로스쿨 재학시절부터 법무부 홈페이지에 지방을 차별하는 변호사시험제도에 대해 줄기차게 항의했다. 하지만 법무부는 올해 제1회 변호사시험(이하 변시)을 고려대·연세대·중앙대·한양대에서 실시했다. 그는 서울에서 시험을 치느라 홍역을 치렀다.
내년 제2회 변시 역시 서울소재 로스쿨에서만 치르는 가운데 지방 로스쿨 수험생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 9월28일, 2013학년도 로스쿨시험 전형일정(1월4일~8일)을 공시한 가운데 이달 30일 장소를 확정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지난 7일까지 인터넷원서접수를 하면서 수험생으로 하여금 건국대·고려대·연세대·한양대 등 4개 대학 중에서 시험장소를 선택하도록 해 원성을 사고 있다.
“전국로스쿨원장회의에서 법무부 시험관계자와 얼굴을 붉히며까지 항의했습니다. 하지만 꿈쩍도 안하더군요. 현실적으로 돈도 더 들고 변시 관리에 애로가 많다는 거예요.”
신봉기 경북대로스쿨원장은 “변시 당락에 시험장소가 5%정도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며 “지방로스쿨 합격률이 서울보다 낮은 데는 지리적 여건이 악재로 작용한다”고 주장했다.
금태환 영남대로스쿨원장 역시 서울에서만 치르는 현행 변시 제도에 대해 톤을 높였다.
“지금이 조선시대입니까. 시험관리가 어렵다고 지방로스쿨 수험생 1천여명이 상경한다는 게 말이나 되나요. 그것도 일요일을 포함해 5일이나 시험을 치르잖아요. 지방로스쿨수험생이 경제적, 심리적, 체력적, 시간적으로 얼마나 압박을 받겠어요.”
금 원장은 “돈이 들면 우리가 전형료를 더 내겠다고 했는데도 요지부동”이라면서 법무부를 질타했다.
수험생인 K씨(경북대 로스쿨3)는 “지난해 한 선배가 원서접수 때 K대를 시험장소로 선택해 인근에 방을 구했는데 시험을 한달여 앞두고 H대로 시험장소가 바뀌어 방을 구하느라 애를 먹었다고 하더라”면서 “서울에 친척도 없는데다 연말연시에 휴일까지 끼어 고사장 주변의 방 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영남대 로스쿨 수험생인 J씨와 P씨 역시 다가오는 시험을 앞두고 고민이 깊다.
J씨는 “가져 가야할 책이나 자료가 택시 1대에 싣고 갈 수 있는 간단한 분량이 아니다”면서 “교통비에다 체류비용도 많이 들고 한창 공부하고 정리해야 할 시간에 엉뚱한데 신경을 써야 하니 컨디션조절이 제대로 될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P씨는 “서울지역 로스쿨 수험생은 해당학교 기숙사에서 바로 시험장으로 가면 되는데 이런 것까지 지방이 차별받고 있다고 생각하니 울화통이 터진다”고 했다.
한편 변시에 앞서 치르는 법조윤리시험은 2010년 첫해 서울에서만 치러졌지만, 제2회 시험부터는 지방로스쿨생의 요구로 권역별로 실시하고 있다. 일본을 비롯한 로스쿨 선진국에서도 권역별로 변시를 치르고 있다.
이번 호 커버스토리는 시행 4년째인 로스쿨에 관한 이야기다. 경북대와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로스쿨)을 졸업하고 취업에 성공한 5명의 법조인을 만나 그들의 스토리를 들어봤다. 또 경북대와 영남대로스쿨을 취재하는 한편 사라진 대구지역 고시촌의 추억을 반추해봤다.
박진관기자 pajika@yeongn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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