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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자재마트’ 칠성종합시장 입점 후 상권잠식

2014-01-21

역외 대형마트 ‘꼼수 진출’ 우려도
준대규모 점포 해당 안 돼
법적으로 입점 막을길 없어
대기업 인수합병 가능성
규제 가능토록 법 개정 시급

“식자재마트 입점 결사반대” “마트가 들어오면, 시장 상인은 다 죽는다.”

20일 오전 대구지하철 1호선 칠성시장역. 출구로 나서자 마자 사방에 식자재마트 입점을 반대하는 현수막부터 눈에 띄었다. 거의 세 걸음을 옮길 때마다 하나씩 걸려 있을 정도였다. 칠성종합시장은 △칠성시장 △대구청과 시장 △능금시장 △어류를 주로 다루는 경명시장 등 전통시장이 모여 있는 대구 2대 전통시장 중 하나다.

칠성종합시장 상인회 등이 이처럼 현수막을 내건 이유는 시장 출입구의 한 대형 건물에 A식자재마트가 입점할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건물주와 A식자재마트 측은 임대계약만 한 상태로 아직 입점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상인들이 이처럼 극력 반대하는 이유는 입점한 뒤에는 이들의 상권 잠식을 막아낼 방법이 없다는 우려에서다.

채소류를 파는 이종천 사장(칠성종합시장 청년회 수석 부회장)은 “대구시와 북구청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식자재마트는 허가가 필요없는 자유업이어서 법적으로 입점을 막을 길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 스스로 나서지 않으면 눈 뜨고 당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상인들의 주장은 일리가 있다. 이미 3년 전 시장에서 꽤 떨어진 곳에 식자재마트 한 곳이 들어왔는데 매출이 급감했다. 하나 더 생기면 정말 모두 폐업해야 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양념류를 취급하는 한 상인은 “일반 고객이 아니라 식당 등을 주 고객으로 한다면 굳이 전통시장 안에 올 이유가 없지 않느냐”며 “시장 입구에 떡하니 자리 잡고 우리 시장에 오는 일반 고객까지 다 끌어가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의심했다.

A식자재마트가 계약한 시장 내 마트 규모는 2천809㎡(약 850평) 규모다. 개설되면 대구에서 제일 크다. 반면 A마트는 대구에 본사를 둔 중소기업으로, 유통산업발전법상 제약을 받는 준대규모 이상 점포에 해당되지 않는다.

시장 상인들이 더 걱정하는 것은 우선 영업을 시작 한 뒤 행여 역외(域外) 대형업체가 이곳 마트를 인수합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청정원으로 유명한 대상의 계열사인 ‘대상베스트코’는 2012년 대구 지역 식자재마트인 ‘배추벌레’와 ‘푸덱스’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지역에 진출했다. 초기에는 기존 상호명도 바꾸지 않은 채 골목상권을 잠식해 나갔다. 이런 영업으로 대상베스트코의 2012년 전체 매출은 2천727억원으로 1년 전보다 33배 이상 늘었다.

대상 등 유력기업이 식자재마트에 주목하는 이유는 자사와 계열사 제품을 직접 유통할 수 있는 데다, 대형마트나 기업형슈퍼마켓(SSM)과 달리 유통산업발전법상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대상은 대기업으로 분류되지 않아 베스트코의 경우 준대규모점포 규제를 받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하루빨리 관련법 개정을 통해 식자재마트의 꼼수 진출을 막아야한다고 지적한다.

백운배 대구미래대 교수는 “행정기관에서는 우선 유통상생발전법 외에 위생, 소방 등 다른 관련법을 총 동원해 입점 자체를 막는 데 힘쓰고, 장기적으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른 규제가 가능하도록, 관련 법개정을 중앙정부에 건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돈규 대구시의원은 “역외 대형업체들이 지역 업체를 바지사장으로 내세운 뒤 꼼수 진출을 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자금 출처 등도 조사할 필요가 있다”며 “전통시장 살리기에 엄청난 돈을 쏟아 부어도, 이런 식의 구멍이 생기면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박종진기자 pjj@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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