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다시 제조업인가’경북TP서 세미나
7일 오후 경북테크노파크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이재훈 원장이 지역 제조업의 발전 가능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경북테크노파크 제공> |
2010년 이후 대체적으로 전국 제조업 업황, 경기전망이 점점 비관적(100미만 수치)으로 흘러가고 있다. 특히 2012년 이후로 경북의 BSI(기업실사지수)가 전국 평균 값보다 지속적으로 낮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 |
제조업은 1970년대부터 대구·경북은 물론 국가 성장을 주도했던 산업이었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은 예로부터 천연섬유 원료 재배지로 적합한 기후와 교통의 요지는 입지적 장점으로 메리야스 등 중소 직조공장이 설립되면서 산업기반이 들어섰다. 대구에는 제일모직 등 수출 대기업을 위주로 중소기업들의 계열화, 하도급 협업 시스템이 일찍부터 갖춰졌으며 구미와 포항에서는 국가산업단지가 가동되면서 기계·금속 공업이 발달했다.
하지만 최근 서비스업과 ICT 산업이 부각되면서 제조업은 소외된 것이 현실이다. 특히 경북의 경우 전체 산업 가운데 제조업 비중이 50%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산업이지만, 전국 제조업 GRDP 중 경북의 비중은 2008년 12%에서 2012년 10% 수준으로 꾸준히 줄고 있다.
이에 정부는 지난 3월 ‘제조업 혁신 3.0’ 계획을 수립하며 제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미래창조과학부가 공동으로 제조혁신위원회를 출범시키는 한편 2017년까지 24조원의 투자를 통해 전국적으로 1만개의 스마트 팩토리를 설립한다는 계획이 최근 공개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지역에서도 제조업에 대한 재조명이 본격화되고 있다. <재>경북테크노파크(이하 경북TP)와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는 7일 오후 경북TP 국제회의실에서 ‘제조업 르네상스, 왜 다시 제조업인가?’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며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제조업의 역할 및 과제에 대해 토론했다.
◇스마트팩토리가 열쇠
경북-삼성, 재원 2백억원 마련
효율성 높은 생산라인 구축 박차
올해 경북에 100곳 건설 예정
◇기업 생태계 구축
親기업 정서·산학연 네트워크
보수적 기질 활용할 수 있어야
지원 통합플랫폼 개설도 필요
◆ 제조업에 특화된 경북산업
이날 주제발표에서 이재훈 경북TP 원장은 “제조업 비중이 절반이 넘는 산업 구조가 오히려 발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설명하는 것”이라며 제조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경북은 무선·통신이나 성형가공, 섬유 분야 외에도 30여개 제조업의 부가가치가 전국 평균 대비 높기 때문에 제조업 지원이야말로 지역 경제 활성화의 핵심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 원장은 경북이 제조업으로 발전하기 위해서 현재 지원제도와 인프라가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경북TP의 추산 결과 전국 15개 광역지자체중 제조업을 위한 물적 인프라는 꼴찌, 지원제도는 13위를 차지했다. 또 인터넷 이용률과 인구 100명당 인터넷 이용자 수, 중소제조업 행정처리 신속성, 도로 포장률 등이 모두 최하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그는 경북의 제조업은 섬유산업 등 전통적 산업의 강점이 약화되고 있고, 국내 기업들의 해외 생산기지 확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통산업의 강점은 줄어들고 있지만 지역 기업들은 산업혁신에서 보수적인 특성을 보이는 것은 물론 낮은 비용의 대량생산은 이미 중국과 동남아 등과 비교가 안되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그는 “노후된 산업단지 및 인프라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이 원장은 올바른 기업생태계를 구축하고 지역만의 경쟁력을 강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원장은 “미국 텍사스에 위치한 오스틴이라는 도시가 30년 만에 DELL·IBM·삼성전자 등을 유치하며 세계적인 첨단 기술도시로 초고속 성장을 이뤘던 것은 지역 기업·정부·대학이 네트워크를 구축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오스틴만의 친기업 정서와 유기적인 산·학·연 네트워크가 지역에 맞는 기업생태계를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그는 또 “지역에서도 지역 문화에 기반한 제조업 경쟁력을 강화시킬 필요가 있다”며 “특유의 보수성을 한 우물만을 파는 근성으로 활용하는 등 지역문화에 기반해 제조업 경쟁력을 강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제발표자로 나선 정우창 대구가톨릭대 교수(기계자동차공학부)는 제조업 발전을 위해서 산학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기업과 대학이 서로 소통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산·학·연·관이 공동으로 소통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인력양성센터를 개설하거나 경북TP를 중심으로 기업지원 통합플랫폼을 개설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경북의 현주소
지원제도·인프라 수준 하위권
전통산업의 위상 갈수록 추락
제조업 비중 50%→10%대 추락
◇해외에선
獨 공정고도화에 2억 유로 투입
中에 뺏긴 제조업 1위 탈환 나서
美선 기업들 컴백시키려 총력전
◆스마트팩토리로 제조업 업그레이드
세미나를 공동 개최한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측은 이날 주제발표를 통해 지역 제조업 혁신을 위해서는 ‘스마트팩토리(Smart Factory)’가 필요하다고 소개했다. 스마트팩토리란 설비·물류 자동화를 기반으로 공정 자동화는 물론 제품 개발이나 공급관리, 자원관리 등에 ICT를 활용하는 공장을 뜻한다.
