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 비용만 4천만원 훌쩍…해외연수 포함땐 1억원
등록금에 취업 비용 설상가상…졸업전 이미‘빚더미’
지역 대학생 25%가 학자금 대출…절반은 알바 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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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산지역 4년제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있는 임모씨(27). 학교 주변 원룸에서 자취를 하고 있는 임씨의 한 달 생활비는 집세와 학원비 등을 포함해 100만원 정도. 시골에서 부모님이 보내주는 돈으로는 생활이 빠듯해 임씨는 주말이면 시급 5천원의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임씨의 꿈은 전문 통역사다. 이를 위해 임씨는 1년간 해외 어학연수를 다녀왔고, 영어학원도 다니고 있다. 대학 입학 후 임씨가 지난 5년간 쓴 돈은 1억원을 웃돈다. 등록금을 제외하고도 집세, 용돈, 학원비 등으로 들어간 돈은 4천만~5천만원 정도. 지난해 다녀온 호주 어학연수에도 5천여만원이 들었다. 학자금 대출로 해결한 등록금 3천만원은 취업 후 갚아야 할 부채로 고스란히 남았다.
설상가상 취업에 이르기까지 투자해야 하는 비용도 늘었다. 영어와 제2외국어는 기본이고 컴퓨터활용능력 같은 자격증, 취업 면접을 대비한 스피치 학원까지 스펙을 쌓기 위해 지금까지보다 더 많은 돈을 들여야 할 판이다.
‘유전취업 무전실업’
비싼 등록금과 높아진 취업 준비 비용으로 졸업하기도 전에 빚더미에 눌려 채무자로 전락하는 ‘가난한 대학생’이 늘어나고 있다. 취업에 필요한 각종 자격증, 영어점수 등 스펙을 쌓기 위해 드는 비용이 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가 대구·경북 4년제 대학생 11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학생 4명 중 1명은 학자금을 대출받았고, 2명 중 1명은 아르바이트에 나서고 있었다. 4명 중 1명이 빚을 지고 있었으며 1인당 평균 부채 규모도 185만원에 이르렀다.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에도 20만~30만원의 사교육비가 매달 꼬박꼬박 들어가고 있었다. 외국어·자격증·입사시험 등을 위해서도 월평균 20만~30만원의 사교육비를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어학연수 경험이 있는 사람은 전체 응답자의 3.7%로 평균 633만여원을 연수 비용에 쓴 것으로 집계됐다. 이렇게 재학 기간 동안 생활비를 제외하고 등록금을 포함한 스펙 비용으로 들어가는 돈은 평균 4천269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연수를 포함하면 대학졸업까지 취업을 위해서만 1억여원의 비용이 들어가는 셈이다.
이태형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대표는 “취업을 위한 비용이 엄청나지만 정작 취업은 갈수록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면서 “돈을 벌기 위해 취직을 해야 하지만 정작 돈이 없어 취직을 하지 못하는 대학생이 대부분이며, 취업을 하더라도 투자 비용이 고스란히 부채로 남아 빈곤의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은경기자 lek@yeongnam.com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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