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암28경의 대중화 큰 의미… 상상력 펼친 ‘호미곶’으로 관심 일으켜”
‘2012년 스토리텔링 포항’ 시리즈가 이번 회를 끝으로 마무리된다. 올해 시리즈는 여헌 장현광과 입암28경의 스토리를 다룬 ‘죽장선바위 여풍(旅風)시대’(8월16일~9월6일)와 호미곶에 전해져 오는 다양한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낸 ‘호미곶 태양의 제국을 찾아서’(11월14~21일) 등 두 가지 테마로 총 6회에 걸쳐 연재됐다. 시리즈를 마무리하며 영남일보는 전문가 인터뷰를 마련했다. 이를 통해 시리즈를 전체적으로 평가하고, 스토리를 활용한 산업화 방안을 모색해 본다. 인터뷰에는 시리즈의 원고를 집필한 이상국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초빙연구원을 비롯해 권창호 포항문화원장, 배용일 포항대 명예교수(포항정신문화연구위원회 부위원장)가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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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토리텔링의 핵심은 산업화다, 현장 적용은 어떻게
이상국 네이밍·캐릭터 상품 등 시민·관광객 공유 장치 필요
권창호 연오랑세오녀 테마파크·여헌 선생 산책로 조성 착수
배용일 일류 문화해설사 양성 통해 지속적 현장 강의 이뤄져야
- 지역 문화콘텐츠 활성화를 위해 스토리텔링이 전방위로 활용되고 있다. 이번 시리즈는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한 연재물이란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이번 시리즈를 총평한다면.
△이상국 작가= 입암28경과 호미곶 시리즈는 지역의 다양한 문화콘텐츠가 작가적 상상력과 결합해 새롭게 거듭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기획이다. 향후 지역관광과 문화상품을 적극적으로 개발하는 매개체로서 스토리텔링의 가치가 빛을 발했다고 본다.
△권창호 원장= 지자체 간 문화콘텐츠 활성화를 위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영남일보의 이번 기획은 포항의 바람직한 스토리텔링 산업화 방향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본다. 일반인에게 다소 어렵고 딱딱한 역사적 인물인 여헌 장현광 선생을 인터뷰 형식으로 가볍게 풀어나간 것이 인상적이었다.
△배용일 교수= 죽장 입암28경과 호미곶 시리즈는 포항시민으로 하여금 스토리텔링의 현대적 가치를 이해하고 학습하는 데 길잡이가 됐다. 입암28경은 주로 학자들의 연구대상이었는데, 이를 대중화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또 호미곶 이야기의 경우 포항 문화의 뿌리가 되는 ‘연오랑 세오녀 일월신화’를 연상케 해 독자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반면, 전설 위주의 내용 때문에 줄거리가 가볍고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는 점도 있었다.
-스토리텔링의 핵심은 산업화다. 발굴한 스토리를 활용해 상품화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번 시리즈를 통해 1차적인 스토리 기반을 마련했다고 본다. 앞으로 스토리를 어떻게 현장에 적용하느냐가 관건이다.
△이 작가= 사실 스토리텔링을 하는 것보다 스토리를 현장에 접목시키는 작업은 지자체와 지역단체들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스토리를 포항시민과 지역 관광객이 공유할 수 있는 가시적이고 매력적인 장치다. 가령 다양한 네이밍 작업, 표지판, 기념관, 캐릭터 상품, 축제 이벤트 개발 등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권 원장= 포항시에서도 연오랑세오녀 테마파크 조성에 착수했다. 이번 시리즈가 테마파크에 접목되었으면 한다. 또 죽장면 입암28경의 경우 포항문화원에서 발간한 ‘죽장 입암 시가 산책’과 연계해 여헌 선생의 흔적을 따라 걷는 산책로를 조성하는 것도 의미 있는 시도라고 생각된다.
△배 교수= 두 가지 테마에 대해 해박한 배경지식과 역사적인 안목을 갖춘 문화해설사를 양성해 지속적인 스토리텔링 현장 강의 프로그램을 마련해 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그렇게 된다면 포항 관광산업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 같다. 또 여헌을 비롯해 동봉 권극립, 노계 박인로, 쌍봉 정극후 등 저명한 학자들의 학문세계를 체험할 수 있는 방안도 추진할 필요가 있다.
# 포항시에 바라는 점이나 또 다른 이야기 소재는
이상국 스토리를 가치상품화하는 단계적 전략부터 마련해야
권창호 여전히 훼손·방치된 문화재 많아… 시민 관심이 중요
배용일 오어사·대잠동 스토리, 대표 콘텐츠로 육성해도 될 듯
-스토리를 기반으로 하는 산업화는 지자체의 강력한 의지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포항시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이 작가= 스토리개발에서부터 지역스토리콘텐츠 상품화 과정까지 굳이 많은 예산을 들일 필요는 없다고 본다. 기념관이나 문화공간 조성이 필수조건은 아니라는 말이다. 대신 가장 현실적으로 실천 가능하고 예측 가능한 부분부터 체계적으로 해나가면 된다. 스토리를 가치상품화하는 단계적인 전략 프로그램을 포항시가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다.
△권 원장= 포항에는 스토리 자원이 무궁무진하다. 포항이 문화의 불모지라는 인식이 강한 것은 우리 스스로 지역 문화에 대한 관심도가 낮기 때문이라 본다. 따라서 역사관광 측면에서 시민의 관심이 필요하다. 장기목장성과 홍인군 비석, 충비 단량 비석 등 훼손되거나 방치된 문화재가 많다. 충분히 스토리텔링화해 구룡포 문화관과 접목하면 먹거리, 볼거리와 함께 배울거리까지 종합적인 관광상품을 만들 수 있다.
△배 교수= 동해면의 연오랑세오녀테마파크 조성 사업과 연계해 각 지역의 유서 깊은 역사와 문화를 현대적 콘텐츠로 재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문화콘텐츠의 세계화를 위해 체계적이고 단계적인 전략을 계획하고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 이번 시리즈에서 다룬 스토리 외에 새롭게 조명하고 발굴할 만한 이야기 소재가 있다면.
△이 작가= 포항은 뜻밖에도 아직까지 활용할 만한 가치가 충분한 스토리가 많다. 과메기와 같은 해산물에 집중하는 것도 좋지만 범위를 넓혀 바다스토리 상품을 개발해 포항을 특화해 나가는 전략이 바람직하다. 또 동빈내항을 중심으로 한 동해 해양관광 스토리도 매력적이다. 가령 구룡포 적산가옥과 일본의 어부마을 스토리 또한 다양하게 활용이 가능한 스토리자산이다.
△권 원장= 포항시에서 해마다 포항을 빛낸 인물을 선정하는데, 이러한 인물을 중심으로 스토리텔링화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신라 소재상부인 이야기나 노비 단량 스토리 등 지역성을 살리고 특화하려면 지역 출신의 인물을 부각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배 교수= 오천읍·연일읍·동해면을 중심으로 한 일월(해와 달)과 연관된 10여 곳의 지명을 연계한 탐방 스토리를 개발하면 좋을 듯하다. 또 장기면 일대 우암 송시열과 다산 정약용 선생의 유배지 스토리, 그리고 삼태사 스토리와 흥해읍을 중심으로 한 의병장 이야기도 좋은 소재다. 연일읍의 형산강과 부조장, 대송면의 오어사와 운제산, 대잠동의 천주교 관련 스토리 자원은 포항의 대표적인 역사문화콘텐츠로 육성해도 손색이 없다. 이들 스토리를 발굴하고 스토리텔링한다면 지역의 관광산업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정리= 이창남기자 argus6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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