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할부서비스 중단·기름값 오름세…정권말 틈탄 ‘물가폭탄’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더 팍팍해질 것으로 보인다.
대형마트 등에서 이뤄지던 신용카드사의 무이자 할부 서비스는 중단됐고, 상승세로 돌아선 기름값은 하늘이 높은 줄 모르고 오르고 있다. 또 다음달부터는 시외·고속버스 요금도 인상되는 등 각종 요금이 오르기 때문이다.
18일 이마트 만촌점에 장을 보러갔던 김모씨(여·44·대구시 수성구 만촌동)는 신용카드 무이자 할부가 중단됐다는 소식에 한숨을 내쉬었다. 시부모를 모시고 사는 김씨는 한 번에 20만원 이상 구입하기 때문에 3개월 무이자가 되는 카드를 주로 이용해 부담을 분산했다.
김씨는 “할부수수료가 큰 돈은 아니지만 심리적 부담감은 너무 크다”고 말했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한, 삼성, 롯데, 현대, 하나SK 등 5개 카드사들은 이날부터 대형 마트와 백화점 등에서 상시적으로 제공하던 무이자 할부 서비스를 중단했다. 카드사와 가맹점들은 작년 12월 시행된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무이자 할부에 드는 마케팅 비용을 분담하는 방안을 논의해왔지만 결국 의견차를 좁히지 못해 서비스를 중단한 것.
이마트 관계자는 “마트 이용객의 60%가량이 카드사의 무이자 할부를 이용하는 것으로 파악돼 이들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하지만 그동안 무이자 서비스는 카드사에서 진행하던 것이라 마트 쪽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상승세로 돌아선 기름값 인상도 무섭다. 작년 9월부터 내림세를 보이던 기름값은 2월 들어 오르기 시작해, 거의 매일 인상폭을 키워가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18일 주요소 판매 기준으로 대구의 휘발유 가격은 ℓ당 1천943.11원으로 지난달 31일(1천894.84원)보다 50원 가까이(48.27원) 올랐다. 경유도 같은 기간 30원 가까이(28.85원) 올라 이날 현재 1천759.73원을 기록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같은 기름값 상승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것. 업계에서는 다음 주 초에는 대구지역 휘발유 평균가격이 1천980원대 전후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도명화 한국주유소협회 대구지회 사무국장은 “국제유가와 환율 등이 보합세를 보여 2천원대는 넘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지금보다 내려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음달부터는 시외버스와 고속버스 요금도 2년 반만에 인상된다. 3월2일부터 시외버스(일반·직행형) 운임요율은 7.7%, 고속버스는 4.3% 오른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유류비, 인건비 등의 운송원가가 크게 상승해 올해는 인상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서울~대구간 일반 고속버스 요금은 1만7천원으로 700원, 우등은 2만5천원으로 900원이 오른다. 서민들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 서울로 갈 때 KTX보다 고속버스를 많이 이용한다. 시간은 더 걸리지만 비용은 절반 수준이기 때문. 동대구~서울간 KTX요금은 평일 3만9천800원, 주말 4만2천500원(일반석 어른 기준)이다.
주말부부인 배장혁씨(48·대구시 수성구 만촌동)는 “서울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대구에 내려오면 새벽이어서 주로 택시를 이용한다. 최근 택시요금이 오른데다 고속버스 요금까지 오르게 돼 부담스럽다”면서 “월급은 그대로인데 생활에 필요한 경비는 전부 오르는 것 같아 답답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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