즉, 스마트팩토리는 사물인터넷(IoT)이나 가상 물리적 시스템(CPS) 등 ICT를 제조업과 융합시키는 것으로 제조업 자체를 한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제조업 3.0’ 핵심 과제이기도 하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와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는 지난해부터 지역 중소기업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스마트팩토리 도입을 지원하고 있다.
김진한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장은 “경북도와 삼성전자가 함께 조성한 총 200억원의 재원을 활용해 기업당 최대 5천만원까지 스마트팩토리 도입 자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올해 경북 지역에 100개, 2017년까지 400개의 스마트팩토리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에 따르면 스마트팩토리 지원분야는 △알뜰형 MES △IoT기반제조 자동화 △공정 시뮬레이션 △지능형 초정밀 가공 등 4가지로 나뉜다. 이 중에서도 자재 입고에서부터 제품 출하까지 전체 생산과정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MES(생산관리시스템)를 보급하는 것과 IoT를 활용해 자동화 미래형 생산라인을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또 전체 공정 시뮬레이션을 통해 생산을 효율화시키는 것 역시 지역기업들로 부터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실제로 경북 구미의 인탑스의 경우 3D 공정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통해 생산라인을 효율화하고 남는 장비 10여대를 다른 공정에 투입하는 성과를 올렸으며, 케이티테크(KT-Tech)의 경우에도 시뮬레이션을 통한 공정 개선으로 생산능력(Capa)을 78%나 향상시켰다.
◆지역별 해외사례 배워야
이날 발표자들은 모두 경북의 제조업 발전 위해서는 해외 사례를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 ‘Industry 4.0’, 미국 ‘Remaking America’, 중국 ‘자주창신(自主創新)’, 일본 ‘산업재흥플랜’에서 알 수 있 듯 선진국들도 최근 들어 제조업 부흥을 중점 국책과제로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날 발표자들은 공통적으로 Industry 4.0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는 독일의 사례를 예로 들었다. 독일은 제조업으로 전 세계를 호령했던 국가였으나 중국 등 저임금의 국가가 차세대 생산기지로 떠오르면서 제조업의 부가가치와 수출 비중이 하락했다. 실제로 전 세계 제조업 중 독일의 비중은 1995년 8.9%에서 2011년 6.5%로 줄어든 반면 같은 기간 중국은 6.5%에서 21%로 치솟았다. 독일의 생산인구 역시 줄어들고 있으며 고임금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 노동 생산성을 제고해야하는 등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이를 위해 독일 정부는 2억유로를 스마트공장 개발 및 구축에 투자하는 등 생산공정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제조업의 강점을 유지시켜야 한다는 ‘마스터(Master) 운동’을 정부 차원에서 추진하며 제조업 부흥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외에도 미국 역시 오바마 대통령이 제조업 부활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정책과제로 설정하며 해외에 진출한 자국기업의 국내 이전을 촉진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주제발표 후 토론회에서 대구경북연구원의 이부형 박사는 “해외 우수 사례의 긍정적인 점을 받아들여야 하지만 이를 경북 전체와 비교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 해외 각 지역별로 특화된 산업이 많기에 경북 전체보다는 산·학·연·관 협력은 경산, 무선·통신은 구미 등으로 나눠서 참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스마트팩토리:사물인터넷을 제조업에 융합한 자동화 공장
정재훈 기자
서울본부 선임기자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